아프간 선교 관련 글

사안이 좀 지나긴 했으나 아프간 사태를 정리하고 평가하면서
선교활동 글을 썼습니다.  예전에 쓴 글이지만 한번 읽어보셨으면
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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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한 달 이상 맘 졸이게 하였던 아프간 피랍사태가 피살된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무사히 귀환하며 끝을 맺었다. 그러나 피랍 사태는 종료되었지만 선교 활동에 대한 논란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아직 끝나지 않은듯하다. 이에 선교활동을 둘러싼 이번 논란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기독교인들의 이슬람 지역에서의 무분별한 선교 활동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피랍 당사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즉 이미 정부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여행제한’이라는 여행경보를 발령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선교 활동을 하다 화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는 피랍자들의 선교 활동을 비난하거나 복음주의 기독교와 이슬람을 싸잡아 종교 자체를 매도하는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개독교라 욕하는 이들도 있고, 유서를 쓰고 선교하러 갔으니 순교해라, 국가 망신이다 등 무지막지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된 것은 노무현 정부와 주류 언론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피랍자 석방 합의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구상권 청구, 여행금지 조치 등을 들먹거리며 개신교 비난 여론을 부추겼다. 피랍 사태의 비극을 희생자들 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선동에 나선 것이다.

물론 필자는 무분별한 기독교적 선교에 대해 반대한다.

첫째, 점령 상태에 있는 국가에서 제국주의 점령군의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선교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위험하다. 점령 상태에 있는 민중들에게 이런 점령을 돕고 있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모두 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또한 그들은 구호 및 선교가 자신들의 문화 및 종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점령지에서의 선교 및 구호활동들은 결과적으로 점령을 정당화시키고 제국주의를 돕는 수단으로서 이용될 수 있다. 전쟁과 점령으로 피폐된 지역에서 빈곤 등으로 인해 민중들의 반란이 가속화 된다면 점령자로서 난감하기 그지없을 것 이다. 재건, 구호 활동은 이를 잠재우고 전 세계의 도덕적 비난을 “일시적으로”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기독교의 무분별한 해외 선교활동에 대한 비판은 그것 자체로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독교계의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종교적’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아프간에 파병하지 않았더라도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났을까.

첫째, 피랍 한국인들이 특별히 기독교인들이라서 납치당한 게 아니다. <뉴스위크>가 파헤친 피랍 당시 정황은 납치범들이 외국인이라는 사실 말고는 피랍자들의 정확한 신분을 몰랐음을 보여 준다. “미국이나 아프간 정부를 돕기 위해 여기에 오는 외국인들은 누구든 납치할 것”이라는 가즈니 지역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 잔의 말도 이 점을 확증해 준다(경향신문 8월 11일).

둘째, 한국 기독교 단체들의 선교 활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번처럼 한국인들이 집단으로 납치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셋째,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사건사고 피해자는 2천4백88명에 달한다. 이중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 한국인 피해자 수는 8백 50명에 육박한다. 위험의 확률로만 따지자면, 중국이야말로 ‘여행금지’ 조치를 취해야 하는 나라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이 모든 국가들에 대해 ‘여행금지’ 또는 ‘여행제한’ 조치를 내리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 어디서나 위험은 존재하지만, 그 위험은 ‘정치적’ 수준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서나 강도를 만나고, 납치 또는 사망사고를 당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전쟁 상대국”으로 설정하고 있는 세력들이 존재하는 국가는 극히 일부이고, 그 같은 국가들은 한국이 먼저 군대를 파병한 나라들이다. (참세상 07월 23일)

물론 이번 사태는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 탓도 있다. 그러나 이는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파병한 사실만큼 중요한 요인은 아니였다. 그들이 피랍된 이유는 그들이 아프간에 갔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점령을 도와 파병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정부가 명분 없는 침략전쟁을 벌인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한국정부가 이에 충실한 도우미 역할을 하며 한국군을 파병하는 한 이러한 피랍사건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이 비극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정부는 파병 정책이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되면 이라크와 레바논에서도 철군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아프간 사태의 책임이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 활동으로 흘러가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언론을 이용해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과 점령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비극의 뿌리가 점령과 파병 정책에 있음을 단호하게 주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