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날에
- 04.09.18.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 출범에 부쳐
보셔요 어머니
오늘 저희는
첫걸음마 떼었어요
살아갈 날 헤쳐갈 일
구만리요 태산같겠지만
이제 시작이에요
부모님께 형제에게,
동지에게.친구에게,
그리고,
그리고 우리 애기 엄마아빠들에게
차마 말 못하고
모대기던 날 그 몇해였던가요…
참기힘든 수모와 멸시
앞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좌절로
눈물과 한숨으로 잠못든 밤
그 몇일이던가요
보셔요 어머니 지켜보셔요
이젠 울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한숨쉬고 앉아만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린,
뇌가, 호르몬이, 혹은 습성이 이상한
비정상인도 그렇다고 변태도 아니란 걸
보여줄 거예요
똑똑히 보여줄 거예요
자기와 다름을 인정않는
우리들 안의 또다른 국가보안법 깨부수고,
‘좋아하는 것’ 은 좋아하는 것대로
‘다름’ 은 또 그것대로 인정하는 사회
‘차이를 인정하여 더 큰 하나’ 가 되는
참 자주사회 참 평등사회 참 통일사회,
하여 참으로 사람사는 사회 만들어 갈 거예요
어머니 기뻐해 주세요
오늘은,
당신의 아들딸이
이제사 ‘정상적인 사람’ 으로 인정받는,
그 걸음마 떼는 첫날이예요
어머니 제 손을 잡아주셔요
저랑, 우리랑 손잡고 가요
당신의 아들딸이,
모든 사람이 고드롭고 자주로운
저 길로
저 사람사는 사회로요
어머니, 이제 눈물일랑 거두고 가요
손잡고 웃으며 같이 가요
사랑하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