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적 중재카드’ 외면… 진주의료원 사태 방치했다
“사회보장위원회 활용 안 해” 참여연대·의료연합 청원서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보장기본법이 규정한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한 조정 절차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은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조정할 사안인데도 정부가 지방자치를 핑계로 법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면서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한 재논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회보장위원회 구성 청원서를 국무총리실과 복지부에 제출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국회에서 전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단체는 사회보장기본법을 적용할 경우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의료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복지부가 공문을 보내 정상화 요청을 했는데도 폐원을 강행했다”면서 “두 기관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위법한 폐원 결정은 무효이며 즉시 사회보장위원회를 소집해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복지부에선 여러 차례 폐업이 아닌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도록 경남도에 요청하면서도 업무개시명령 등 법적 절차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진영 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폐업 결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회보장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조남권 복지정책관은 “진주의료원 폐업 같은 개별적인 사안은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한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어린이집만 해도 중요한 사회서비스인데 어린이집 문을 닫는 문제까지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일일이 조정해야겠느냐. 그건 지방분권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지방의회에서 결정하면 도민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을 텐데 그걸 두고 중앙정부가 개입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복지부가 법률 취지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남 서부 지역을 담당하는 지역거점 병원으로서 중요한 사회서비스 제도인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가 어떻게 중대한 제도 변화가 아닐 수 있느냐”면서 “지방의료원 문제를 동네 어린이집에 비교하는 발상이 놀라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