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생리공결제 관련, 여성은 장애인이 아니다
평등연대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 http://cafe.daum.net/gendersolidarity)는 정부가 금년 새 학기부터 시행하고자 하는 생리공결제와 관련하여 2006년 1월 16일 “생리공결제는 생리성적인정제로 비교육적 역차별이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관련단체인 전교조의 박덕준 여성위원장이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와의 인터뷰(2006. 1. 17)에서 다음과 같은 중대한 발언을 한 바 있어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 이 성명은 박 위원장을 전교조 내 중책을 맡은 공인으로 전제하고 쓰여진 것이다.
- 다 음 –
1. 생리공결제가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은 제도를 시행하지도 않고 생각한 매우 성급한 판단이다.
2. 현재 체험학습을 시험기간에 하게 되면 공결로 인정이 되고 지난 성적도 100% 인정된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3. 장애인이 우대를 받는 것을 정상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해야 되는가? 생리공결제는 소외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
1. 제도에 대한 우려나 판단은 제도시행 이전에 하는 것이다.
모든 제도에 대한 우려와 판단은 제도의 시행 이전에 하는 것이다. 과거 군주시대나 군사독재시대에는 그들 스스로가 주인이라 생각하였으므로, 일단 편의에 따라 제도를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시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국민주권과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언제나 제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제도의 시행 전에 하는 것이다. 비록 전교조 전체의 입장은 아니겠으나, 제도의 시행 전에 제도를 비판할 수 없다는 생각은 권력과 결탁한 현 여성계의 전형적인 가부장적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소름끼치며, 더군다나 학생을 제도평가의 실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무모한 발상에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적 진보주의의 시각을 떠나 참담한 한국교육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2. 체험학습제와 생리공결제는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평등연대는 역사적, 문화적 진보주의 내지 페미니즘의 본래 취지를 존중하는 단체로서 여성보호나 모성보호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생리공결제에 대해서도 성적반영을 제외한 공결을 찬성함은 물론이다. 다만, 지금 시행하고자 하는 생리공결제는 그 공결에 대한 결정권 내지 선택권을 학생에게 ‘권리’로 주자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학교나 교사의 지도를 받아 공결처리를 하는 체험학습과는 성격이 다르다. 생리공결제를 체험학습제와 비교하여 교육성 유무를 논하는 것은 오히려 생리공결제를 시행하지 말고 현재 아무 탈 없는 병결제로 접근하자는 주장과 같은 것으로 오히려 수구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진보적 입장에서 당연히 이에 반대한다. 여성의 생리는 병리현상이 아닌 여성 고유의 자연스런 현상의 하나이다.
3. 여성은 장애인이 아니다. 또 역차별이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박 위원장은 여성을 장애인에 비유했다. 우리 평등연대는 여성을 장애인으로 본 현직 교육자의 시각에 할 말을 잃는다. 자기성찰 없이 권력과 결탁한 자칭 진보세력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으며, 비여성적일 수 있는지에 분노할 뿐이다.
더불어 소외받고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약자 보호’라고 하는 것이지 ‘역차별(affirmative action)’이라 하지 않는다. 역차별은 평등을 빙자한 왜곡된 발상으로 부당하게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는 것을 말한다. 고로 이는 헌법정신에 반하며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배움이 짧은 것은 자랑이 아닌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
무릇 군주주권이나 식민국가가 아닌 주권을 가진 민주국가라면 모든 제도에 대한 검토는 제도의 시행 이전에 주권자인 국민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한편 여성에 대한 보호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되 생리적으로 차이가 있는 자율적 인격체로 보호하자는 것이지, 여성이 장애인이거나 어디가 부족하다는데 근거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이 여성을 장애인에 비유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모욕한 것이 된다. 적어도 교육자라면 사회적으로 쓰이고 있는 일반용어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고 사안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반역사적이며 무배움적인 그리고 너무나도 가부장적인 박덕준 여성위원장의 발언이 후학들과 전교조 조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심히 우려된다.
2006. 02. 01
‘급진여성주의’를 타격하는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 http://cafe.daum.net/gendersolida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