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 앞에서



기륭 앞에서

파업투쟁 26일째,

오늘이 그날이래지.

일년 땀농사 햇곡식으로 차례상 올려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온가족 둘러앉아 음식 나눠먹는다는,

일년 중에 젤루 큰 명절

‘오늘만 같아라’던 바로 그날이래지.

10년 일해 한달 기본급 78만원에 상여금도 하나 없어.

그것도 260명 동료 중 정규직 10명만 그렇지,

파견직 40명과 비정규직 210명은 그것도 먼일.

잡담했다고 쫓겨나고,

맘에 안들면 휴대폰 문자로 ‘낼부터 출근치 말라’ 면 그걸로 끝!

우린 짐승이 아냐 노예가 아니야

이렇게는 못살아 더는 못살아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70여명 짤려나가고,

40명 파견직이 불법이라고 노동부에서 판정나면 뭘하나

국회의원도 출입 안시키고 근로감독관도 담넘어야 하는,

70년대로 거꾸로 가는, 참으로 웃긴, 21세기 자본가 세상.

“철수는 밥이나 잘 먹는지

순이는 엄마없다고 울고 있진 않은지…“

마음은 한달음에 집으로 향하지만

“아냐아냐 그럼안돼 반드시 이기고 가야해.”

불끈쥔 주먹은 파르르 떨리고.

오늘이 그날이래지

눈물 속에 분노 솟구쳐

“비정규직 철폐하여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밤낮잊고 명절잊은 이들

어깨겯고 하나되어 송편빚고 차례지내는

동지애로 하나되는 기륭전자 앞,

환장하게 맘 복잡한, 오늘이 그날이래지.

기륭 교도소 철창 속, 희망꽃으로 피어날

그래그래, 오늘이 아마도 추석이래지.

* 05년 추석, 기륭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