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의약분업이 국민에게 가져다 준 것
계명대 초빙교수 김종대(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은 약의 오남용과 약제비용을 줄여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강행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이러한 의약분업 정책을 그대로 승계 받아 진행시키고 있다. 이제, 정부가 발표한 객관적 통계자료를 근거로 정부가 주장하던 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분석 평가해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된 것이다.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의약분업이 실제로 시행된 2000년 9월(계도기간 1개월, 병의원 파업 1개월 감안)부터 2003년 6월 30일까지 2년 10개월간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증감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종래에는 없었던 조제료(약국)가 신설됐다.
최근 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약제비용 중 조제료 비율이 2001년 38.36%, 2002년 34.61%로 밝혀졌다. 따라서 약제비 중 국민이 새로 부담하게 된 조제료를 산출해 보면 4조7,997억원에 달한다.
또 의약분업 시행의 전제로 1999년 11월 의약품 실거래가제도가 실시됐다. 없어지게 된 약 30%의 병의원 약가마진을 보상한다면서 정부는 의료수가도 인상했다. 이로 인해 병의원 진료비용도 의약분업을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1조1,233억원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의약분업 이전에는 병의원에서 진료와 조제가 함께 이뤄졌으나 분업이후 환자는 병의원과 약국을 이중으로 방문하게 되어 교통비나 시간소요 등 간접비용까지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문가의 조사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그간 발생된 간접비를 산출하면 최소 1조1,040억원, 최대 2조7,5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이 새로 부담하게 된 총비용은 직접비용인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5조9,230억원(조제료 4조7,997억원+진료비 1조1,233억원)에 이르고 있다.
또한 급격한 요양급여비용 팽창으로 보험재정이 파탄 나게 되자 정부가 보험급여 범위를 줄이고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국민의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1년부터 의원급 외래환자 본인 부담이 50%인상됐고, 2002년부터 3차 의료기관 진찰료는 전액 본인이 부담하게 됐다. 건강보험 보험료 인상률은 전년대비 2001년 23.21%, 2002년 23.45%, 2003년 8월 말 현재 보험료도 작년 동기 대비 21.5%나 인상됐다. 담배에도 1갑당 평균 150원의 건강보험 부담금이 부과됐다. 보험적용 일수도 축소되고, 1,413개 약품은 보험적용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차등수가제 실시, 처방료와 진찰료 통합, 주사제·처방료 삭제, 수가 2.9%인하 등 각종 의료수가 인하조치도 강행했다. 그런데 이렇게 혜택은 줄이고 부담은 늘였는데도 요양기관에 지급할 진료비가 부족하여 은행으로부터 차입하고 있는데 그 이자가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서 하나 특이한 현상은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의 요양급여비는 2001년까지 증가하다가 2002년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03년 상반기에는 의약분업을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오히려 6,114억원이 감소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이는 보험재정이 파탄나자 정부가 취한 각종 의료수가 인하 조치의 결과로 판단된다. 그간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가 의사들을 건강보험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몰아온 것은 사실을 왜곡시킨 부도덕하고 비난받을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 주범은 현실적 정책수립에 실패한 정부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에 있어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이 약간 감소하고 있는데 그것이 의약분업의 효과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식약청 통계연보에 의하면 오히려 항생제 생산량이 2000년 대비 2002년도에는 17%나 증가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의 감소는 약제비 적정성 평가라는 명분으로 심사평가원이 무리하게 약제비를 삭감하고 고가약 사용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직까지 정부는 의약분업의 효과라고 할 객관적인 통계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제도는 의사는 의약분업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도록 제도화되어 있으나(종전과 같이 환자에게 약제를 급여했을 경우 그 비용을 보상받을 수 없다) 의약분업시행의 또 하나의 전제조건인 약국의 임의조제행위 근절은 제도화되지 못해 전문 집단간의 갈등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현행 의약분업을 국민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면서 의약분업을 시행한 그들의 진정한 속내는 어디에 있었는가. ‘98년부터 의보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의료보험 운영시스템을 국가관리의 획일적 관리체제로 변혁시켰다. 2000년부터는 의약분업이라는 명분으로 의료인에 대한 통제체제도 구축했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체제를 바탕으로 DRG, 총액예산제, 전산심사, 보험공단 실사추진 등 의료 사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 의료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