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아닌 응징이 필요하다

촛불이 아닌 응징이 필요하다
[긴급기고] 강력한 노농연대와 전민중의 공동전선으로 싸우자

이용대 (정당인)

경찰기동대 폭력에 의한 전용철 농민의 죽음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민중들의 누적된 불만을 폭발시키고 있다.

그간 동일한 적을 상대로 분산된 투쟁을 해오던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시민사회단체들이 무고한 농민의 죽음을 계기로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강력한 공동투쟁을 결의한 것은 앞으로의 사태진전을 예감하게 한다. 결성회의에 참가한 전국연합 노수희 의장의 말처럼 “민중봉기라도 해야할” 시점이다.

이제는 흩어져서 맞아죽을 때가 아니라 민중들의 힘을 모두 모아 무도한 공권력에 강력한 타격과 응징을 가해야 할 때이다.

노무현 정부는 전용철 농민을 왜 죽였는가?

한국 쌀시장을 개방하여 큰 나라 농장주와 곡물대자본들에게 한국 땅에서 쌀 팔아먹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농민을 죽인 것이다.

아펙 참가한 외국정상들을 손님맞이 하는 주인 입장에서 잔치날도 모르고 판을 깨는 무지한 민중들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경고하는 뜻으로 농민을 죽인 것이다.

경제를 살려야 자본가들과 수구세력들의 비난을 모면하고 제국주의세력들의 인정을 받아 불리한 정국을 만회하고 차기 대권승계를 보장할 텐데 이런 깊은 뜻도 모르고 맹목적인 저항으로 앞길을 막는 눈먼 민중들에게 권력의 단호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죽인 것이다.

정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가?
만약 그런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다. 사태의 진상을 은폐호도하려는 어떤 시도도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가 되리라는 것을 노무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농민들이 줄줄이 죽어가는 참담한 국면에서도 뻔뻔한 가진 자들의 국회는 전혀 아랑곳없이 농촌을 말살하는 쌀개방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썩어빠진 가진 자들의 집단인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은 지지하고 뽑아준 농민들을 배신하고 피멍든 농심을 안주거리 삼아 저들끼리 축배를 들고 있다. 이제 농민들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노동자들의 사정도 막바지에 도달해 있다. 농민들을 절망과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넣은 국회는 다음 차례로 비정규직확대법안을 통과시켜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죽일 준비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무엇으로 이를 막아낼 것인가?

쌀개방비준안과 비정규직확대법안은 모두가 동일한 자본의 세계지배 논리에 근거한 민중죽이기 법안이다. 오직 자본의 이윤을 늘리고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 농민을 철저하게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사악한 사회적 대량학살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안이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이라고 하는 혹독한 착취의 굴레에 저항하여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노동자와 농민들은 함께 싸우지 않았다. 추곡가 보장과 쌀개방저지를 관철하기 위해 싸우다 농민들이 줄줄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노동자와 농민들은 함께 싸우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싸울 수 없다.

공권력에 의한 전용철 농민의 죽음은 노동자, 농민, 나아가 전체 민중이 단결해서 강력하게 투쟁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저들에 의한 무수한 죽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분산된 투쟁으로는 또 다시 얻어맞아 죽고, 절망해서 죽고, 분노해서 죽는 처참한 희생을 끝장낼 수 없다. 노동자, 농민은 똑같은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다. 강력한 노농연대와 전민중의 공동전선이 요구된다.

억울한 죽음을 보상하고 더 이상 맞아죽지 않기 위해 모든 농민형제들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동현장에서 공권력에 맞아죽은 농민의 기막힌 사연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비정규악법을 반대하는 노동형제들의 분노를 공동투쟁으로 모아내야 한다. 무고한 농민에 대한 공권력의 살인행위를 응징하고 제2, 제3의 전용철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민중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인 연대투쟁에 나서야 한다.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기동대해체, 대통령사과를 요구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가?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맞아죽은 농민을 살려낼 수 있는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민중들의 무고한 희생을 끝장낼 수 있는가? 규탄하고 사과받는 것으로 싸움이 끝날 수 없다. 규탄을 넘어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한다. 무도하고 비정한 정부로부터 농민형제를 죽인 피값을 받아내야 한다.

지금은 촛불을 들고 구호나 외치는 것으로 끝날 때가 아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고 추모하는데 머물 때가 아니다. 살인자 집단이 뻔뻔하게 날선 방패와 피묻은 장봉으로 민중들의 평화적 행렬을 가로막고 짓밟는 변함없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모여서 시위나 하는 것으로 자족할 때가 아니다. 참고 참아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민중들의 분노를 강력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규탄이 아니라 타격과 응징에 나서야 한다.

노무현씨가 국민을 위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맞다면 전용철 농민의 영정 앞에 자신의 부덕을 참회하고 지금 당장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민중들은 더 이상 노무현씨를 이 나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농민을 때려죽인 무도한 공권력의 책임자와 앞잡이들은 철저하게 색출하고 응징해서 다시는 그런 야만행위가 재발되지 않게 해야 한다. 아스팔트에 방패날을 갈아붙여 부모같은 농민들을 상대로 방패술을 휘두르는 망나니같은 폭력집단은 당장 해체해야 한다.

농민을 배신하고 전용철의 죽음에 간접원인을 제공한 가진 자들의 주구 노릇 하는 국회의원들은 당장 민중의 이름으로 소환해서 국민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 농민의 영정 앞에 국회의원들을 데려다가 석고대죄라도 시켜야 한다.

길지 않은 40여년의 생애를 이 땅에서 살면서 희망의 삶을 일구어보려고 땀흘리고 일하다가 야만적인 공권력의 잔인무도한 폭력에 의해 비명에 죽어간 고 전용철 농민의 영전에 분노와 애도의 심정을 담아 결코 고인의 영구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살아 생전 고인의 순박한 소망을 이룰 때까지 끝까지 완강하게 싸우겠다는 결사투쟁의 결의를 바치자!

2005년11월26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