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 이레사 ‘혁신적 신약’ 논란

시민의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옮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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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폐암약 이레사 ‘혁신적 신약’ 논란있었다
단독입수회의록서 밝혀져,약제전문평가위원장 입장변화
환자, 보건의료단체들,”약가산정기준 과학적 근거없다”

작성날짜: 2004/02/15
박신용철기자

“혁신적 약제라면 왜 1차 치료제(1st choice)로 사용되지 않고 2차 치료제(2nd choice)로 사용되는지 궁금하다. 1st choice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도 아닌데 혁신적 신약이라고 할 수 있는가”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에 이어 의약품 특허권과 환자들의 생명권 논란을 재연시킬 것으로 보이는 말기폐암약 ‘이레사’의 약가가 결정되었으나 이레사 약가산정 기준이 된 ‘혁신적 신약’ 결정을 놓고 결정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시민의 신문·www.ngotimes.net>이 단속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전문평가위원회 회의록에서 밝혀졌다.

약제전문평가위원회에 참여한 아스트라제네카 업체 대표는 신청품의 효능효과 및 유효성, 내약성 및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뛰어나다는 취지의 신청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위원장이 약가인하 의향을 묻자 “가격조정에 대해서는 저에게 권한이 없다. 상한금액은 산정기준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진7개국 공장출고평균가로 산정되어야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이레사의 부작용 관리비용에 대한 질의에 대해 “기존 항암제는 부작용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이레사는 입원이 필요없으므로 삶의 질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사료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레사를 ‘혁신적 신약’이라고 재차 강조한 신모 위원은 “효능효과상으로는 타약제와 동일하다. 다만 적응증(indication)과 profile이 타약제와 비교시 더 뛰어나므로 뚜렷이 개선된 신약으로 인정해 준 것”이라며 “항암요법에 있어서 고전적인 방법은 대부분 1차 치료제(1st choice)로 쓰이며 항암요법의 특성상 1차 치료제(1st choice)에 대한 적응증을 받으려면 임상단계부터 달라야만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우석균(의사)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혁신적 신약 기준이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며 “작용기전에 따라 유전자에 작용하는 타켓약품을 혁신적 신약이라고 하는데 이레사는 현재 연구결과로 보면 다른 약제에 비해 뚜렷한 이득을 보이고 있지 않다. 1차 치료제보다는 효능이 떨어지고 2차치료제 효능을 보면 10.6%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효능효과상 작용기전 기준으로 혁신적 신약으로 평가하고, 혁신적 신약 기준에서 선진국 약가를 그대로 도입하고 있다. 말하자면 혁신적 신약이라면 무조건 선진국 약가로 책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 정책실장은 “작년 5월 9일 미국 FDA도 2차 치료제로 승인했고 한국 식약청에서도 2차 치료제로 승인이 났다. 이레사를 2차 치료제로 썼을 때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몇 개만 있을 뿐”이라며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는 약효범위내에서 3차 치료제로 허가났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2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말기폐암환자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은 2차 치료제로 사용하지 못한다.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으로 이레사를 무료로 공급받던 환자들은 고가의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고가의 약가도 문제이고 정부가 보험적용 범위를 스스로 인정한 약효범위보다 못하게 한 것도 문제다”라며 “이번 약가 결정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일반적으로 혁신적 신약이라고 하면 새로나온 약제가 기존약제와 전혀 다른 기전(약이 작용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을 때를 의미한다”며 ” 혁신적 신약은 기전을 비교할 약제가 없을 때와  효능효과가 월등히 뛰어날 때 혁식적 신약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혁신적 신약’으로 검토해서 보고했다. 약가는 건강보험사평가원 약제전문평가위원회에서 검토한다. 위원회에서 약의 특성을 파악하고 가격을 결정해 심의해 주면 건정심에서 확정하게 된다”며 “‘약제상한금액의산정기준’에 보면 신약의 경우 혁신적 신약이라는 명시적인 표현은 안하지만 비용, 효과 등에서 비등재제품과 비교해 뚜렷히 개선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제품을 혁신적 신약으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체에서 비용경제성 입증 서류 , 입상자료, 투자비용 등 입증자료를 제출하게 되면  소비자, 약재 등 각계인사 15명(평가원 박사 1명, 복지부 관계자 1명 포함)으로 구성된 약제전문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하게 된다”면서 “제출된 서류를 검토해 비용, 효과면에서 뚜렷히 입증되면 혁신적 신약으로 구분한다. 현재까지 혁신적 신약으로 판정된 것은 12개가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레사 약가산정방식과 책정가 타당성 논란

지난해 세차례가량 열린 약제전문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이레사를 ‘혁신적 신약’으로 볼것인가의 논란 끝에 ‘혁신적 신약’으로 결정, 약가산정기준이 ‘선진7개국 공장출고 평균가’로 책정됐다.

약제전문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레사 약가를 6만6천6백86원으로 책정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안건으로 올림에 따라 지난 6일 6만5천2백74원(일본과 미국 가격의 88.4%, 87.2 % 수준)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오는 3월부터 이레사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보험가 한알당 8만원에 이르던 약가는 희귀의약품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환자본인부담금 20%가 적용되어 한알당 1만3천원선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매달 2백40만원을 본인부담해야 했던 환자들의 부담이 39만원선으로 축소된 것이다.

환자들의 부담이 축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레사를 ‘혁신적 신약’으로 구분해 선진7개국 공장출고 평균가를 약가책정에 적용하는 것은 향후 글리벡, 이레사에 이어 표적치료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재정, 환자부담 등의 측면을 고려했을 경우 합당한 결정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복지부가 일본과 미국 약가평균치를 산정해 적용한 이레사 약가는 일본과 미국 가격의 88.4%, 87.2 % 수준인데 일본7천2백16.1엔(73,821원×82%=60,533원), 미국62.4달러(74,858원×65%=48,657원)이고 일본과 미국의 평균가는 5만4천5백95원이 된다. 결국 최종 약가인 65,274원-54,595원=10,679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김상덕 건강세상네트워크 간사는 “1정당 10,679의 마진을 인정하여 준 것”이라며 “한달이면 32만3백70원도 환자부담이 크다. 이미 공장도 출하가에 이윤을 붙여준 것인데 별도의 마진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레사가 단지 ‘신약’으로 인정될 경우 타 항암제와 비교해 효능효과면에서 우월하다면 ‘상대적 비교가’를 적용, 가산점을 주어 약가를 여타 약제보다 높게 채정해줄 수 있어 환자개인의 부담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에도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혁신적 신약’으로 판명된 것은 이레사를 제외하면 12개이고 이레사처럼 표적치료제는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을 제외하면 이레사가 처음이다.

만약, 이레사가 혁신적 신약이 아니라 타제품과 비교해 효과효능면에서 우월한 것이었다면 단지 ‘신약’으로 구분될 것이고 이 경우 건정심에서 결정한 이레사 약가 6만5천원선이 아니라 ‘상대비교가’를 적용, 기존 제품에서 가산점을 주어 약가를 산정하게 되므로 건강보험 재정부담이나 환자부담이 매우 낮아지게 된다.

또한, 약제전문평가위원회도 이레사 약가산정기준 국가로 삼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항암제가 고가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한국약가 산정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인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레사 약가를 최종결정했던 건정심 회의에 참석했던 김대훈 경실련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특별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실련에서 이레사 등의 약가산정방식, 약가 급여기간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김 간사는 “환자들이 약가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혁신적 신약’이라는 것이 별도의 약가산정방식을 채택해 상당히 고가로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국정감사때도 약가산정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의 문제제기를 했다”면서 “급여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 연장하도록 되어있는데 기간 끝나면 대체의약품이 없으므로 보험급여가 지속되도록 급여기간이 조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건정심에서의 이레사 허가사항이 6개월동안 투약하고 경과에 따라 연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약가산정방식의 개선방향을 연구하고 있어 제도가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보건복지위 국감서도 약가산정방식 문제돼

한편,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약가산정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정부당국도 이를 인정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신약은 일반적 신약과 혁신적 신약 2가지로 구분되며 현재 일반적 신약에 대한 약가 산정은 보험에 이미 등재된 유사효능약제와 신약의 외국약가비율을 국내 유사약제의 가격에 반영하여 산정하는 상대비교 방식으로 산정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대비교가에 의한 약가산정방법은 외국의 약가수준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험약가수준이 반영되는 방식이므로 우리 현실을 반영한 방법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그는 “의원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약가결정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경제수준이 다르거나 약가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은 국가의 가격반영을 참조할 수 밖에 없는 사정, 원가개념의 반영이 기술적으로 지극히 어렵다”라고 말해 스스로 약가선정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사항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상의하여 약가결정 과정이나 방법에 대한 개선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토록 하겠다”면서 “금년(2003년) 8월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10월에 약제전문평가위원회가 새로이 구성된다. 이를 계기로 약가결정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글리벡을 포함한 혁신적인 신약의 경우 비교할 가격이 없어 외국 선진 7개국의 가격을 중심으로 산정이 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산정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보안방안 마련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답변과 달리 이번 말기폐암약 ‘이레사’ 약가 결정에서도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과 동일한 약가산정방식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했다.

당시 보건복지위는 “의약분업의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지출 및 보험료 부담 증가에 대한 국민불만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의약분업 평가팀을 구성하고 종합적인 평가 및 장·단기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