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닐프로판올아민(PPA)의 유해성을 4년여간 감춰온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늑장 행정’으로 인한 피해보상
여부가 사법부 판단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법무법인 대륙은 24일 PPA 성분 함유 감기약을 복용한 뒤
사망 또는 후유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 및 유가족
을 대신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제약회사 등을 상대로 5억
여원의 손해집단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소를 제기한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고통은 심각한 장애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파주의 여모씨(사망·당시 44세·여)는 지난해 12월 초 상
비약으로 구입해 둔 국내 제약회사 ㅇ사와 다국적기업
ㄱ사가 제휴해 만든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을 복용한 후
하루 만에 뇌출혈을 일으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숨졌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43·여)는 지난 3월 말 약국에서 PPA가
함유된 4종의 약을 구입, 1주일 정도 복용했다가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 후 생명은 건졌지만 심각한 운동장애를 겪고
있다.
박모씨(38·여·인천)도 지난 4월 초 국내 ㅋ사가 만든
감기약을 복용한 후 뇌출혈로 인한 운동장애, 기억상실,
언어장애를 겪고 있다.
이들은 소장에서
▲PPA가 출혈성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 발표 후 4년이나 판금조치를 안한 점
▲최대 복용량 100㎎ 이상인 복합제에 대해서만
판매금지 조치한 점
등을 들어 식약청의 국가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또 제약회사들에 대해서는 의학계 보고서 발표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고문구조차 부착하지 않고 PPA 감기약을 계속
판매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판매중지를 권고했음에도 브랜
드를 빌려주고 성분제조 등에 대한 기술감독을 해준 대가로
거액을 챙긴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에
대해서는 별도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대륙의 서권식 변호사는 “재판의 쟁점은 원고들의 피해 여
부와 제약회사의 불법행위 여부, 불법행위와 피해의 인과관
계 등 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PPA의
유해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PPA 성분이 함유된 약
을 먹고 사망 또는 장애를 겪고 있는지 등의 인과관계를 증
명하기가 쉽지않아 승소를 단정키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ㅇ사측은
“식약청의 조치에 따라 판매를 했을 뿐
유해성을 알 수 없었다”,
“소송 내용이 확인되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