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신문> 서울대병원 조합원의 글…

<서울대학교병원 성상철 병원장님께>

[한겨레] 병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11년째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지금 서울대병원은 20일이 넘는 초유의
장기파업이 진행중입니다. 저는 병원장님께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귀담아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장님도 아시다시피,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이유로 매년 300억원의 국고보조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서울대병원은 다른 국립대 병원이나 사립대 병원보다
높은 병실 차액료를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뜯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느 병원에도 없는 단기병상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기병상제는
2주일 이상 입원하게 되는 환자들은 6인용 병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서약서를 강요하기까지 합니다. 한 환자가 2개월 동안
입원했을 경우 2인실에 입원한 환자는 병실 차액료로 628만여원을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부담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병원장님은 이런 제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병원은
단기병상제를 운영하고 나서 입원 대기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건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입원 대기가 많이 준 것은 혹시 비싼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퇴원하거나, 비싼 병원비 때문에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2003년에 노동조합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행한 설문조사에서 ‘6인실로 가지 못해 입원비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퇴원을 고려한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55%가
‘그렇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것뿐입니까 서울대병원은 입원 환자들의 텔레비전 시청까지 돈을
내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병원장님! 국민의 세금을 300억원씩
지원받는 서울대병원이 해도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우리 조합원들은
병원의 이런 정책을 반대합니다. 그동안 저희 노동조합은 진료비를
상승시키는 선택진료제 폐지 등을 포함한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끊임없이 제기해왔습니다. 올해는 그 중 가장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주말병실료 인하, 단기병상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병원장님은 너무나 정당한 요구인 주말 병실료 인하,
단기병상제 폐지, TV 무료시청 요구를 수용해야만 합니다.

또한 완전한 주 5일제 시행과 그에 따른 적절한 인력 충원 요구를
수용해야 합니다. 7월 1일부터 주 5일제 시행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복지부와 병원은 주 5일에 따른
정규직의 인력충원과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해 오지 않은
채 법 시행을 하루 이틀 앞두고 아무것도 준비를 못 했으니 연기해
달라며 그 책임을 노동조합에게 떠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는 보호해야 할 모성도, 질병에
대한 휴식도, 모두 예외조항이었습니다. 임산부 야간근무 금지가
법적으로 확보되어 있음에도 인력충원을 해주지 않아 야간근무를 하고
있으며, 질병에 걸려도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산부는 생리를 안하니 이미 받았던 생리휴가조차
도로 토해 내 놓으라고 했던 것이 서울대병원 현실입니다.

이제는 주5일제 시행과 함께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생리휴가에 따른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실제로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나마 신규직원과 기존직원의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간의 차별을 저희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더욱 저희를 분노케 한 것은 치과병원장 장영일
원장의 노동조합 승계 거부였습니다. 노동조합의 결성과 그 분리와
통합은 노동조합의 당연한 권리이지 사용자의 권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적 원칙의 위배이며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병원장님! 노동자들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병원이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나섰습니다. 또한 6월 23일의 보건의료노조의
지부교섭, 지부투쟁으로 전환한다는 지침에 따라 파업 투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장님은 현재 잠정중단된 산별교섭을 핑계로
조합원의 요구를 외면하고, 파업이 중단되어야 교섭이 진행될 것처럼
하면서 교섭자체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더우기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공권력 투입 요청을 하고 성실하게 교섭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저희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주실 것을 간절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