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자이툰 철군시한 내년말로 연장

노대통령 “자이툰 철군시한 내년말로 연장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10-23 14:20  

대국민담화.. “약속 못지켜 죄송..국익따른 선택”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철군 문제와 관련, “지난해 약속한 완전 철군의 시한을 내년 말까지 한번 더 연장해달라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려고 한다”며 자이툰 부대 병력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나머지 병력의 파병 기간을 연장하는 제안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20분 청와대 세종전실에서 TV 생중계로 진행된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시기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모든 면을 심사숙고해서 단계적 철군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을 위한 국회동의를 받을 때 `올해 말까지 자이툰 부대를 모두 철수하겠다’는 정부의 대국민약속을 상기한 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다시 자이툰 부대의 병력을 올해말까지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나머지 병력의 철군 시기를 내년 12월까지로 하여 단계적으로 철군하도록 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지난해 한 약속과 다른 제안을 드리게 된 점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4월 이라크전 파병 당시 국회연설을 통해 정치, 경제 현안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철군시한 연장만을 놓고 대국민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자이툰부대 철군시한 연장 배경과 관련, 노 대통령은 6자회담과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논의 등 한반도 주변정세를 설명하면서 “이 모두가 미국의 참여와 협력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자이툰 부대를 파병할 당시 여러가지를 고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었다”며 “북핵문제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한미공조의 유지가 긴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한미관계를 재조정하는 데 있어서도 긴밀한 한미공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이들 문제가 진전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선택은 현실에 부합한 적절한 것이었다”며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도, 해묵은 안보현안들을 거의 다 풀어올 수 있었던 것도 굳건한 한미공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적 측면은 당초부터 파병의 목적이 아니었지만 지난해부터 우리 기업의 이라크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철군하면 그동안 우리 국군의 수고가 보람이 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대통령으로서 저 자신의 고민도 많았다”고 밝힌뒤 “철군 시한 연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더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한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도리인줄 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저에게도 명분이 상하지 않는 편안한 선택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 시기 더욱 중요한 것은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과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앞으로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성실하게 대화하고 설득해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우리 장병들이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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