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 ‘카프’ 정상화 해라” |
주류협회 지원 중단으로 폐쇄된 카프병원 정상화하고 공공기관 전환해야 |
“알코올 중독은 죽어야 끝나는 병이에요”
알코올중독 피해 가족 김아무개(54)씨는 5일 이렇게 말했다. 죽을때까지 관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씨의 남편은 9년째 알코올중독 치료중이다. 김씨의 남편은 20년 이상 술을 마셔왔다. 당사자도, 가족도 모두 괴로운 시간이었다. 오죽하면 김씨는 남편의 질환을 고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사가 됐다.
그러던 2004년, 김씨는 국내 유일의 알코올 중독 치료 전문병원인 ‘카프병원’을 알게 됐다. 김씨의 남편은 카프병원에 입원해 2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은 입원만으로는 완치되지 않는다. 끝없는 관리와 재활이 필요하다. 남편 뿐 아니라 김씨도 9년째 ‘알코올 중독 피해자 가족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김씨는 “카프병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행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6월 1일부로 카프병원은 문을 닫았다. 그동안 카프에 병원운영비를 지원했던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주류협회)가 2010년부터 지원을 중단해 운영비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카프재단은 “주류협회의 미납출연금이 155억에 달해 현재 재단은 병원폐쇄, 직원급여지급중단, 공과금 체납 등 총체적 위기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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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와 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카프공대위) 회원 50여명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프재단 정상화’와 ‘카프재단의 공공기관 전환’을 요구했다.
이하늬 기자 ha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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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프병원은 주류협회가 설립한 병원이나 다름없다. 주류 업체들은 알코올중독이 사회문제화하자 2000년 기금을 모아 카프재단을 설립했다. 2004년에는 경기 고양시에 국내 유일의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인 카프병원도 세웠다. 연 50억원의 출연금 지원도 약속했지만 3년째 미지급 상태다.
이에 카프와 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카프공대위) 회원 50여명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프재단 정상화’와 ‘카프재단의 공공기관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저항의 상징인 흰색 가이 포크스 가면이 씌어져 있었다.
이들은 “이윤이 최우선 목표인 기업에 카프재단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면서 주류업계와 주류협회는 재단정상화를 위한 운영자금을 지급하고, 카프재단 (운영에서는)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주류협회는 광고비로 연간 5천억을 쓰면서 왜 카프재단에 155억을 주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나아가 카프공대위는 “주류업계가 카프재단 운영에서 손을 떼면 카프재단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며 “정부는 카프재단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해 국가적 알코올 폐해 방지 사업의 첫 걸음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용덕 건강네트워크 정책위원은 “한 사람의 알코올 의존은 그 사람 뿐만 아니라 가정을 파괴하고 1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걸쳐서 이어진다”면서 “따라서 알코올 의존은 사회적 질환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6일로 예정된 주류협회 이사회를 언급하며 “6일 이사회에서 주류협회가 카프운영에서 손을 떼고, 운영지원금을 내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류협회는 카프공대위의 주장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주류협회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해서 “일부 업계에서 그렇게 말했을지 모르겠지만 내일 이사회는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이지 손을 뗀다는 논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카프공대위의 공공기관 전환요구에 대해 “법인이 잘 안 된다고 공공기관화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보건복지부 입장은 카프재단이 정상화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