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40일 넘긴 이유?
△ 서울대병원 파업이 40일을 넘어섰지만, 협상 타결의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쪽은 완전한 주5일제 쟁취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병원쪽은 산별타협안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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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병원 노동조합이 40일을 넘겼다. 지난달 10일 보건의료노조가 △주5일제 쟁취 △비정규직 정규직화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뒤 산별교섭이 속속 타결되면서 지난달 23일 파업을 끝냈지만 서울대병원은 여전히 ’노사 전쟁’ 상태다.
오히려 파업규모가 산별파업 초기 300명선에서 최근에는 800명선까지 늘어날 정도로 더욱 치열해졌다. 노조원들이 병원 2층 로비, 주차장 등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서울대병원은 파행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조는 차별없는 주5일제 전환과 생리휴가 및 월차의 동등한 적용, 단기병상제 폐지와 병실료 인하(의료 공공성 확보 차원) 등 지부 요구안이 수용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업 해결의 돌파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 파업 장기화 왜?
장기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산별체결안이 지부 노동자들의 요구안과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쪽은 타결된 산별협약 외에 △정규직 차별없는 휴가 보전수당(인원충원 포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의료 공공성 확보(단기병상제 폐지, 병실료 인하, TV 무료시청) 등 지부안의 수용을 병원 쪽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1일 “산별협약에는 기존 직원에 대해서만 생리휴가 보전수당을 지급하기로 돼 있는데, 이는 정규직 사이의 또 다른 차별을 불러온다”며 “제주대·영남대를 비롯한 27개 지방공사 의료원이 지부교섭을 통해 차별없이 적용하기로 합의한 만큼 신규 충원된 인력에 대해서도 동등한 보전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병원 쪽은 “이미 타결된 산별협약에는 절대 손댈 수 없다”며 노조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김애란 서울대병원 노조지부장을 포함한 15명의 노조원에게 대기발령과 15억원의 손배가압류 신청으로 맞서고 있어 노사대립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노조 쪽은 노조원들에 대한 고소는 차치하더라도 전체 노동자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손배·가압류’ 조처를 당한 데 격분하고 있다. 또 ‘손배·가압류 철회’는 민주노총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내세운 핵심 쟁점인 만큼 노동계의 반발도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노총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공공병원으로서의 서울대병원 제자리찾기 공동대책위’ 현정희 집행위원장은 “장기간 파업은 노조사 생긴 이래 이번이 처음”이라며 “새로 부임한 성상철 병원장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교섭보다는 무노동무임금 적용, 대기발령·해고, 손배·가압류 등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지난 16일 손배·가압류를 철회하고 노조탄압을 중단하라고 병원 쪽에 촉구했으며, 민주노총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서울대병원 노조원들이 병원 2층 로비에서 장기파업과 관련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이같은 노조의 움직임에 병원 쪽은 손배·가압류 제기가 불러올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파업을 풀기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손배·가압류 제기가 노조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 타결전망은 여전히 ‘흐림’
병원과 노조는 산별 합의안 도출 이후 ‘주5일제’에 따른 인력충원 등의 문제를 놓고 수차례에 걸쳐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타경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노조가 “지난달 23일 산별교섭 타결 이후 ‘산별총파업에서 지부파업으로 전환한다’는 보건의료노조 지침에 따라 진행하는 이번 파업이 쟁의절차를 거친 합법파업”이라며 병원 쪽의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병원은 ‘파업을 풀어야’ 교섭에 임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40일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양쪽의 생각은 너무도 다른 셈이다. 노동부 역시 서울대병원 노조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이 무슨 안을 내놓고, 교섭에 임해야 타협을 하든 할텐데 그런 행동조차 없으니 파업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며 “병원이 조속한 타결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번 파업은 양쪽이 조금씩 양보해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병원이 노조에 선물을 주거나 노조가 산별협약을 넘어서는 요구조건을 철회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파업이 길어지는 것은 부담스런 눈치다.
어쨌든 서울대병원 파업과 노사대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은 환자들이다. 이미 서울대병원 환자들의 수술률은 30% 이하로 떨어졌고, 입원실 가동률도 50%선을 밑돌고 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 쪽은 병원정상화가 지연되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노조원 역시 무노동무임금 적용과 손배·가압류, 보복인사 등으로 고통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사 양쪽 모두 빠른 시일내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