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정부는 의료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고 국민들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대통령직속으로 의료산업화선진화위원회를 설치, 범정부적 의료산업발전 및 의료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산업을 육성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의료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책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도 일부 있으나 의료산업화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법인의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을 도입 하고자 하는 두 가지 정책수단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의료산업화론의 주된 근거는 첫째, 고성장 유망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며, 둘째, 해외환자 유치와 국내 고소득층의 해외의료 수요를 흡수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셋째, 제약·의료기기·생명공학 등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시장선점을 위해 우리나라가 이들 의료산업의 기술개발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산업화를 통한 고용창출입니다. 의료서비스 영역은 자본·기술·노동집약적인 3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통해 고용효과를 유발, 국내의 심각한 취업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와 같이 의료산업화를 위한 정책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책적 수단으로 “영리병원의 의료법인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행 비영리병원은 영리활동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민간자본의 참여가 미흡하고 의료서비스의 기술경쟁력과 효율성제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2005년도 현재 60%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의 취약한 보장성을 보완하고 병원의 차별화된 의료서비스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은 사(私)기업과 사(私)보험으로써 양자 모두 이윤추구가 주목적이고 또한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병원을 세우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여 외부자본을 끌어들여야 하고, 시장개척과 마케팅 활동을 위한 천문학적인 광고비 지출이 뒤따라야 하며,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윤을 극대화시켜 배당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영리병원이고 또한 사보험입니다. 이들이 높은 이윤을 남길수록 국민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자본유치 능력이 없는 동네의원들은 환자가 줄어들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와 같이 영리성을 추구하는 의료기관은 투자자인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부 국한된 의료서비스 제공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인 투자와 연구가 수반되는 신의료기술 개발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고급의료 및 신기술개발 등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부문은 의학적 타당성 및 경제성에 기반하여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지원하에서 각 영역간 유기적 발전을 도모함이 중요한 것이지 영리병원 허용이 그렇게 시급하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건강보험의 취약한 보장성을 보완하고 신규 의료수요 창출 및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겠다는 수단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민간의료보험의 기본목적은 보험 가입자의 보장성 확대가 아닌, 보험료 수입을 이용한 이윤창출이기 때문에 고소득·저위험 계층만을 골라 가입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가입이 어려운 저소득·고위험 계층은 건강보험에 남게되어 또다른 사회 양극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신규 의료수요 창출도 공적의료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국가의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하지 국민이 낸 고유 목적의 국민건강보험료나 민간의료보험료를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비록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와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분명한 것은 국민의료비 증가와 의료불평등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시행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현재의 공적의료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 보완하고 취약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확충하여 국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더 시급하다고 생각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