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과 의료기기업체인 ‘㈜안연케어’와 ‘장례식장’ 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문 장관은 국민들의 의료민영화 우려 목소리를 왜곡하지 말라
1월 8일 문형표 복건복지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과 원격진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완화 조치를 발표한 후라 문 장관의 입장은 이에 대한 주무부처의 구체적 실행계획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장관이 언론에 답한 내용을 보면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보건의료에 대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자질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한다.
우선,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문제에 대해 문 장관은 “세브란스 병원도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영리병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라고 답했다. 이는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병원 자회사 설립 허용으로 인한 병원 영리행위에 대한 주장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답변이다. 누가 지금 이미 병원들이 하고 있는 장례식장, 주차장, 매점 등에 대해 ‘영리병원이’라 말하고 있는가.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는 ‘환자 치료’와 직결된 분야에 대한 의료기기, 의료용품, 의약품 및 건강식품 등에 대한 자회사 설립과 운영에 대한 것이다. 비영리법인인 병원들이 환자 치료와 관련된 사업을 자회사로 하게 되면 치료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해 지금도 높은 국민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병원의 비영리법인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는 바로 의료민영화라고 지적하고 이를 반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문형표 장관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라고 답변한 바로 그 문제다. 복지부가 추진하겠다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 에는 “세브란스 병원의 ㈜ 안연케어 -> 의약품·의료용품 공급” 이라고 명시돼 있다. 학교법인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기에 의료법인도 모두 이렇게 의약품이나 의료용품업을 병원이 직접 자회사로 갖게 해 수익 추구를 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친절하게 예를 들고 있다.
그러나 ㈜ 안연케어(구 제중상사)의 경우 병원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부당 이득을 챙겨온 기업이다. 2008년 감사원은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 실태’라는 보고서를 내고, 병원이 병원장이나 이사장 친인척 등 명의로 의약품 도매상을 만들어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비싼 가격에 공급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의약품 도매업체를 통해 축적한 순이익은 도매업체 소유주인 친인척들을 통해 병원에 우회 배당되었고, 이러한 관행은 ‘직영 도매상을 이용한 신종 리베이트’라고 기사화된 바도 있다.
프레시안 김윤나영 기자의 보도(2013. 12. 31자)에 따르면 당시 약사법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었지만 병원들은 친인척 등을 동원해 도매상을 운영함으로써 교묘히 법망을 피해갔다고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 사유를 입법 취지에 맞게 더 명확히 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검찰에 ㈜ 안연케어(구 제중상사)를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신의 부처의 일을 문형표 장관이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기자가 “의료 영리화와 관련해 세브란스 병원의 안연케어가 감사원에게 불공정 사례로 지적당한 적이 있다. 이를 합법화시켜주는 것은 비정상화의 심화가 아닌가?”라고 정확하게 질의하자, 문 장관은 “안연케어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라고 답변했다. 문 장관은 국민 의료비부담과 직결된 병원과 제약업체의 편법적인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업무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 장관은 불법적인 관행을 사례로 의료법인들도 자회사 설립을 하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 발표된 것은 정부의 ‘비정상의 합법화’ 추진 정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불찰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문형표씨가 장관을 맡은 보건복지부는 ‘힘이 되는 평생 친구’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지금 문 장관의 행보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평생 친구기 보다는 부자와 기업가들의 평생 친구를 하기 위해 국민 호주머니를 악착같이 털고자 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수장일 뿐이다.
의료비 지출 증가속도는 세계 제 1위다. 그만큼 국민의료비의 개인부담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당 병상 규제도 전혀 되지 않아,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병상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병원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병상을 키우면 돈이 된다는 시장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는 이미 비보험 진료가 판을 치고 있고, 환자 호주머니를 터는 과잉진료가 난무하고 있다. 지금 한국 보건의료에 필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말처럼 ‘규제완화’ 가 아니라 정부의 제대로 된 감시와 공공적 규제 그 자체다.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길만이 한국의 건강보험을 제대로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길임을 문 장관이 명심하기를 바란다. (끝)
2014. 1. 9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