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미국 대규모 철군?

美, 이라크서 첫 대규모 철군…내년 7월까지 2만명
입력: 2007년 11월 27일 18:31:41

이라크 치안이 안정되면서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는 한편 이라크 장기 주둔 협상에 들어갔다. 형식상으로 이라크·유엔간 다자 구도였던 이라크 문제가 이라크·미국간 양자 구도로 정착, 양국이 특수관계를 맺게 될 전망이다.

AP통신은 27일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 문제를 비롯한 양국관계에 대한 협상을 내년 초 시작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인 더글러스 루트 중장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이 같은 협정에 합의·서명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 협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위임으로 이라크를 통치하고 있는 다국적군이 내년까지 주둔하고, 2009년부터는 미군이 장기 주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가 내부 쿠데타 억제를 포함해 장기 정권 안정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특별 대우’를 제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라크 정부는 철수한 다국적군으로부터 치안권을 이양받아 명실공히 ‘주권 정부’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고, 미국의 우산 아래서 정권 안정성도 꾀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군은 이라크에 장기 주둔하면서 이라크에서 정치,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유사시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과 시리아의 이라크에 대한 파급력을 직접 방어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말리키 총리는 “국내·외의 위험에 맞서 이라크 정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은 합의”라고 의의를 밝혔다.

AP통신은 또 이날 이라크 디얄라주에서 치안 유지 임무를 수행해 온 제3전투여단 미군 5000명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육군 제1기병사단 소속 제3전투여단은 새 여단과 교체 없이 철군하는 최초의 대규모 부대다.

앞서 미군은 기자회견을 갖고 “교체 병력 없는 병력 재배치는 이라크 내 치안 호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 대변인 그레고리 스미스는 “이라크 치안이 안정화됨에 따라 철수를 시작하는 것이며 2008년 7월까지 약 2만여명의 병력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라크에 배치된 미군 규모는 16만2000여명이다. 제3전투여단의 귀환으로 빈 디얄라 자리에는 다른 곳에 주둔한 미군 병력이 재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