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를 반대합니다.

“약대 6년제”는 한의협과 약협 두 단체만이 참여한 자리에서 하루밤만에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절대 국민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약대 6년제가 합의되는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보건의료관련 단체와 시민 단체와의 합의기구” 를 통해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정당한 합의를 거쳐야 됨에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룻밤의 담합을 통해 통과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마치 약대 6년제가 모두에 의해 합의 된 양 국민에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여기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약대 6년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민단체들 또한 국민을 대표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여러 의견들을 수렴하고 미리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약대 6년제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그 잠재된 위험성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약협에서 추진하는 임상약사 배출의 의도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임상약사”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게 되면 국민 건강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면허약사의 2.8%, 신고약사의 약 5%에 불과한 병원 임상약사 양성을 위해 전체적인 약학 교육제도를 6년제로 전환하는 것은 고등교육 인력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병원 임상약사의 양성은 현재의 제도 하에서 졸업 후 연수 및 대학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방안들이 수립될 수 있으며, 졸업생의 진로를 고려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약대6년제를 하지 않고도 국민들을 위한 임상약사는 배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임상약사 제도에는 좋은 점만 있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임상약사는 일반 약국에서 간단한 질환에 대하여 약을 주며 대체조제를 시행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약의 무분별한 사용과 약사의 임의 조제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 할 수가 있고 이것은 의약분업의 기본정신인 약물 오남용 방지 및 약의 투여에 있어서의 안전성 향상에도 위배됩니다. 또한 이 임상약사는 고급 인력이 되어 병원 근무 약사 경우 연봉만 1억입니다. 문제는 6년제 약대 졸업생 중 임상약사는 소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대부분이 개원약사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들 또한 임상약사와 같은 교육을 받은 자들이기에 임상약사와 같은 의료수가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약대 6년이 세계화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약협의 주장과는 달리 선진국 중 6년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일부입니다. 또한 약대 6년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알려진 미국의 경우에도 약사를 2단계로 구분하여, 일부 약사만 연수를 통해 임상약사를 하면 오히려 다른 실습약사의 경우 1년의 연수만으로도 약사의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또한 선진국에서도 자국 의료시장 보호를 위해 의료시장 개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선진국도 개방하지 않고 있는 의료 시장을 상황이 더 불리한 우리나라에서 과연 개방하려고 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약대 6년제를 실시하는 것은 의료개방에 대한 대비가 아니라 자국의 교육 실정에 맞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볼까요? 세계화를 위해 약대 6년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약협과 약대생들이 국민들에게 약대 6년제를 주장하려면 “세계화”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꺼내는 것 보다 “우리 교육 형태에 맞기때문에” 라는 쪽으로 주장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약대 6년제는 아직 준비가 부족합니다. 오랜 기간동안 약대6년제가 논의되어 왔지만, 그에 비해 지금까지 준비된 상황을 보면 아직은 부족합니다. 임상약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교수님과 병원 실습이 준비 되어야 함에도 교수 충원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현재 서울대 약대에는 80여명의 교수님이 있지만. 그중 임상약학을 전공하신 분은 단 한 분에 밖에 없으며. 다른 지방대 약대의 경우 20~30명의 교수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중 임상약학을 전공하신 분은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500여명의 임상약학 전공 박사가 있다고 하나. 이 인원은 온전한 임상약학 분야의 교육을 시행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입니다. 교수님뿐만 아니라 2년간 늘어나는 기간에 맞춰서 필수적으로 늘어나야 할 강의실, 실험실 등 각종 시설에 대한 계획도 미비합니다. 이러한 사항은 계획이 세워진다고 바로 시행되기 어려운 것들이며, 시행이전에 미리 논의되고 준비되어야 할 사항들입니다.

이러한 위험성이 제거 되지 않는 다면 국민들을 위한 임상약사 제도는 그 도입 자체가 문제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이러한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약대 6년제 통과를 결정해 버린다면, 또 통과후 위와 같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문제들이 발생하는 일은 막았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충분한 공개적인 협의를 거치고 국민들의 합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