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경남도, 진주의료원 입원 환자에 “병원 안 옮기면 불이익” 협박

ㆍ기초수급권자에 집중 전화, 의료급여 볼모로 퇴원 종용
ㆍ“법적 처벌 받을 수도” 압박… 도 넘은 환자 몰아내기 비판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경남도 공무원들이 입원환자에게 병원을 옮기지 않으면 의료급여 수급자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보건의료단체연합은 17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의협이 지난 10일 실시한 진주의료원 현장조사에서 환자들의 인권을 짓밟으며 내몰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지난 10일 내과·외과·응급의학과 등 전문의들을 진주의료원에 파견해 입원 중인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면담을 진행했다. 경남도의 퇴원 종용은 지자체가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저소득층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를 위한 경남도의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한 시민이 경남도의회 건물 앞에 늘어선 경찰차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입원환자 ㄱ씨와 보호자 ㄴ씨는 “왜 우리한테만 이렇게 자주 (퇴원하라는)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다. 우리 방의 다른 분은 한 번도 전화가 안 왔다”면서 “우리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라서 그렇다는 말이 있는데 믿고 싶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간병인 ㄷ씨는 “어떤 입원환자의 보호자에게 도청 공무원이 전화해서 ‘병원을 옮기지 않으면 의료급여 수급자 판정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른 간병인 ㄹ씨는 “전화 왔다는 보호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공무원들이 보호자가 몇인지, 어디서 뭐하는지 다 알고 있더란다”면서 “그렇게 다 조사하고 얘기하니까 보호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겁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은 원래 입원환자의 40% 가까이가 의료급여 수급권자였는데 지금은 1명만 남아 있다”며 “의료급여 수급자 판정을 하는 지자체 공무원이 수급권을 들이댄 것은 ‘밥그릇 뺏길래, 병원 나갈래’라고 협박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에서 준다는 지원금을 압박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입원환자 보호자 ㅁ씨는 “시에서 전화가 와서 지금 나가면 여기보다 비싼 병원으로 가도 차액만큼 지원해준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전화에서는 ‘그 돈도 얼마 안돼 시간이 지나면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 남들보다 빨리 나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환자 보호자 ㅂ씨는 “며칠 전 시에서 전화 와서 우리 어머니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면서 “휴업한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은 의료법에 어긋나니 이렇게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의협 등은 환자들의 치료권 침해에 대해 복지부의 직권조사를 요구했다. 정영진 인의협 공동대표는 “의사를 해고해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놓고 무조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한 것”이라며 “경남도의 위법행위와 직권남용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변은 경남도 공무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민변의 정소홍 변호사는 “모든 환자는 치료받을 권리가 있고, 진료기관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상식이자 법이 정한 사항”이라면서 “경남도는 진료받을 권리, 의료기관을 선택할 권리에 더해 의료급여를 받을 권리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