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터키-쿠르드 습격.포격..확전 위기감 고조</b>
터키군 12명.반군 32명 사망..총리 긴급회의 소집
이라크 의회, 터키 비난 결의안 가결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터키 의회가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한 월경(越境) 작전을 승인한 지 나흘 만에 터키-이라크 국경 지대에서 쿠르드족의 습격과 터키군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무력 충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영 아나톨리아 통신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들은 21일 새벽(현지시간) 터키-이라크 국경 지역인 하카리주(州) 다글리차 마을 근처 산악 지대에서 전격적인 습격 작전을 감행, 터키 병사 1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
터키 군은 습격을 당한 뒤 곧장 도주하는 게릴라들을 추격했으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기지에 포격을 가해 반군 32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군은 성명을 내고 이라크 북부 지방에서 터키 영토로 침투한 PKK 게릴라들이 터키 군 행렬을 공격한 직후 교전이 벌어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또 이라크 군 관계자도 터키 군이 이날 오전 터키 국경에서 30㎞ 가량 떨어진 아마디야 지역에 집중적인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교전으로 8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으며, PKK 지도자인 압둘 라흐만 알-차디르치는 AFP 통신에 “양측간 충돌이 벌어져 많은 터키군을 사살했으며, 여러 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밝혔다.
양측의 충돌 몇 시간 뒤 국경 인근 도로에서는 PKK가 설치한 지뢰가 터져 미니버스에 타고 있던 민간인 17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뒤따랐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즉각 압둘라 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리들과 군 관계자가 참석하는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 대응 조치를 논의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회의에서 추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월경 작전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 의회는 이날 터키의 쿠르드족 자치 지역에 대한 침공 위험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승인했으며, 이라크 내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터키가 국경을 넘어 군사 행동을 개시할 경우 이에 응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터키의 일방적 군사 작전에 강하게 반대해온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베체디 고눌 터키 국방장관과 만나 재차 자제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고눌 장관은 터키가 월경 작전을 계획하고 있지만 작전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스탄불을 비롯한 터키 대도시에서는 PKK의 테러를 비난하고 게릴라들을 소탕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번 교전은 터키 의회가 지난 17일 이라크 월경(越境) 작전을 승인한 뒤 처음 발생한 것으로, 향후 터키 군부에 쿠르드족 소탕을 위한 군사 공격 압박이 한층 드세질 것으로 관측통들은 전망했다.
앞서 에르도안 총리는 이라크 정부에 국경 인근의 모든 PKK 기지를 폐쇄하고 반군 지도자들을 체포,인도할 것을 요구했으나,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PKK 지도자들은 산악 지대에 숨어있어 터키군도 그들을 체포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를 거부했다.
쿠르드족은 1984년 이후 터키를 상대로 자치 확대를 위한 무력 투쟁을 벌여왔으며, 지금까지 양측의 충돌로 3만7천명 가량이 희생됐다.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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