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 조제가 아닌 목적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과반수가 어떤 것을 구입할지 스스로 판단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팀이 최근 복지부에 제출한 ‘공급부문 국민보건계정의 구축을 위한 기반조사 및 활용’이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을 이용한 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약국을 방문한 사람들 중 본인의 판단에 의해 구매품목을 결정한 경우는 61.9%(159건)였으며 약사의 권유에 의한 경우 36.6%(94건), 의사의 권유는 0.5%(1건)로 나타났다.
처방전 없이 약국을 방문한 경우의 대부분은 드링크와 영양제를 포함한 의약품을 구입한 사례로 97.0%(258건)를 차지했으며 건강보조식품 구입과 화장품 구입 등은 각각 1건(0.4%)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안전성만 입증되면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안전성이 확보된 일반의약품의 경우 슈퍼마켓 판매를 허용해서 국민이 저비용 자가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영양제 등 일반의약품이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며 “환자 편의를 높이는 차원에서 우리나라도 영양제나 드링크류등의 판매 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해서는 안되며 조속히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약사회는 이 조사결과가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지정 확대, 즉 슈퍼마켓 판매허용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이형철 정책이사는 “이번 PPA 사건은 일반의약품이라도 국민들에게 끔찍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계기”라며 “모든 의약품은 전문가가 취급해야 한다는 약사회의 입장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정책의 큰 틀은 점차 의약외품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잡혀있지만 소화제나 해열제 등에 대한 허용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안전성이 확실히 밝혀진 일반약품을 중심으로 의약외품을 확대하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안전성이 확보되고 약품구입시 부작용이 충분히 고지된다면 소비자 접근성을 살릴 수 있는 슈퍼판매 허용에 찬성한다”며 “만약 허용된다면 약사용 설명서가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규제개혁위원회는 2002년 말부터 복지부에 의약외품 범위를 확대해 소화제나 해열제까지 슈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권고해 왔다.
메디게이트뉴스 최희영기자 (nfree@medigate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