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민영의료보험사와의 국민 개인 질병 정보 공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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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행정을 통한, 민영보험사를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금융감독원 업무협약 체결에 반대한다

 

지난달 7월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민영보험금의 누수를 막고 건강보험 부당청구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의 개인질병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은 ‘개인의 정보는 공유대상이 아니다’ 라고 밝히고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밀실행정을 통한 업무협약에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업무체결이 부당청구를 한 기관조사에 대한 공유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관조사를 하려면 건강보험공단이 집적한 개인질병정보를 민영의료보험사와 어떤 형태로든 상호 공유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영보험사의 경영효율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중대한 사안이 법 개정이 아니라 정부기관 간의 MOU 체결이라는 행정조치로 시행되는 것 자체가 밀실행정이다.

게다가 민영보험사들의 이러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기업들의 이와 같은 시도들은 환자정보공유 등의 문제 때문에 국민들에 의해 법 개정 반대로 좌절되어 왔던 것들이다.

2005년에는 김효석의원이 금융감독위원장이 국민건강보험의 환자개인정보를 민영보험사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2008년 11월 금융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의 진료자료를 넘겨받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2009년 3월에는 공성진 의원 외 14명이 이번에 내세운 보험사기방지를 위한 질병정보 공유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국민들의 반대로 다 좌절되었다. 2011년에는 심평원과 금감원이 보험사기 명목의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이 또한 논란이 매우 큰 사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민영보험이 원하는 사실상의 이유는 민영의료보험을 더 많이 팔거나 민영의료보험의 지급률을 줄이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의해 추진되는 의료민영화 조치들은 한결같이 공적 건강보험의 약화와 국민 개개인이 민간의료보험료로 건강을 책임지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금감원은 국민들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업무협약 체결 내용을 모두 밝혀야 한다. 우리는 두 기관의 업무협약 내용의 공개를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1.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민영의료보험활성화를 위한 어떠한 조치에도 참여해서는 안된다.

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은 상호 경쟁적 관계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고 무상의료에 다가갈수록 민영의료보험의 시장은 자동적으로 위축, 소멸된다. 따라서 현재 OECD 대비 한국의 낮은 보장성에 비추어 볼 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시대적 요구이며, 이에 걸림돌이 되는 민영의료보험은 강한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옳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조치에 국민건강보험이 업무협약을 맺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목표 자체에 대한 위배다.

 

2. 국민 개인질병정도, 즉 환자 정보에 대한 공유가 배제된 업무협약은 실제 가능하지 않다.

이번 업무협약 보고를 보면 개인정보는 배제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부당청구를 한 기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당연히 부당청구에 이용되거나 부당청구를 같이 한 개인의 정보도 공유된다. 진료를 한 당사자와 환자가 밝혀지지 않은 부당청구 정보가 가능한가? 또한 부당청구가 되려면 환자의 질환을 만들어내거나 중대질병으로 만드는(이른바 업코딩) 진료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즉 환자정보를 명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부당청구를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 백보를 양보하여 환자개인정보 공유가 당장은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는 장기적으로 환자개인정보 공유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밖에 없다. 부당, 과잉청구 기관에 대해서 공유하지만 이후 이것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또한 어떤 형태로든 환자정보 공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3.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민영의료보험의 표준화와 지급률 규제부터 실시해야 한다.

민영의료보험은 그 자체가 건강보험 부당청구 등의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장본인이다. 이번 업무협약서를 보면 민영보험사가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로 엄청난 손해를 보는 피해자처럼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영의료보험사가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실손보험등을 판매하면서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 한국의 경우 민영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보험진료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비보험진료는 옥석을 가려 필수 의료의 대부분인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현재 일부 비보험진료는 의학적 안전성과 비용대비 효과가 의심스러운 의학적 검사와 진단이 포함된 이른바 ‘신의료기술’이다. 이 때문에 민영 의료실손보험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비보험진료와 검사가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부담은 국민들이 지고 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실손보험으로 인한 부당청구를 걱정하기 전에 우선 민영의료보험사가 판매하는 의료실손보험의 지급률규제와 표준화부터 해야한다.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조치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민영보험사에 대한 보험사기와 부당청구를 걱정해주는 것은 선후가 바뀐 일이다.

 

4.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사간의 협약을 법 개정 없이 밀실행정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

이번 업무협약은 마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금감원 사이의 업무협약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으나 사실은 금감원이 민영의료보험사의 대리역할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민영보험사와의 협약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내용이 그 업무협약내용도 공개되지 않고 법개정의 절차도 거치지 않아 국회의 검토나 공청회도 없이 추진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밀실행정이다. 우리는 최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번에 체결된 업무협약의 구체적 내용과 추진계획을 즉시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그 업무협약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면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오늘 성명발표와 더불어 이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다. (별첨자료 첨부)

 

국민건강보험은 전국민에게 강제적용되는 국가의료체계의 일부이다. 이런 국가의료시스템이 수 십년간 축적한 정보를 민영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공유하는 것은 의료민영화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은 전국민의 보장성 강화와 같은 국가의료체계의 임무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한 목적이 아닌 용도로 국민의 질병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2012.8.5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