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형표 장관 “의료 민영화 아니다” 발언에 비판 봇물

“주식회사처럼 돼야 민영화” 주장
보건단체 “자회사가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 배분해 사실상 민영화”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세워 영리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의료 영리화(민영화) 논란이 거센 가운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영리 자회사 허용은)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련 단체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장관은 8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간담회을 열어 “건강보험 체계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의료 민영화다. 주식회사처럼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오고 비영리법인의 축을 깨는 것이 민영화라고 이해한다. 정부가 하는 것은 그런 민영화가 아니다. 의료법인의 지배구조를 깰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업종에 대한 규제 완화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불길을 잡겠다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보건의료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자회사가 영리법인이 되면 병원 건물과 의료기기 임대료 등이 병원에서 자회사로 지출되고, 여기서 나온 수익이 투자자에게 배분돼 사실상 영리병원과 다를 바 없다. 자회사를 영리법인으로 허용해놓고 의료법인 자체는 비영리법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 실장은 “의료비가 큰 폭으로 오르면 건강보험에도 필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의사협회가 11~12일 집단휴업 출정식을 앞두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의료계의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 위해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협회 쪽은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협은 애초 복지부에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복지부는 이에 대한 답은 안 하고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왔다. 협의체 하나 구성하자고 파업 결의대회를 접을 수는 없다. 11~12일 총파업 결의대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못박았다.

문 장관은 국회에서 논의중인 기초연금 법안을 두고 “정부안의 기본 원칙은 최대한 지켜나가겠지만,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기초연금법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제도와 관련해 야당과 시민사회와 대화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장관은 또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 소송 준비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로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조만간 공단 이사장과 얘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