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초안-파병재연장

거짓말을 중단하고 이라크 민중에게 사과하라.

이틀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결론인 즉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기간을 다시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거짓말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파병재연장의 이유 또한 거창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원만한 진전을 위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또 이라크 석유사업 진출을 위해서라도 지금 철군해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올해 안으로 철군하겠다던 지난해 약속에 대한 사과는 겉치레에 불과했다.

이라크파병에 처음부터 반대해온 본 단체로써 금번 노대통령의 약속 불이행에 분통이 터질 따름이다. 한반도 평화 때문이라는 해괴한 논리는 숱한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관련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 석유사업 진출 때문이라는 발상 또한 그 현실성 여부를 떠나서 반인륜적이며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바로 많게는 120만 명까지 추산되는 평범한 이라크 민중의 죽음이 그것이다. 평화재건을 위해 파병됐다던 자이툰부대는 이라크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 학살자 미군과 함께 행동하거나 민간인 학살을 방조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라크 민중들의 삶은 이라크 보건장관의 말대로 “모든 것이 끔찍”하다. 유엔은 “매달 300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피살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26만 명의 어린이들이 희생됐으며, 2005년 한해에만 12만 명의 어린이들이 5세 이전에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십자사의 고발대로 “어린이들은 아침 등굣길마다 거리에 널린 시체를 목격”하면서 “25%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 현지에서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는 영국의사 100명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아이들이 살균된 주사바늘이 없어 수백 명씩 죽어간다”고 영국정부에 항의한 바도 있다. 이 끔찍한 재앙은 도대체 누가 몰고 왔는가?

또한 희생자를 그나마 줄여야 할 이라크 보건의료시스템은 “재해보다 더 비참한” 상황이다. 전쟁 직후 1년 동안 12%의 병원들이 미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이라크 의사들 말대로 “희생자의 절반은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음”에도 미군의 병원파괴와 의약품 반입금지 때문에 희생됐다. 또 미군의 수도시설 파괴와 복구미비로 인해 유행성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이나 항생제는 미군의 의약품 통제 때문에 이라크 남부 모든 병원에서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병원에 있어야 할 의사들 절반이 공격을 피해 이라크를 탈출했다. 남아있던 의사들 중 2000명 이상이 살해됐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 있는 이라크 민중들이 노대통령의 “한미공조와 이라크재건사업참여”를 어떻게 볼 지 섬뜩할 뿐이다.

거듭 밝히지만 대세는 철군이다. 지금 미군조차도 어떻게 이라크에서 탈출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며 단계적 철군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마저 90%의 군대가 철군했다. 이미 4년째 미군을 도와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한국군 철군을 늦출 하등의 이유가 없다. 자이툰부대 주둔 비용으로 벌써 7천억 원을 낭비했다. 더 이상의 희생과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철군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주도의 이라크 보건의료시스템 복구와 의약품 전달을 지원해야 한다. 끝내 파병재연장 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국회의원들이 이를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파병재연장에 또 다시 찬성한다면 심각한 범죄행위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며,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