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신자유주의
박한종
세계화(=시장화)는 현 의료제도를 탄핵할 자격이 있는가?
복지부의 의료 시장 개방 의지가 더욱 명확해 지고 있다. 이에 병원협회등 일부 의료계에서는 이를 반기며 조속한 실시를 주장하고 있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료 시장 개방이 소비자에 보다 친절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에서 의료 시장 개방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 보건의료인들에게 의료 시장 개방이란 것이 무한 경
쟁이란 생존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진정 국민의 건강을 고양시켜줄 의료 체계
를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상을 가지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다. 의료 시장 개
방, 즉 의료의 세계화(=시장화)가 과연 효율적인 의료를 이룩하여 국민의 의료에 대한 요구
를 만족시켜주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켜줄 것인가?
질병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서 기인
그것을 살펴 보기 전에 먼저 과연 질병이 어디에서 비롯하는 지 여부와 질병에 어떻게 대처
하여야 하는 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는 여전히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
는 경향이 많다. 개인이 각자의 건강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일차적 원인이라
는 것이다. 질병은 개인의 또는 그 개인을 둘러 싼 생물학적 조건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 만
은 아니다. 물론 유전적 질환과 같은 그런 부류의 질병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의 질병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비롯되엇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
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나, 직업병, 그리고 스트레스등 분만 아니라, 교통
사고에 의한 장애나, 환경오염에 의해 발생되는 많은 불명확한 질환(최근의 광우병과 사스
파동까지도)들, 이에 더해 노인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증가 등등이 모두 사회적 환경과 무
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의료의 대상인 질병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충분한 의료의 공공성에 의한 비효율
다른 한편 질병의 기원과 관계없이 질병의 극복을 위한 의료는 그 자체로서도 사회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더 이상 가정이나 또는 소규모 공동체적 삶으로 구성되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더욱 그러하다. 개인의 건강의 파괴는 개인으로 국한되 않고, 그가 속한 공동체로 파급되어 사회적 기틀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빼앗길 수 없는 생명의 존귀함을 염두에 둔다면, 사회적 재생산의 문제를 떠나서도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질병의 극복에 당연히 사회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의료에 대한 수용는 폭발적으로 증가함에도 의료의 공급에서의 체계
적이지 못함에 따라 의료 인력의 과잉 조짐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높은 실정이다. 서비스를 받는 시민들 역시 높은 지불에 대비한 의료의 질적 수준에 불만을 표시
하고 있고 다른 한편 보험자측에서는 지출의 확대로 재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문제가 우리 나라 고유의 것은 아니다. 의료의 공공성이 궤도에 오른 나라에서 조차 이것은 지속적인 난제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의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충분히 확대되기도 전에, 바로 그 불충분함에서 비롯한 왜곡된 비효율이 문제시 된 것이다.
시장화, 자본에 강요된 의료로
그러나 발 빠르게 이러한 불만을 편승하여 자본의 무절제한 이윤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는 이 바로 의료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의료의 시장화이다. 그러나 의료에서도 시장의 효율성이 역할을 발휘할까란 문제는 국민의 건강에서 시장이 효율적일 것이가와 같지 않다. 의료가 산업으로 인정되어질 때, 의료의 효율성은 시장을 통해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그것은 이윤을 남기지 않는 질병을 포기하고, 더 많은 이윤을 약속하는 질병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고, 더 많은 이윤의 형태(저작권이란 이름의 독점이윤)를 확보하기 위해 죽음을 방관할 것이기다. 의료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로 의료에로 접근이 불가능지만, 자본으로서의 의료는 이를 무시할 뿐이다. 그 결과 시장화를 통해 국민들은 자신에게서 필요한 의료가 아니라 자본에 입맛에 당기는 의료만의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화 역시 여전히 전문가적 독점적 성격을 토대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화, 의료의 시장화란 효율
그러한 점에서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보자면 의료에서의 시장의 효율은 신화일뿐
이다. 오히려 의료가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의료는 사회화되어야 한다. 의료 공급의 난맥상을 공공 의료가 바로 잡을 때에 적절한 의료 제공을 이룰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비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어야 누구나 가계의 파탄없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질병의 구성이 급성 전염병에서 만성 성인병의 비율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의료비의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이윤 논리인 시장화는 오히려 문제를 심각하게 할뿐이다.
의료의 공공성이 대안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거대한 조류 속에서 의료는 오히려 국가적 보장 체계의 독자
적 모델들을 지키려는 다수 선진국들의 강고한 의지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의료가 가지는 사회성을 자본에게 맡길 수 없음을, 의료의 시장화가 국민 건강에 절대적 해악으로 되돌아 올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장주의적 미국의 예를 보자면, 의료비의 치출에 대비한 국민 건강의 수준은 유럽의 그것에 델 바가 아니며, 미국내의 공공의료와 영리
법인을 비교하더라도, 공공의료의 비가 높은 지역일수록 주민의 건강 상태는 더욱 개선되어지고 있다. 의료의 시장화는 현 의료제도를 탠핵할 자격이 없다. 우리 의료 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자 한다면 그 대안은 그나마 후진국조차 비할 수 없는 왜소한 공공 의료를 확대하는 것이다. 공공 의료 및 의료의 공공성 확대가 우리 의료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