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인가 ‘싸이버타리아트의 형성’ 인가?

안녕하세요. 다중의 활력과 지성 그리고 희망을 담아내는 [도서출판 갈무리]입니다.
『싸이버타리아트』 도서 출간 안내와 관련 정보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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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싸이버타리아트
- 정보화 시대의 프롤레타리아트 -

왜 오늘날 전 세계의 여성들은 자동세탁기와 전자레인지를 쓰면서도 이런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하던 자신의 할머니보다 더 오랫동안 가사노동에 매달려야 하는가? 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의 여성들은 신비의 기계인 컴퓨터 칩을 쉴 새 없이 만들어 내면서도 자신의 아이들을 굶겨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가?


★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자 어슐러 휴즈가 구체적 경험을 토대로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주체성, 오늘날의 프롤레타리아트를 분석한 책!

★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주장과는 달리, 상품의 세계화와 정보화가 노동의 확대와 강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책!

★ 여성의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착취의 비밀임을 자세한 통계자료와 저자 자신의 직접 경험을 통해 밝히고 있는 책!

★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가 읽을 필요가 있는 신선하면서도 따뜻한 책!

□ 도서제목 : 『싸이버타리아트』(the making of a cybertariat-virtual work in a real world)
□ 지은이 : 어슐러 휴즈 | 옮긴이 : 신기섭
□ 판형 : 변형신국판(145*215mm) | 쪽수 : 296 쪽 | 정가 : 12,000원
□ 발행일 : 2004년 3월 31일 | isbn : 89-86114-65-8 04300
□ 도서분류 : <카이로스총서2>
□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시도서목록(CIP)은 e-CIP 홈페이지(http://www.nl.go.kr/cip.php )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CIP제어번호: CIP2004000657 )  
□ 알라딘 도서 검색 : http://www.aladdin.co.kr/catalog/book.asp?UID=1097335675&ISBN=8986114658

『싸이버타리아트』의 소개

1) ‘노동의 종말’인가? ‘싸이버타리아트의 형성’인가?

정보화 시대에 정말로 노동은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전 세계 노동력의 감소와 탈 시장의 도래’를 예견하였다. 정보통신 기술의 등장으로 인간의 노동이 생산과정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제거되고 있다면서 말이다. 상품생산에 참여하는 이들만을 ‘진짜 노동자’로 보는 남성 노동자의 시각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남성 노동자들은 대량 실업에 직면하고 있으며 고통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 하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여성들에게 새로운 저임금의 일자리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정보화를 통한 가사노동의 상품화가 바로 그 여성들로 하여금 광범위한 무보수 소비노동을 부담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오랜 비정규직 여성 노동 경험을 가진 저자 어슐러 휴즈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이면에는 시장에 포섭되지 않았던 가사노동을 상품화하는 과정이 놓여있음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가사노동의 상품화는 새로운 상품 제조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창출된 새 일자리를 여성들이 채우도록 한다. 자본은 항상 값싼 노동력을 찾고 더욱이 새롭게 창출된 상품이 바로 가사노동의 사회화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의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상품화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대량의 실업자를 양산하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추진력이자 동시에 오늘날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뿌리이다.

휴즈는 그의 독특한 여성주의 정치경제학의 분석방법으로 상품의 세계화와 정보화가 동시에 가져오는 노동의 비정규직화, 가정의 일터화를 추적한다. 그녀가 30여년에 걸친 끈기 있는 탐구를 통해 밝히고자 한 한 가지 문제는 가정과 일터의 구분이 사라져버리고, 상품생산노동과 서비스노동, 무보수 가사노동, 무보수 소비노동의 관계가 빠르게 변환되는 것은 정보기술과 같은 신기술의 도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휴즈는,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는 과거 가정에서 보수 없이 이뤄지던 재생산 서비스 활동들을 점진적으로 화폐경제 속에 흡수하여 상품화하는 과정에 다름이 아니라는 일반적 결론을 도출한다. 이제 노동은 가정과 공장이라는 분리된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될 잠재성을 지니고 삶의 전 부면에 걸쳐 확장된다. 그 결과 전 지구적 싸이버 시대에 새로운 유형의 프롤레타리아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들은 여성 노동자, 사무 노동자, 정보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비숙련 노동자 등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휴즈는 정보시대의 프롤레타리아트를 의미하는 조어(造語)인 싸이버타리아트(Cybertariat)라는 이름을 붙인다.

2) 편집부 서평 : 신선한 충격 – 여성주의 정치경제학이 폭로하는 정보화의 감춰진 상처

‘나’를 서술주체로 복원시키는 탈학술적-여성적 글쓰기의 힘

이 책은 시종일관 상품화 과정의 야만성을 드러내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신선한 자극을 준다. 왜 그럴까? 그것은 어슐러 휴즈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여성주의 정치경제학을 자신의 체험을 담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즈는 제도학문이 지금까지 ‘학술’이라는 명목하에 ‘나’라는 일인칭 주어를 글쓰기에서 추방해 왔다고 비판한다. 한국에서 학위과정을 밟는 모든 사람들도 휴즈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추방을 경험해 본 바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추방되었던 일인칭 주어 ‘나’를 정치경제학의 서술주체로 복권시킴으로써 독자를 저자와의 친밀한 대화 속으로 안내한다. 이 책이 신선하면서도 따뜻한 이유는 이 같은 체험적 글쓰기, 여성적 글쓰기의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이 책에서는 개인적 경험과 사회운동 과정, 현장 조사 결과 등 경험적인 자료와 맑스주의 이론이 끊임없이 대립하고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화해를 시도하고 그러면서도 긴장을 유지한다. 이것은 어슐러 휴즈 자신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이자 불안하기 그지없는 프리랜서 연구자이고, 현장에 머문 여성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이기 때문이며, 책상 앞에서 머리만 굴리는 ‘강단 좌파’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정성이 휴즈로 하여금 현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새로운 상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왜 정보화와 자동화가 (여성을 고려하고 보면) 대량 실업 사태를 유발하지 않는지, 왜 ‘지식 기반 경제’ 또는 ‘무게 없는 경제’는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소비 증가와 관계가 있는지, 왜 수고를 덜어주는 기기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여가시간을 주지 못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며 기존의 정치경제학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숨겨져 온 비밀, 가사노동의 상품화

이 책이 「신기술과 가사노동」으로 시작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신기술과 가사노동」의 요지는 신기술들이 가사노동을 상품화하는 경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좀더 읽어보면 신기술이 생산의 자동화를 가져오고 생산의 자동화는 대량 실업을 유발하므로 자본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미처 살피지 못한 측면이 무엇인가가 드러난다. 기술혁신이 상당수의 노동자를 극심한 실업과 빈곤으로 내몬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변화의 물결도 경제 전반에 영구적인 대량 실업 사태를 유발하지는 않았다. 기존의 상품을 더 적은 인원을 동원해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신규 산업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신규 산업의 핵심이 가사노동의 영역, 살림살이의 영역이라는 것이 휴즈가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다. 휴즈는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새로운 상품화의 원동력이며, 가사노동을 대체하는 상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무보수 서비스 노동의 상품화가 노동의 성격과 형태를 변형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250년 동안의 제조업 역사는 거칠게 말하면 가정에서 돈 받지 않고 하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빼앗아서 시장에 넘겨주는 역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일이 시장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돈벌이를 위한 일거리가 되고 사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환을 위한 게 된다. 이 과정은 가사노동의 사회화로 표현된다.” (40쪽)

휴즈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전통적인 여성의 가사일이 자본에 의해 끊임없이 상품화하는 과정 속에 현대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런 일을 처음에 돈 받고 대신 해주는 서비스로 상품화하고 마지막에는 이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산품 판매로 대체한다. 이 과정에는 셀프서비스형 은행 업무나 쇼핑노동, 그리고 가사기계의 관리노동 같이 주로 여성이 치러야 하는 무보수의 노동이 뒤따라야 한다. 다시 말해 가사노동의 공산품화는 기계화와 정보화로 인한 나머지 일거리를 소비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어느 단계에서건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여성들로 하여금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화에 저항하기, 그리고 재생산수단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

휴즈에 따르면 가사노동의 사회화, 상품화는 완료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휴즈는 상품화에 맞설 것을 주장한다.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새로운 노동양식과 소비양식을 창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도록 가사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통제권의 확보가 필요함을 제기한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의 자본주의의 대안을 구성했던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권뿐 아니라 재생산 수단에 대한 통제권이 동시에 요구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휴즈의 여성주의 정치경제학이 보여주는 놀라움은 정보화의 감춰진 상처를 폭로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동 세탁기와 전자레인지를 쓰면서도 이런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하던 자신의 할머니보다 더 오랫동안 가사에 매달리는 미국 밀워키나 영국 월버햄턴의 주부를, 세탁기와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컴퓨터 칩을 만들면서 극도의 착취를 당하는 말레이시아 여성의 상황과 연결시키며, 생산과 재생산 모든 영역에서 착취당하는 여성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 여성의 상황이라고 해서 이와 다른가?

이 책에서 어슐러 휴즈는, 상품의 세계화와 노동의 정보화가 낳는 노동의 단순화와 비정규직화, 하청, 공장의 해외이전, 노동자 통제의 강화, 소비자에 대한 소비 노동의 전가, 젠더(성)적 노동 분업 관계, 무보수 가사노동, 고독과 고립, 공공 공간의 잠식, 노동계급의 해체와 재형성, 노동과 휴식의 경계 문제 등을 여성주의의 정치경제학의 입장에서 체험적 호소력을 담아 감동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싸이버타리아트』의 특징

1) 1) 이 책은 여성의 정치경제학을, 가정의 정치경제학을 신선하게 제기한다.

해리 브레이버먼이 탁월한 저서 『노동과 독점자본』에서 논했던 방식, 즉 기술의 발전이 공장에 끼친 영향은 노동자의 숙련기술과 지식을 빼앗아 기계로 대체하면서 단순반복 노동에 종사하게 만든다는 공장노동 분석을 어슐러 휴즈는 가사노동에까지 확장시킨다. 즉 살림살이용 기술의 발전이 가사노동의 숙련성을 빼앗아 상품으로 대체하면서 여성들은 단순반복 무보수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휴즈에 따르면 이것은 노동의 젠더(성)적 분업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정일과 서비스업 활동의 상품화가 진행될수록,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기는커녕 가사노동이 스트레스 쌓이는 고된 일로 바뀌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걸 볼 수 있다. 공장노동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자동화의 물결이 몰아칠 때마다 숙련기술이 줄어들고 일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정보기술의 발전도 넓은 영역의 서비스 업종을 상품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단순히 새로운 제조 업종을 창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장의 사회관계 일부를 사무실, 상점, 병원, 은행에까지 퍼뜨린다. 노동의 파편화와 기계가 작업 속도를 결정하는 환경은 이제 일부 서비스 업종의 고유한 특징이 된 지경이다.” (107쪽)

2) 여성운동이 취해온 ‘가사노동의 사회화’론에 대한 비판

또한 휴즈는, 여성주의자들이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근본적인 목표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러한 목표설정은 여성이 ‘힘든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남성들과 대등하게 되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이자 여성이 날로 확대되는 노동계급의 온전한 구성원이 되면 사유재산과 여성에 대한 억압이 사라지는 사회주의 사회가 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 휴즈는 이러한 목표설정이 역사의 시험을 견디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오늘날의 여성들이 ‘가사노동의 사회화’에도 불구하고 여러 시간을 무보수 가사노동에 들여야 함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휴즈는 ‘가사노동의 사회화’ 즉 상품화 자체가 여성을 결코 해방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가정용 기기와 가사용 화학물질, 빠른 교통수단과 기타 ‘노동 절약형’ 상품들이 전례 없이 많이 넘쳐나는 20세기에 가정 일에 들이는 시간은 실제로 늘어났다… 서비스를 상품이 대체하는 건, 새로운 방식의 무보수 ‘소비’ 노동을 만드는 결과를 빚었다. 이는 과거에는 임금을 받고 고용되어서 하던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을 탈사회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상점에서 나타나는 걸 보면 그전에는 임금을 받는 점원이 하던 물건 고르기, 옮기기, 무게달기, 포장하기,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기 같은 일들을 이제는 소비자가 떠맡는다. 셀프서비스는 주유소, 현금 인출, 카페테리아 같은 서비스업에서 이제 전형이 됐다.”(102쪽)

따라서 이 책은 전기밥솥과 같은 살림살이용 기술이 발전함에도 비정규직 노동과 가사노동으로 더욱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편리한 기계들을 부리고 살면서 여성들은 아직도 웬 불만이 저렇게 많을까?’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도 분명히 삶의 중요한 영감과 지혜를 제공할 것이다.

“가사노동의 사회화 자체가 여성을 해방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곧 억압적이고 소외를 유발하는 노동 상황에서 해방됨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노동자들이 해방을 위해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한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억압적이고 소외를 유발하는 가사노동 상황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소비수단과 서비스에 대한 어떤 방식이든 통제권한을 요구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자본이 우리의 생활 영역을 점점 더 자신의 통제 범위 안으로 포섭하는 도구이다. 단지 생산 지점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지점에서 통제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억압이 계속 강화되기만 할 것이다.”(52~3쪽)

3) 이 책은 사무 노동자, 화이트칼라 프롤레타리아, 서비스 계급, 정보 노동자로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지며 형성되고 있는 노동계급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를 시도한다.

어슐러 휴즈는, 노동의 비물질화 경향과, 경제성장을 동반하지 않는 생산성의 역설, 세계화로 지지되는 ‘거리의 사멸’ ‘무게 없는 경제’ ‘접속된 경제’ ‘디지털 경제’ ‘지식 기반 경제’ 등등의 신경제 신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전자혁명과 정보혁명이 가져오는 싸이버 공간을 재구조화하고 이 가상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세계를 드러나 보이게 하면서 고용의 성격과 노동자로서의 삶의 모습이 바뀌고 있음을 추적한다. 그것의 결론은 상품의 세계화와 정보화가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치며 초래하는 대량 실업과 그 맞은편에서 창출되고 있는 노동의 새로운 형태, 즉 가상 노동과 진짜 세상을 연결하는 세계화한 싸이버타리아트의 형성이다.

“최근에 작업을 하면서 텔리매틱스(telematics, 통신+정보과학)와 관련된 일들을 어떻게 이름 지을지 하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전통적인 이름들은 만족스럽지 않다. ‘화이트칼라’는 이미 1950년대에 전형적인 모습을 상실한 남성 사무직 노동자를 특별히 지칭하는 것이다. ‘비육체노동’이라는 말은 하루 종일 자판을 두드리는 물리적 현실을 무시한다. ‘사무(실) 노동’은 특정한 위치와 연결되어 있지만, 최근의 발전 양상은 이런 일들을 (굳이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신조어 대부분은 상황이 이보다 더 못하다. ‘원격 통근자’(Telecommuter)라는 말은 단지 어떤 장소(도심의 사무실)를 다른 장소(가정)로 대체한 사람을 지칭할 뿐이다. ‘원격 노동자’(Teleworker)는 일자리를 이미 옮긴이들에만 한정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일이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될 잠재성을 지닌 노동계급 전체에 적용될 수 없는 말이다.”(231~2쪽)

4) 아이를 죽여 가며 일해야 하는 여성 철도노동자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소금>을 방불케 하는 책

이 땅의 노동자들, 특히 노동자 중에서도 더 소외된 여성 노동자들은 꼭 필요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금’과 같다. 어슐러 휴즈는, 1970년대 이후 작업장 내 건강, 특히 여성의 건강과 안정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 6장 「작업장 내 여성 건강」에서 여성 노동자의 삶을 세밀하게 다룬다. 휴즈는 일터에서의 경험은 결국 몸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논한다.

“신규 산업의 저임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무보수 가사 노동자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초과 착취를 당하는 임금 노동자로서, 신기술이 끼치는 최악의 영향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모든 여성,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임금 노동자의 조건도 따라서 악화될 것이다.” (54쪽)

“임금노동이 여성의 행복한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는 의학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질병 이외에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불편함, 긴장, 불행감을 포함한 나쁜 상태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의 안전 기준이 노동자를 젊고 튼튼한 백인 남성으로 전제하고 마련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화학물질 노출치 검사는 보통 해병대에서 ‘자원자’를 받아 실시한다.) 이런 기준치는 몸집이 더 작은이들과 늙거나 장애 때문에 영향을 더 심하게 받을 수 있는 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116~7쪽)

영어판 추천사

★ 어떤 독창적 정신에 의해 사회과학에 하나의 신선한 자극이 주어지는 순간은 찬양할 만한 가치가 있다. 어슐러 휴즈의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을 폭넓은 대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바로 그러한 순간이다. – 콜린 레이스, 퀸스 대학 명예 교수

★ 이 책은 예리한 이론적 독창성을 가지고 노동과 기술의 변형에 대해 설명한다. 어슐러 휴즈는 매우 실천적인 이해에 기초한 명석함을 가지고 현존하는 추상적 모델들을 관통해 내는 드문 능력을 갖고 있다. 『싸이버타리아트』의 함축은 미래를 위한 급진적 전략을 사고함에 있어서 드넓은 영향을 미친다. – 실러 로버샘, 영국 맨체스터 대학 교수

★ 어슐러 휴즈는 현대 자본주의에서의 삶에 대한 분석가로서는 비길 데가 없다. 그녀의 지식과 경험의 범위는 놀랄만하다. … 미시전자 기술 속에서 혁명을 이해하는 그녀의 능력과 그것을 노동의 변형에, 젠더와 계급의 재구조화에, 그리고 사회적 삶의 모든 부면의 상품화에 연결하는 그녀의 능력은 최상의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이것은 진실로 교육적인 경험일 뿐만 아니라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다. – 리오 파니치, 요크 대학 연구 교수

★ 휴즈는 정보화 시대의 신화를 해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면도날처럼 예리한 분석과 위트를 가지고 말이다. – 죠언 그린봄, 라카르디아 공동체 대학 교수

저자, 역자 소개

저자 : 어슐러 휴즈(Ursula Huws)는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 노동 세상 연구소(Working Lives Research Institute)의 국제 노동 연구학 교수이다. 그는 또 연구 자문기관인 어낼리티카(www.analytica.org.uk) 의 소장이며 1970년대 이후 노동과 기술에 관한 평론을 해왔다.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에 참여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캐나다의 연간 학술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 미국의 월간지 『제트 매거진』, 영국의 『뉴 스테이트먼』 등에 글을 썼다.

역자 : 신기섭(Shin Ki Sup, 1964~)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0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그해 3월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하였다. 한겨레신문사에서는 편집부와 생활과학부, 경제부, 사회부를 거쳐 현재는 여론매체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번역서로 『이제는 미국이 대답하라』(당대, 2000), 『복권의 역사』(필맥, 2003)가 있다.

『싸이버타리아트』한국어판에 부치는 저자 서문 : 세계화와 싸이버타리아트 보기 http://galmuri.co.kr/bbs/zboard.php?id=writerin&no=100
『싸이버타리아트』역자후기 보기 http://galmuri.co.kr/bbs/zboard.php?id=writerin&no=101

『싸이버타리아트』 목차

감사의 말 5
콜린 레이스의 발문 11
한국어판에 부치는 저자 서문 17
영어판 서문 25

1장 신기술과 가사노동 39
2장 살림용 기술 : 해방자인가 속박자인가 55
3장 말단의 고립 : 망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노동과 여가의 원자화 65
4장 전 세계로 확대된 사무실 : 정보기술과 사무직 노동의 재배치 85
5장 상품화에 맞서기 : 공장 밖에서의 유용성 창출 93
6장 작업장 내 여성 건강 115
7장 재택근무 : 전망들 129
8장 집단적 꿈의 쇠락 : 여성과 기술에 관한 연구 20년 반성 153
9장 물질세계 : 무게 없는 경제의 신화 189
10장 싸이버타리아트의 형성 : 진짜 세상의 가상 노동 229
11장 누가 기다리고 있는가? : 시간 논쟁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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