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7일) 정부는 제12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올해 안으로 시행할 41개의 규제개혁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그토록 반대하고 있는, 의료민영화를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강행하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영리자회사 허용은 명백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정부는 병원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여 의약품·의료기기의 연구·개발, 여행업, 외국인환자 유치업 등을 포함하도록 오는 6월까지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부대사업을 수행할 자회사 설립을 ‘원스톱 서비스’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에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1조의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는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며 또한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부대사업을 포함하여, 영리를 추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한 의료법 시행령 20조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은 의료제도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사항으로써 최소한 법을 개정해야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회의 논의조차 거치지 않는 시행규칙을 통해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상위법령인 의료법 및 의료법 시행령에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영리자회사 부대사업 허용을 시행규칙개정으로 해치우겠다는 것은 정부가 기본적인 법적 절차마저 무시하는 행정독재일 뿐이다.
둘째, 원격의료는 6개월만의 시범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이번의 규제개혁안을 통해 10월까지 시범사업을 하고나서 원격의료에 대한 국회 논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용효과성과 안정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단기간 내에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럽전체에서 가장 큰 시범사업은 영국에서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이며 더 대규모의 시범사업도 계획된 바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 대상 인구는 무려 850만 명이다. 6개월의 시범사업은 원격의료를 강행하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셋째, 의료기기 규제 대폭완화는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재벌 특혜조치일 뿐이다.
이번 규제개혁안은 의료기기 허가를 간소화하고 심지어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내부 임상시험만으로 완화하고, 신의료기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의료기기에 대한 필수적인 검증과정을 건너뛰는 것이 골자다. 의료가 민영화되어있어 규제가 대폭 완화되어있는 미국의 예를 드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완화는 삼성과 같은 재벌에 대한 혜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의료기기 및 원격의료기기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정 삼성 제품을 위한 ‘스마트폰 센서 의료기기 인증 애로해소’는 의료기기 전반에 걸친 국민안전성 포기에 비하면 오히려 문제가 작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비 증가율이 1위이고, 가장 낮은 공공병원 비중과 건강보험 보장률을 가지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병원들의 수익추구를 억제하여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공공적 규제다.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공적 규제가 없는 한국의 의료다. 규제개혁이라는 말로 포장을 해도 박근혜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여전히 의료민영화일 뿐이다.(끝)
201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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