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 소식지에 실릴 글-의견바람

의사들이 부시방한을 반대하는 이유

8월 5일 부시가 한국에 온다.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는 부시와 취임 100일 만에 레임덕에 직면한 MB가 또 무슨 얘기를 나눌 지 벌써부터 아찔하다. 이미 지난 4월 말 한미정상회담으로 인해 전 국민은 광우병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쇠고기협상에 분통이 터져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잔인한 경찰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주부가 됐던 언론이 됐던 이유 불문 공안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두 장본인이 다시 한 번 한국에서 만난다고 한다. 때문에 의사이기에 앞서 평범한 국민이라면 결코 부시방한이 달가울 수 없다.  
  
그러나 양심적인 의사들이 부시방한을 결단코 반대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시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150만 명의 평범한 주민들을 살해했다. 아브그라이브, 바그람, 콴타나모에 수천 명을 강제구금시키고 끔찍한 고문을 자행했다. 설상가상으로 병원과 보건소를 폭격했고 의약품 반입을 금지시켰다. 이라크 현지 의사들의 증언대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병원 폭격과 의약품 반입금지 때문에 죽어갔다. 항생제 반입이 금지돼 전염병이 창궐해도 이라크 남부에선 항생제가 전무한 실정이다. 병원에 있어야 할 의사들 절반이 미군폭격을 피해 이라크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남아있던 의사들 중 2000명 이상이 살해됐다. 이런 국제 흉악범과 MB가 또 다시 만난다고 하니 의사로써 걱정이 앞설 뿐이다.

MB와 부시는 금번 회담에 맞춰 한미 전략동맹의 구체적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첫 단추로 이라크 파병연장과 아프간 재 파병이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작년까지 이라크 주둔비용으로만 7천억 이상이 소모됐다. 이 돈이면 400병상 공공병원을 30개 이상 지을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MB의 해외파병 정책이 국민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만 김만수, 곽경해, 김선일 씨가 희생됐다. 작년엔 아프간에서 23명의 한국인이 납치되고 심성민, 배형규 씨가 살해됐다. 이번 부시방한 때 MB의 해외파병 정책이 발표될 경우 또 다른 한국인이 납치되고 살해될 공산이 크다. 의사로써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생명을 저당 잡혀 도대체 뭘 얻자는 건지, MB는 꼭 대답해야 할 것이다.

MB가 의료민영화를 통해 국민건강을 파괴하려 한다면, 부시는 의료민영화 국제 전도사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등에 업은 미국계 제약회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의료보험 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계 생명보험사들마저 악명 높은 민간보험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계 제약회사 및 보험회사들의 요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게 바로 한미FTA 협정문이다. 부시는 이번 한국 방문 때 한미FTA의 강력한 추진을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 개인파산의 절반 이상이 과도한 의료비 부담 때문이라는 미국의 현실이 한국에 도래할 수 있다. 돈 없으면 죽어야 할 끔직한 상황은 분명 의사로써도 달가울 게 없다. 때문에 상당수 의사들이 금번 부시방한을 우려스런 눈으로 보는 건 어쩌면 당연할 듯싶다.

지금 MB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궁지에 몰려있다. 이는 미국에까지 알려진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부시는 위기에 몰린 MB를 위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독려할 것이다. 그러나 부시라고해서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낮은 지지율과 경제위기에 몰린 부시는 한국 국민에게 더욱 더 큰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한미 전략동맹이란 미명하에 더 많은 해외파병과 군비지출을 요구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PSI 및 MD 참여가 논의될 것이다. 때문에 평범한 국민이라면 거의 모두가 부시방한을 반대하고 있다. 의사들 또한 예외일 수 없으며, 어찌 보면 당사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