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책임 있는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진주의료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민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여야 할 책임을 이행하기 위하여 설립한 비영리 공공의료기관이자 지역거점병원이다. 진주의료원이 서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하면서 운영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며, 병원운영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경상남도는 이와 같은 진주의료원의 운영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여 병원이 수행하고 있는 의료취약지역 서민들의 건강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할 법적 책무만이 있을 뿐이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하여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하여야 하고 이를 위하여 국민의 기본적인 보건의료 수요를 형평성 있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의 공공보건의료 기관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공보건의료사업은 본질적으로 비영리적인 사업이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다. 나아가, 시·도지사는 의료취약지의 주민에게 적정한 보건의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인력 및 장비를 갖춘 병원 중에서 공공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하며, 국가와 지방자차단체는 이러한 지역거점병원의 시설·장비 확충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의료취약지역에 적정한 수의 지역거점병원이 운용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다.
그런데 경상남도 홍준표 도지사는 의료낙후지역의 서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역거점병원이자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에 매년 수십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2월말 기습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발표하고, 여론과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3일 49명의 환자들이 입원해있는 상태에서 진주의료원 휴업을 강행하여 폐업의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이 바로 홍준표 도지사 본인에게 부여되어 있는 공공보건의료기관 설치 및 의료낙후지역에 대한 지역거점병원 운영에 대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관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심지어 광역자치단체가 도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진주의료원의 부족한 운영비를 지원하여야 하는 임무조차 망각하고 엉뚱하게도 진주의료원이 수익을 내지 못하니 폐쇄한다느니 운영해 봐야 병원 직원들만 먹여 살리는 것이니 하는 장사꾼 논리를 들이대고 병원 폐쇄라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홍준표 도지사는 ‘강성 귀족노조’ 때문에 폐원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병원도 의료수익의 45~50%가 인건비일 정도로 원래 병원은 인건비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가난한 환자들의 진료와 돈 안되는 공공적 보건의료사업을 위한 재정적자가 크면 인건비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6년째 임금이 동결되고 8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는 진주의료원 직원들이 어떻게‘귀족’이 되는가?
홍 도지사가 자행하고 있는 행위는 의료취약지역의 서민들의 건강권을 해치는 것이며, 공공병원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폐쇄하는 반민주적이고 위법한 공권력의 폭거일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진주 지역의 서민들의 건강권을 다른 지역과 형평성 있게 충족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하여야 할 주체이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상남도 도지사가 자행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사업 파괴행각을 정부의 소관이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해 오고 있는데, 이는 법률에서 요구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공보건의료사업에 관한 책무를 위배하는 직무유기다.
실제로 진주의료원에서 경상남도가 휴업예고를 하고 환자들을 내쫓고 있는데도 떠나지 못하는 환자들은 다른 민간병원에서 외면당하는 저소득층의 장기입원환자들이다. 이처럼 공공의료기관은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이 치료받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은 6~7%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빈약한 공공의료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이 휴업에 이를 때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방의료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이라는 변명을 내세우며 환자들이 내쫓기는 현실을 외면해 온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기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의료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휴업, 폐업한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갈 곳 없는 환자들이 거리에 나앉는 현실이 우려스럽다고 보지 않는 것인가?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장 진주의료원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도지사의 불법행위를 국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저지하고 병원 운영을 즉시 재개하여 진주 및 경상남도 서부 지역의 서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공공의료의 공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진주의료원의 외에도 재정 문제 때문에 이미 설치된 다수의 지역에서 지방의료원들이 재정,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한 공공보건의료의 질적 저하로 서민들의 건강권 역시 침해받고 있으며, 이는 건강권의 지역적 격차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 및 잠재적인 다른 지역의 지방의료원 운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국가가 지역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통합적으로 관리, 운용하고. 병원운영으로 발생하는 재정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의료취약지역의 공공의료의 책임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그 첫걸음으로 진주의료원의 폐원을 막아야 한다. 진주의료원에서 발생한 환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시정명령, 지방의료원에 대한 재정지원,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건복지부장관은 진주의료원의 폐원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이미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해결책이 실천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진주의료원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공공의료가 차례로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보건복지부는 당장 진주의료원 사태를 해결하라.
2013. 4. 8.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