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낮은 단계 연방제의 진입국면, 민족민주세력은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낮은 단계 연방제의 진입국면, 민족민주세력은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2005년 7월 17일
김영현

1. 급변하는 정세를 바라보는 민족민주운동가의 시각
2. 6.15공동선언 제2항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3. 2005년 6.15민족통일대회의 내용과 형식이 의미하는 것
4. 제15차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5. 낮은 단계 연방제의 진입국면에서 민족민주세력이 할 일

1. 급변하는 정세를 바라보는 민족민주운동가의 시각

6.15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기점으로 조선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에는 남북해외의 사회단체대표들과 남북 정당대표 및 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족통일대회가 열렸다.
대회에서는 민족통일선언문이 발표되었는데, 그 선언은 지금 ‘제2의 6.15공동선언’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6월 17일에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이남의 대통령특사를 접견하였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본방향을 제시하였다.
6월 22일에는 제15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고, 이튿날 12개항의 합의사항이 발표되었다. 합의는 남북관계의 모든 분야를 다루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7월 10일에는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열렸고, 그 결과 12일에 12개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합의문은 남북경제협력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청사진의 성격을 띠는 것이었다.
한편, 7월 9일에는 조미 양측이 제4차 6자회담의 7월 말 개최를 합의하였다.
각계에서는 그것을 조미대결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일주일이 멀다하고 중대한 회담이 열리고 무게있는 선언 및 합의들이 발표되고 있다는 것, 이것은 지금 조선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징표가 아닐 수 없다.
급변하는 정세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올바른 실천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부르주아언론들은 조선반도 정세를 설명하면서 ‘경색국면’과 ‘호전국면’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것은 그들이 조선반도 정세를 ‘경색국면’과 ‘호전국면’이 거듭되는 변동의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정세변화의 표면에 드러난 양상만을 추적하여 얻어진 것일 뿐, 그 본질을 밝히는 분석으로는 되지 못한다.
실천활동으로 정세를 개척해야 하는 민족민주운동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르주아언론의 표피적 시각이 아니라 정세변화의 본질을 투시하는 심층적인 시각이다.

사회역사적 운동은 주체가 있는 운동, 주체의 운동이다.
사회역사적 운동의 근본원천은 주체의 자주적 요구이며, 그 운동의 원동력은 주체의 창조적 힘이다.
운동의 본질은 그 근본원천과 원동력을 중심으로 바라보았을 때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역사적 운동의 본질은 주체의 자주적 요구와 창조적 힘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을 때 올바르게 밝혀질 수 있다.
조선반도 정세라고 일컬어지는 사회역사적 운동에서 주체는 조선민족이다.
조선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조선반도 문제에서 자주적 요구를 내세우고 창조적 힘으로 그 요구를 실현해 나가는 주체는 조선민족이다.
그러므로 조선반도 정세의 본질은 조선민족의 자주적 요구를 기준으로, 조선민족의 주체역량이 벌이는 활동을 중심으로 바라보았을 때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

지금 조선민족이 내세우고 있는 자주적 요구는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이다.
미국이 이남을 식민지로 강점하고 조국을 분단시켜 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조선민족은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근본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조선민족의 활동을 자주통일운동이라고 부른다.
조선민족의 자주통일운동은 자주통일이론에 입각하여 전개되고 있다.
조선민족의 자주통일이론은 그 운동의 전략목표와 전술목표를 밝혀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와 경로 및 방법을 밝혀준다.
그러므로 조선반도 정세의 본질을 파악하는 작업은 자주통일이론이 어떻게 현실로 되어가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의 초점은 조선민족의 자주통일이론에 입각하여 그 운동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밝히는데 맞춰질 것이다.
즉, ‘경색국면’과 ‘호전국면’이 거듭되는 것 같아 보이는 정세변화 속에서 발전단계의 경계선을 찾아내고 현 단계의 임무를 밝히는 데에 글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정세변화의 저변에 깔려있는 본질을 드러내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6.15공동선언 제2항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주통일이론은 자주통일운동의 전략목표와 전술목표를 밝혀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와 경로 및 방법을 밝혀준다.
여기서 자주통일운동의 목표에 관한 이론은 곧 통일방안에 대한 이론을 말한다.
자주통일운동의 목표란 자주적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며, 통일방안이란 바로 그 통일국가의 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조선민족 앞에 통일방안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과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이다.
이남 당국에서 내놓은 ‘국가연합안’은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분리시킨 채 독립국가의 연합을 만들자는 것이므로 통일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과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에 근거하여 자주통일운동의 전략목표와 전술목표를 확인해 보려 한다.
전술목표는 전략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이므로, 이 작업은 자주통일의 단계와 경로를 확인하는 것으로도 될 것이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은 김일성주석이 1980년 10월 “조선로동당 제6차대회에서 한 중앙위원회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제시한 통일방안이다.
그 이전까지 이북이 내세웠던 통일방안이 총선거를 통해 단일한 체제를 가진 하나의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방안이었던데 비하여,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은 각기 다른 체제를 가진 두 지역정부 위에 중앙정부를 두고 하나의 연방국가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남북총선거 방안이 남북의 사회발전단계상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시기의 통일방안이라면, 80년에 제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은 30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 동안 벌어진 남북의 사회발전단계상 차이를 반영한 통일방안이다.
그 차이란 민중민주주의혁명단계와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이북에서 이야기하는 바 조국통일문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하고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 문제’이므로 연방공화국의 본질적 속성은 민족자주성이다.
따라서 연방공화국의 남측 지방정부는 자주성을 가진 정부여야 한다.
즉 이남에서 친미예속정권이 물러나고 자주적 민주정권이 들어서야 연방공화국이 건설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남에 자주적 민주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그 체제는 사회주의체제가 아니라 민중민주주의체제이므로 남북 사이에는 체제상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그러한 체제상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 남북에 각각 자치권을 행사하는 지방정부를 두는 방안인 것이다.
요컨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은 민족자주성이라는 본질적 공통성을 반영한 하나의 연방국가, 주체사회주의체제와 민중민주주의체제라는 비본질적인 상이성을 반영한 두 개의 지방정부를 세우는 통일방안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각각 어떤 권한과 임무를 맡게 되는 것일까.
이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과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의 차이를 이해하는데서 중요하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의 중앙정부는 최고민족연방회의와 그 상설기구인 연방상설위원회이다.
이 중앙정부는 나라와 민족의 전반적 이익과 관계되는 공동의 문제들을 토의결정하며,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모든 분야에서 남북 사이의 단결과 합작을 실현한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의 지방정부는 연방정부의 지도아래 전 민족의 근본이익과 요구에 맞는 범위에서 독자적인 정책을 실시하며, 모든 분야에서 남북 사이의 차이를 줄이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국가기구의 권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고려민주연방공화국에서 정치·군사·외교분야에 관한 권한은 중앙정부에 귀속된다.
그리고 경제·사회분야에 관한 권한은 주로 지방정부에 귀속된다.
여기서 주로 귀속된다는 것은 그 권한들이 지방정부에 독점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므로,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 등의 분야에 대한 국가의 권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행사된다.

그렇다면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은 무엇이며, 그것이 오늘의 현실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2000년 6월 15일 평양회담을 통해 발표된 6.15공동선언에는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사항이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남과 북(북과 남)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2000년 10월 6일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 제시 20돌 기념 평양시 보고회에서는 낮은 단계 연방제를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 두개 정부의 원칙에 기초해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개의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가지게 하고 그 우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법으로 북남관계를 통일적으로 조정해 나가는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방안은 김일성주석이 1989년에 문익환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밝혔고, 문익환목사-조국평화통일위원회 공동성명에서 공식발표되었으며, 김일성주석이 1991년 신년사와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을 통해 다시 천명한 바 있는 통일방안이다.
김일성주석은 연방제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보다 쉽게 이루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연방공화국의 지역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점차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더 높여 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 지방정부는 정치·군사·외교분야에 관한 권한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남북관계를 조정하고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설을 준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높은 단계 연방제 즉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설로 나아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그 과정은 지방정부가 행사하던 정치·군사·외교분야의 권한을 점차 중앙정부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의 중앙정부를 민족통일기구라고 부른다.
남측의 연합제안은 본래 ‘국가연합안’으로 불리며, 분단된 독립국가간의 연합에 의한 교류와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므로 본질상 통일방안이 아니라 평화적 영구분단 방안이다.
그러므로 통일을 지향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와 영구분단을 지향하는 ‘국가연합안’은 그 본질에서 상이하다.

그렇다면 6.15공동선언에서 밝힌 두 안의 공통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남북 정부에 정치·군사·외교권을 두고 남북관계를 조정하는 기구를 두는 형태상의 공통성이다.
요컨대 상설적인 민족통일기구를 수립한다는 것이 그 공통성인 것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 민족통일기구는 지방정부보다 상위에 있는 중앙정부의 위상을 가지나,
‘국가연합안’에서 ‘민족통일기구’는 남북의 독립정부보다 하위에 있는 교류협력기구이다.
그것은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에서 이야기하는 명실상부한 민족통일기구와 다르다.
6.15공동선언 제2항은 두 방안의 형태상 공통성을 살려 민족통일기구를 수립하기로 한 합의이며, ‘국가연합안’을 ‘국가’를 뺀 ‘연합제안’이라고 고쳐 명명하고 ‘나라의 통일을 위한’이라는 전제를 명시함으로써 그 성격이 평화적 영구분단이 아니라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되어야 함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6.15공동선언 2항은 본질상 낮은 단계 연방제를 합의한 항목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은 민족자주성을 근본속성으로 하는 1민족 1국가 2정부 2체제의 통일방안으로, 정치·군사·외교부문에 관한 권한이 중앙정부에 귀속되고 지방정부는 사회·경제부문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형태이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설은 자주통일운동의 전략목표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지방정부가 정치·군사·외교부문에 관한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는 상태에서 중앙정부인 민족통일기구를 건설하여 남북관계를 조정하고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설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자주통일운동의 전술목표이다.
6.15공동선언 제2항은 본질상 낮은 단계 연방제를 합의한 조항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과 ‘국가연합안’은 형태상 공통성과 본질적 상이성이 존재하지만, 6.15공동선언은 ‘국가연합안’을  ’연합제안’이라고 고쳐 명명하고 ‘나라의 통일을 위한’이라는 전제를 명시하여 그 본질적 상이성을 제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6.15공동선언 제2항을 실현하는 것은 낮은 단계 연방제를 실현하는 것이며, 그것은 당연히 자주통일운동의 전술목표가 된다.

이상의 검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자주통일운동이 두 단계를 거쳐 전개된다는 점이다.
그 두 단계란 낮은 단계 연방제의 전술목표를 실현하는 단계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설의 전략목표를 실현하는 단계이다.
자주통일운동은 전술목표를 실현하는 단계를 거쳐 전략목표를 실현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3. 2005년 6.15민족통일대회의 내용과 형식이 의미하는 것

그렇다면 이러한 자주통일운동의 전략목표와 전술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2005년 6.15민족통일대회가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6.15민족통일대회를 형식과 내용의 양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밝혀질 수 있다.

먼저 형식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6.15민족통일대회는 사회단체 차원의 민족공동기구인 6.15공동위원회가 주최하여 개최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이 대회를 사회단체 차원의 행사라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당국대표들과 정당대표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과정에서 당국자 대회가 따로 열린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남북 정부당국은 단순한 참관자가 아니라 행사의 주체로 참여하였다.
요컨대, 6.15민족통일대회는 정부·정당·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한 대회이며, 사회단체들은 앞장서서 그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2000년에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 당국간 회담도 진행되어 왔고, 정당간의 접촉도 있었으며, 사회단체간의 민간교류도 계속되어 왔으나 정부·정당·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한 정치회합이 개최된 것은 2005년 6.15민족통일대회가 처음이다.
6.15민족통일대회가 1948년 4월 18일에 열린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처럼 상하층통일전선의 구성원들이 모두 모인 정치회합이라면, 그 안에서 열린 당국자대회는 4월 30일 남북조선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에 비견될 수 있는 상층통일전선의 정치회합이다.
이북에서는 4월 30일의 이 협의회를 ‘쑥섬회의’라고 부르고 있다.

다음으로 내용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6.15민족통일대회의 내용을 압축한 것이 민족통일선언문이므로 그 선언문을 분석하면 이 정치회합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선언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
②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날을 ‘우리민족끼리의 날’(6 .15 공동선언발표 기념일)로 정하고 민족공동으로 기념할 것
③ 민족공동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당국사이, 민간사이의 공동보조를 도모하고 연대를 강화하며 다방면적인 협조를 강화해 나갈 것
④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이 땅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가꾸어 나갈 것
⑤ 6.15공동위원회를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온 겨레를 하나로 단합시키고 조국통일운동을 거족적으로 힘있게 추진시켜 나가는 가장 폭넓고 위력한 통일애국 운동기구로 강화발전시켜 나갈 것.

선언의 첫째 항에서는 이 대회가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대회이며, 그 대회에서 발표된 선언문에 자주적 평화통일의 지향이 일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둘째 항과 셋째 항은 6.15공동선언을 민족공동의 통일선언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며 남북의 당국과 민간이 이 선언의 실현을 위한 민족공조를 실천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의 날’을 정하고 기념하는 것은 민간만의 노력으로는 온전히 실현될 수 없는 일이며, 정당과 당국이 모두 나서서 그 제도화를 담보해야 하는 성격의 선언이다.
셋째 항의 선언이 민간 차원의 격을 넘어서는 내용을 담고 있음은 물론, 둘째 항의 선언도 민간 차원의 격을 넘어서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조항은 민족통일선언문의 성격이 민간 차원의 선언문이 아니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선언문이 6.15공동위원회의 이름이 아니라 민족통일대회의 이름으로 발표되었으므로, 그 형식에서도 민간과 당국이 함께 발표하는 선언문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넷째 항에서 핵전쟁의 위협을 제거할 것을 선언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비핵화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며 간접적으로는 주한미군철수의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항은 앞서 항에서 선언한 당국사이, 민간사이의 민족공조가 어떤 조직적 틀거리에서 진행될 것인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장 폭넓고 위력한 통일애국 운동기구’란 정부·정당·사회단체를 총망라한 기구를 말한다.
그러므로 이 항은 당국과 민간의 민족공조를 통해 6.15공동위원회를 정부·정당·사회단체를 총망라한 기구로 강화발전시킬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며 정부·정당·사회단체를 총망라한 기구는 바로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 세워지는 민족통일기구이다.
조국땅에 분단의 비운이 드리우던 1948년,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는 그 결정서와 격문들에서 분단을 거부하고 미소양군의 동시철거를 요구하였으며,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는 공동성명서에서 미소양군철거안을 지지하며 외국군대철거후에 전조선정치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올해, 남북의 정부·정당·사회단체는 전조선정치회의에 비견되는 민족통일기구를 건설할 것임을 내외에 선언한 것이다.
1948년 당시와는 달리 외국군대의 철수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것은 당시와 오늘의 정세와 회의 구성원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6.15민족통일대회의 내용과 형식을 검토해 보았을 때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2005년 6.15민족통일대회가 정부·정당·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한 정치회합이라는 점과 민족통일선언문이 민족통일기구건설을 선언한 문건이라는 점이다.
남북의 정부·정당·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하여 민족통일기구건설을 선언한 것은 곧 낮은 단계 연방제로 진입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으며, 자주통일운동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4. 제15차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6.15민족통일대회가 끝나고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이남 대통령특사를 접견한 이후, 제15차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되었다.
6월 23일에 공동보도문을 통해 발표된 그 회담의 합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남측지역에서 개최되는 8.15민족공동행사에 당국대표단을 파견
②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하여 분위기가 마련되는데 따라 핵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나가기로 함
③ 이산가족의 금강산상봉을 8월 26일부터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금강산면회소건설착공식을 진행, 제6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확인 등 인도주의문제들을 협의
④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의 ‘화상상봉’을 시범적으로 개시
⑤ ‘을사5조약’이 원천무효임을 확인, 일본으로부터 ‘북관대첩비’를 반환받기로 하고 실무조치 착수, 안중근열사의 유해발굴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⑥ 제3차 남북군사당국자회담을 백두산에서 개최
⑦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아래에 수산협력분과를 구성운영, 수산회담을 열고 공동어로 등 수산협력문제들을 협의해결
⑧ 남북장관급(상급)회담의 테두리안에서 각기 차관급(부상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구성운영
⑨ 북측 민간선박들의 제주해협통과
⑩ 남측은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측에 식량을 제공
⑪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를 7월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진행
⑫ 제16차 남북장관급(상급)회담을 2005년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백두산에서 진행, 제17차 남북장관급(상급)회담을 12월중에 남측 지역에서 개최.

공동보도문에서 먼저 주목되는 것은 그것이 6.15민족통일대회의 성과를 이어 민족통일기구 건설의 전망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제1항은 정부·정당·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한 통일대회가 정례화되는 길을 열어놓았으며, 제12항에서 제16차 회담뿐만 아니라 제17차 회담의 날짜까지 3개월 단위로 못박은 것은 남북고위급회담이 분기별로 정례화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합의들이 정부·정당·사회단체를 총망라한 민족통일기구 건설의 토대를 쌓는데 기여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그 합의사항이 군사, 외교, 경제, 사회, 문화의 전 분야에 걸쳐 민족 공동의 관심사를 다룬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김일성주석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10대 시정방침을 살펴보자.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국가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자주성을 확고히 견지하며 자주적인 정책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중략)
둘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나라의 전지역과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민주주의를 실시하며 민족의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합니다. (중략)
셋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북과 남사이의 경제적 합작과 교류를 실시하며 민족경제의 자립적발전을 보장하여야 합니다. (중략)
넷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과학, 문화, 교육 분야에서 북과 남사이의 교류와 협조를 실현하며 나라의 과학기술과 민족문화예술, 민족교육을 통일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중략)
다섯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북과 남사이에 끊어졌던 교통과 체신을 련결하며 전국적범위에서 교통, 체신 수단의 자유로운 리용을 보장하여야 합니다. (중략)
여섯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로동자, 농민을 비롯한 근로대중과 전체 인민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며 그들의 복리를 계통적으로 증진시켜야 합니다. (중략)
일곱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북과 남사이의 군사적대치 상태를 해소하고 민족련합군을 조직하며 외래침략으로부터 민족을 보위하여야 합니다. (중략)
여덟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해외에 있는 모든 조선동포들의 민족적 권리와 리익을 옹호하고 보호하여야 합니다. (중략)
아홉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북과 남이 통일이전에 다른 나라들과 맺은 대외관계를 옳바로 처리하며 두 지역정부의 대외활동을 통일적으로 조절하여야 합니다. (중략)
열째, 고려민주련방공화국은 전민족을 대표하는 통일국가로서 세계 모든 나라들과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애호적인 대외정책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우선 공동보도문의 제7항, 제8항, 제10항, 제11항은 모두 10대 시정방침의 셋째 항에 명시된 경제교류와 민족경제발전을 지향하는 내용이다.
공동보도문의 제5항은 10대 시정방침의 넷째 항에 명시된 과학·교육·문화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공동보도문의 제3항, 제4항, 제9항은 10대 시정방침의 다섯째 항에 명시된 교통·체신연결을 지향하는 내용이다.
10대 시정방침의 여섯째 항인 인민의 생활안정 도모는 통일국가 수립 이후의 내정에 관련한 사항이므로 공동보도문에 반영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요컨대 공동보도문은 10대 시정방침 중 경제·사회·문화분야 방침을 실현하기 위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들은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민족통일기구가 벌여야 할 주요 사업이기도 하다.
이번 공동보도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군사·외교분야에 속하는 합의들이다.
먼저, 10대 시정방침의 첫째 항, 열째 항에 담긴 자주화·중립화 외교노선과 공동보도문 제2항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지금까지 이북이 밝혀온 바에 비추어보면, 공동보도문의 제2항에 명시된 비핵화의 목표는 주한미군철수를 전제로 하고 중립적인 통일국가의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북이 이 견해를 철회한 적이 없으므로 공동보도문은 자주화·비핵화·중립화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따라서 10대 시정방침의 첫째 항과 열째 항의 실현에 복무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10대 시정방침의 아홉째 항과 공동보도문의 제5항을 살펴보자.
공동보도문의 제5항은 문화분야에 해당하는 내용과 외교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북관대첩비를 돌려받고 안중근열사의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화분야에 속하는 합의라고 할 수 있으나, ‘을사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임을 선언하는 것은 명백히 외교적인 사안이다.
그것은 민족의 최대이익을 결정적으로 침해한 ‘외교조약’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이는 10대 시정방침의 아홉째 항에 밝혀진 ‘남과 북이 통일 이전에 맺은 대외관계를 올바로 처리’하는 문제에 직접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 이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실천적 경험을 쌓게 한다.
10대 시정방침의 아홉째 항은 연방공화국이 수립된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성격의 방침이다.
다음, 10대 시정방침의 일곱째 항과 공동보도문의 제6항을 살펴보자.
공동보도문의 제6항은 10대 시정방침의 일곱째 항에 밝혀진 바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조선반도에서 군사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간에 정전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며, 그것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속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가 배제될 이유는 없으며, 이미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간의 상호불가침이 명시되어 있다.
공동보도문의 제6항은 이러한 차원에서 합의된 것이며, 그것은 지난 두 차례의 군사당국자회담에서 다루어진 의제에 비추어보아서도 명백하다.
10대 시정방침 일곱째 항에 밝혀진 민족연합군을 조직하는 것은 연방제 통일이 완성된 조건에서 가능하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 10대 시정방침은 말 그대로 고려민주공화국이 건설된 다음에 시행될 정책의 강령적 지침이다.
그러므로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 민족통일기구가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니다.
그러나 민족통일기구가 남북관계를 조절하고 연방제 통일을 준비하는 기구라고 했을 때, 그 활동은 10대 시정방침이 시행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는 활동이기도 하다.
15차 장관급 회담의 합의사항이 10대 시정방침 시행을 위한 준비사업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곧 민족통일기구의 활동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제15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이어 열린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합의 중에서 제1항(광공업과 경공업 부문의 경제협력을 비롯한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사업의 추진)과 제2항(남북경제협력 협의사무소의 개설)은 남북간의 경제협력을 본격화하고 그 사업체계를 상설화하는 의미가 있다.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 경제분야의 협력사업은 그 이전까지의 사안별·시기별로 진행되던 단계를 넘어 종합적·체계적·상설적인 협력을 추진해나가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 새로운 단계는 민족자립경제를 실질적으로 준비해나가는 단계이며, 민족자립경제건설을 준비하는 것은 민족통일기구의 중요한 활동내용 중 하나이다.
합의문에 명시된 나머지 10개항은 이런 새로운 토대 위에서 그동안 난항을 겪고 있던 사업을 전면적으로 힘있게 추진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된 철도·도로 연결이 10대 시정방침 다섯째 항에 밝혀진 교통·체신연결에 직접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점도 각별하게 강조될 필요가 있다.
제15차 남북고위급회담과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가 ‘호전국면’에 들어섰다는 범상한 사실이 아니라, 민족통일기구의 기능이 이미 초보적인 단계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특기할만한 사변이다.
민족통일기구가 초보적인 단계에서 작동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곧 낮은 단계 연방제가 이미 현실로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5. 낮은 단계 연방제의 진입국면에서 민족민주세력이 할 일

조선민족의 자주통일이론에 입각하여 최근 정세를 분석하였을 때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끝나고 ‘호전국면’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조선민족의 자주통일운동이 한 단계를 끝내고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는 경계선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 새로운 단계란 낮은 단계 연방제가 실현된 단계, 고려민주연방공화국건설이라는 전략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는 단계를 말한다.
그것은 새로운 단계인 동시에 자주통일운동의 마지막 단계이다.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여행에 비유하자면, 자주통일운동은 지금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서 시내구간에 진입하고 있으며, 그 앞에는 복잡한 교차로를 지나 최종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 새로운 단계는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을 낳은 자주통일전략과 국가연합을 지향하는 분단고착화전략 사이의 대립과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단계이다.
왜냐하면 이남의 현 정권이 6.15공동선언의 제2항을 그 본질과 달리 ‘국가연합안’ 합의로 보는 왜곡된 이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에 서명한 당사자인 김대중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후임인 노무현도 이러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친미예속정권으로서 미국의 평화적 분단고착화 전략에 복무하고 있으며, 그 전략에 따라 국가연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
그러므로 6.15공동선언을 고수하느냐 그것을 왜곡하느냐 하는 대립과 투쟁은 민족통일기구가 건설되고 있는 지금부터 더 날카롭게 진행되는 것이다.

그 대립과 투쟁은 민족통일기구의 성격과 위상을 둘러싸고 표면화될 것이다.
즉, 그것이 민족통일전선의 성격과 위상을 가질 것인가, 교류협력기구의 성격과 위상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다.
대립과 투쟁의 한 측면은 민족통일기구를 남북 정부당국의 상위기구로 볼 것인가 하위기구로 볼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나타날 것이며, 다른 한 측면은 6.15공동위원회를 확대·발전시켜 민족통일기구를 건설할 것인가 당국간의 별도 기구로 그것을 건설할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나타날 것이다.
6.15공동위원회를 정당·당국까지 포괄하는 민족통일전선으로 강화발전시켜 민족통일기구를 건설하는 것이 자주통일운동의 전략이며, 그러한 강화발전을 가로막고 당국간 회담만을 정례화하여 따로 교류협력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미국과 예속정권의 전략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정당·사회단체까지 포괄한 회의기구가 민족통일기구의 의결기구로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회의기구는 ‘민족통일기구’의 자문기구로 된다.
물론 민족통일기구는 그 건설 초기에는 교류협력기구의 외양을 띨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것이 민족통일전선으로 발전하느냐 그대로 교류협력기구로 주저앉느냐이다.
민족통일전선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의 대중적 지반이며 연방중앙정부의 모체로 될 것이지만, 교류협력기구는 평화적 분단고착화 상태에서 남북간 교류의 창구 역할만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6.15공동위원회를 강화발전시켜 명실상부한 민족통일기구를 건설하기 위해서, 바꾸어 말해 민족통일기구를 6.15공동위원회의 성과를 계승한 민족통일전선으로 만들기 위해서, 민족민주세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에 대한 해설과 선전을 적극 전개하여야 한다.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과 ‘국가연합안’의 대립과 투쟁은 결국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건설하는 방안과 분단국가연합을 건설하는 방안 사이의 대립과 투쟁이다.
그 대립과 투쟁에서 자주통일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남의 인민대중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잘 알고 그것을 지지해 나서도록 하여야 한다.
민족민주세력은 도서를 출판하고 언론기사를 내고 강연회와 토론회를 조직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해설·선전하여야 한다.
이남의 인민대중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의 본질적 내용, 연방공화국의 정치형태와 기능 및 그 시정방침에 대하여 잘 알고 그것을 지지해 나섰을 때 민족통일기구는 연방제 통일을 위한 준비기구로서의 자기 지위와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된다.

둘째, 6.15공동위원회를 확대·강화하는 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6.15공동위원회가 명실상부한 민족통일기구로 발전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교류협력기구의 들러리가 되느냐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민족민주세력의 통일전선사업이다.
기층민중을 6.15공동위원회의 주인으로 세우기 위한 정치조직사업을 강화하고,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를 통합·확대하여 큰 덩어리의 지역통일전선체를 건설하며, 그리하여 남측 6.15공동위원회 내에서 민족민주세력의 주도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였을 때 6.15공동위원회 내의 중간세력을 포섭하여 그 조직을 교류협력기구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려는 친미개량정권의 시도를 저지할 수 있고, 명실상부한 민족통일기구의 수립을 강제할 수 있다.

셋째, 반미반전투쟁·주한미군철수투쟁의 파고를 더욱 상승시켜야 한다.
본래 민족통일전선은 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민족구성원들이 사상과 정견, 계급과 계층의 차이를 뒤로하고 집결한 조직이다.
오늘 조선민족의 자주성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미국이고 그 물리적 담보가 주한미군이므로 그 통일전선은 주한미군철수를 위한 통일전선, 반미민족통일전선으로 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난 6.15민족통일대회에서 채택된 민족통일선언문은 1948년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의 결정서 및 격문들과는 달리 외국군대 철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지금 형성되고 있는 민족통일전선이 가진 한계이며, 민족민주세력이 반미반전투쟁·주한미군철수투쟁을 완강하게 벌여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6자회담 개최로 조미간의 대결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조건에서 민족통일전선이 반미반전투쟁·주한미군철수투쟁의 파고를 높이는 것은 미군철수를 촉진시키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넷째, 국가보안법 완전철폐투쟁을 완강하게 벌여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민족통일전선을 가로막는 통일전선봉쇄법이다.
친미개량정권은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여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허용하면서도 민족통일전선사업을 처벌할 수 있는 독소조항만은 어떻게 해서든 남겨두려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철폐하여야 민족통일전선을 혈관과 신경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온전한 조직으로 건설할 수 있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철폐하여야 민족통일기구를 민족통일전선의 성격과 위상을 가진 조직으로 만드는 사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
민족민주세력은 국가보안법 완전철폐의 구호를 분명하게 들고 중간세력을 견인하여 지금부터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거센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지역통일전선을 확대·강화하고 민족민주세력의 정치적 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
지금 시작되는 낮은 단계 연방제 단계는 이남에서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을 준비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남에 자주적 민주정부가 들어서야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이 건설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 정권이 수립되었을 때 민족통일기구는 명실상부하게 정부·정당·사회단체를 망라한 민족통일전선으로 최종 완성될 것이다.
그러면 민족통일기구는 곧바로 고려민주연방공화국건설에 돌입할 것이며, 짧은 기간 내에 그 사업을 결속지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 자주적 평화통일을 완수하는 과정은 자주적 민주정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민족민주세력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조직적 단결을 강화하고, 조직 내의 분파적 요소들을 뿌리뽑아 민주노동당을 견실하고 활력있는 대안세력으로 키워내며, 그 폭을 확대하여 광범위한 민중의 신망을 받는 참된 민중의 대변자로 발전시켜야 한다.

7월 말 6자회담 시기부터 시작되는 조미대결의 새로운 국면에서 이북의 군사외교적 공세와 남북의 대중정치적 공세에 밀린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더라도 이남에 구축한 식민지지배체제는 어떻게든 유지하려 할 것이며, 조선반도에 평화적 영구분단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은 이남 민중의 자주적 민주정부 건설운동과 조선민족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설운동을 악착같이 방해하고 나설 것이다.
이남에 친미개량정권을 유지시키고 연합제로 남북을 영구분단시키려는 미국의 마지막 발악을 짓밟는 단계, 자주적 민주정부를 건설하고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건설하는 마지막 투쟁의 단계, 지금 민족민주세력 앞에 놓여 있는 단계는 바로 그러한 단계인 것이다.
그 단계의 진입로에 선 2005년 여름, 민족민주세력은 7.10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투쟁의 성과를 발전시켜 이남 방방곡곡에서 미군철수투쟁·반미반전투쟁을 활발하게 벌여야 한다.
동시에 지난 1월 이후 뒤로 미뤄두었던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을 민족통일전선을 강화하는 투쟁과 밀접히 결부시켜 전개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올해 8.15대회를 반미자주화운동과 민족대단결운동이 결합되는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올 여름, 자주통일운동의 새로운 단계를 헤쳐나갈 거대한 주체역량을 키워내는 임무가 민족민주운동가들 앞에 놓여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