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부 ‘원격 진료 효과’ 부풀렸다

 

임상시험 보고서 ‘효과 없음’ 결론
경제성도 두배 이상 높여 발표
산업부 “경비 누락…보고서 잘못돼”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을 위해 임상시험 등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원격진료의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경제성도 애초 정부 발표의 절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치료효과와 경제성을 부풀려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11일 김용익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의 ‘2013 원격의료(스마트케어) 보고서’를 보면, 정부의 원격의료 임상시험 사업 용역을 맡은 에스케이텔레콤 컨소시엄과 엘지전자 컨소시엄은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당뇨·고혈압·대사증후군(비만) 재진환자 344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원격의료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에스케이텔레콤 컨소시엄은 이들 환자 가운데 의사를 직접 만나 진료받은 환자와 원격의료로 진료받은 환자를 나눠 비교평가한 16개 평가지표 가운데 당뇨·혈압 목표치 달성률과 치료만족도 등 14개 지표 측정값에 대해 ‘통계적으로 의미 없음’이라고 밝혔다. 엘지전자 컨소시엄이 주관한 임상시험 보고서도 10개 평가지표 가운데 8개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두 컨소시엄을 합쳐 전체 26개 지표 가운데 4개에서만 ‘의미 있음’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낸 보도자료에서 이들 4개 지표만 인용하면서 “(시범사업 결과 원격진료에서) 목표혈압 달성률이 유의미하게 높고 치료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해당 시범사업에 355억4000만원을 들였다고 공개했다.

원격의료 사업의 경제성도 2배 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에서 원격진료 상담사 1명이 하루 30명의 환자를 상담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산업부의 의뢰를 받은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2월 원격진료 상담사가 하루 67명을 상담해야 손익분기점에 이른다는 내용의 ‘스마트케어 시범서비스 통합분석’ 보고서를 산업부 쪽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보고서를 검토한 김윤(서울대 의대 교수)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원격의료가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고, 대면진료 기반 공공사업이 휠씬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융합바이오팀 관계자는 “컨소시엄의 보고서에는 치료효과를 가늠하는 임상 데이터가 빠져 있다. 손익분기점 계산은 (우리 쪽) 착오로 경비가 일부 누락돼 (나중에)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서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의 임상 데이터는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