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 오바마의 베트남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인 52%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6만8천명과 다국적군(40개국) 4만 명, 무려 10만명이 넘는 병력이 주둔해서 8년 동안이나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전황은 미국에게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초기만 하다라도 탈레반 정권은 한 달도 안돼 붕괴하고 산악지대로 숨어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부터 반격을 시작한 탈레반은 3년만에 아프간 영토의 70%를 장악했습니다.
2003년
2005년
2007년
[출처: NYT, UN보고]
2007년에 9월부터 미군과 나토군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해 저항세력의 근거지를 폭격하였지만 “탈레반은 자취를 감추고 민간인만 사망해” 비난 여론만 들끓게 했습니다. 때문에 당시 유엔 조차 “나토군은 아프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 들어서부터는 끊임없이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 스스로도 전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2008년부터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미 국가정보위원회에 상원에 제출한 아프간 정세보고서에 따르면 카르자이가 통치하는 지역이 전국토의 30%에 불과하다고 적고 있습니다. 2007년까지 만도 탈레반이 3개 지방과 20여개 지역을 통제했는데, 이제는 도시를 제외한 70%이상의 지역을 장악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미국은 더 막대한 자금과 병력을 동원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전에 무인폭격기를 동원한 무차별 공습은 오히려 반감만을 사고 저항세력의 확산만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멕글리스틸이 4만명의 병력 증파가 없이는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곤혹스러운 처지에서도 미국이 이처럼 아프가니스탄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아프가니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그동안 깊은 수렁이었던 이라크가 예전보다 안정화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이라크에서도 미국의 감군은 불명예스런 것이었으며,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의 위신을 크게 실추되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은 패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물론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차 점령이 실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20주년의 조촐한 행사장에서 주된 이야기는 바로 미국이 소련의 전철을 발고 있고, “늦기 전에 발을 빼야”한다는 옛 소련 패잔병들의 충고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쉽사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불명예스런 철군으로 중동에서의 패권을 상실하거나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다시 부각되었던 것은 바로 아프가니스탄이 이란과 접경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2007년부터 부시는 구체적인 이란 공격계획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데 아프가니스탄과 점령의 불안정에서 날로 위기가 심화되자 미국은 오히려 파키스탄으로 전선을 확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란도 파키스탄 전쟁에 뛰어들겠다고 밝힐 정도입니다. 수니파 민병대 준달라 테러소행으로 혁명수비대 고위직 6명을 포함해 42명이 죽었다고 밝히며, 테러분자들을 소탕하는데 이란 혁명수비대 투입을 허용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10월18일) 또 이란혁명수비대 테러 뒤에는 미군과 영국군이 개입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혹여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할지라도 이는 오리혀 불안정만을 증폭시키는 일입니다.
또한 이라크 점령을 위해 미국은 수니파를 배제하고 시아파 정권과 동맹을 맺었지만,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으로서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리고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난처한 상황으로 내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UN인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비관적 태도를 취한 것은 오래되었습니다. 미국과의 ‘의지의 동맹’이라 불린 국가들의 의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나토군 증파를 촉구하기 위해 폴란드로 갔던 게이츠 국방장관은 2월19일 돌아오며 “추가 파병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말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군사적 기여라도 늘려주기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같은 날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미군에 내줬던 자국 내 마나스 공군기지 폐쇄를 위한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습니다. 아프간 주둔군의 보급 기지이자, 중앙아시아의 유일한 미군기지가 사라진 것입니다. 미국으로선 참으로 고약한 상황입니다. 그루지아와의 전쟁으로 엉흥했던 늙은 사자, 러시아도 자신의 영토에 지나는 아프가니스탄의 보급로를 가지고는 미국MD 계획가 흥정하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것이 온갖 거짓을 유포하고 진실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라크 전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탈레반이라는 괴물의 존재가 있는 것으로 비쳐져 왔습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이 전황상의 위기와도 함께 현재는 정당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오바마는 극단주의와의 전쟁이란 말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오랜 점령으로 인한 미군의 죄악만이 더욱 폭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미군과 나토군의 폭격기가 1만3천 번을 출격해서 2천9백 번의 폭격을 하였지만, 민간인 사상자의 수만 급증했을 뿐입니다. 또 이전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에 테러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보다 연합군에 의한 희생자가 더 많다고 발생했습니다. UN의 통계에서는 비등비등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참상에 대해서는, WHO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2~4만명이 전쟁으로 죽어갔습니다. 이것은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 피살자를 말합니다. 이라크에서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갔던 것처럼 같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무고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죽었을 것입니다. 이미 사회적 기반 전부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빈곤과 야만의 상태입니다. 평균수명은 43세에 불과합니다. 유아 4명 중 한명이 5세가 되지 전에 죽?니다. 공식 실업률만도 50%에 달합니다. 여성해방을 위한 전쟁이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여성들의 처지는 너무나 끔찍합니다. 여성 살해, 강간, 학대 등이 더욱 빈번해져, 여성들의 공공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해 2백명이 넘는 여성들이 분신자살을 선택합니다.
전체 인구 3,100만명 가운데 70%는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450만 명 기아상태 빠져 있습니다. 안전한 마실 물을 인구의 25%에게만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편은8200t이 생산돼 전 세계 생산량의 9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탈레반 시절보다 2.5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210만명의 난민이, 파키스탄과 이란 국경지대를 떠돌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사건이 얼마전 있었습니다. 카불시장으로 불리던 카르자이가 부패문제로 끊임없이 사고를 치더니 급기야 8월20일에 있은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당초 대선 결과는 예상을 깨고 카르자이가 54.3%를 득표하고 압둘라 압둘라가 후보가 28.1%를 득표해 카르자이가 과반이상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선관위에서 확인한 것만도 (2만4천630개의) 2천5백16개의 투표소에서 부정의혹이 있었습니다. 대다수 여성 유권자들의 카르자이를 지지한 것으로 나왔는데, 바로 대리투표가 광범하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선관위는 재검표를 지시했고 현재 추정치로는 카르자이 48% 압둘라가 33%로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탈레반에 포위되어 카르자이 정권의 정치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카르자이는 미국의 꼭두각시였지만 아프가니스탄 전황이 어려워지며 미국과의 관계 또한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탈레반의 성장을 두고 서로를 탓하기도 했습니다. 카르자이의 부패 스캔들이 터질 때 마다(카르자이의 자금줄인 카르자이 동생은 마약상입니다)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얼마 전 까지만도 이란의 부정선거에 목청을 높이던 미국이 카르자이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증파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대선결과와 무관하게 증파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멕글리스틸이 4만명의 병력 증파가 없이는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대선결과가 나온 후에 증파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며칠 전 16~18일에 CNN이 실시한 여론조서 결과는 미국민의 59%가 증파에 반대했습니다. 이미 2만1천명 증파를 결정했던 오바마도 거듭 추가 증파 문제가 제기되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비공개로 비전투원이긴 하지만 1만3천여명의 지원병 파견을 승인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기 상황입니다. 한 것도 없이 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부시를 수렁으로 빠져들게 한 반전여론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군 증파에 대한 여론의 변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병력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 24%의 두 배에 가까게 나타났는데, 지난 1월 조사에서 “늘려야 한다”가 34%로 “줄여야 한다”(29%)보다 많았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입니다.
그러나 설사 증파를 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전황을 미국이 역전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 초 오바마는 2만1천명의 증파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짖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해병사령관 출신인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길고도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며 “병력을 지금보다 2배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것”(올해 초)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 참혹한 전쟁은 지배자들의 의해 쉽게 끝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쟁이 위기의 상황이 벌어질수록 더 큰 희생을 요구할 할 것입니다.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85년에 결정했지만, 4년 뒤에야 철군을 했습니다. 그것은 전황이 불리하고 패배가 분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동유럽 국가들의 붕괴로 인한 (패권)정치적 위기와 사회적 격변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세계 각국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거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도 지금까지 공동기금에 1억3천만 달러를 내놓았고, 내년 까지도 4,410만 달러를 씁니다. 그러나 평화와 재건을 위한 비용이 아니라 이것은 순전이 미국의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점령을 위한 비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전쟁과 점령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정부의 전쟁지원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이 18일에 한국에게 전투병이 아니라면 그 외에 모든 것을 지원하라며 돈이라도 대라고 합니다. 당연지사라는 조중동 보수언론은 말할 것도 없겠고, MBC 논평에서도 조차 전투병 파병은 안 되도 경제적 지원은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자 어제(20일) 한국을 방문한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청했습니다.
게이츠는 “한국은 베트남과 이라크 등에서 지난 50년간 미군과 함께 싸워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이라크 모두 미국 지배자들과 한국 지배자들의 추악한 만행들뿐이었습니다. 베트남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벌인 추악한 만행들을 기억한다면 반전운동 세력은 다시금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도 굽힘이 없이 반대해야 합니다. 파병이든 경제적 지원이든 점령을 돕는 어떠한 것도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재전을 말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외국군대의 총부리 아래서 원조를 받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전쟁과 점령이 당장 중단돼야 합니다.
(10월22일 중부북사회포럼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