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엑스레이필름 사건은 의료상업화가 부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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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분하지 않은 진료시간, 의사성과급제 등 병원의 돈벌이 진료는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금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작년 1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578명의 코 엑스레이 필름 영상의 좌우를 바꾸어 표시했다. 그리고 이중 120여명은 한쪽 코에만 문제가 있었던 환자인 것이 밝혀졌다.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에서 엑스레이 필름의 좌우가 바뀐 줄도 모른 채 4개월간 환자 578여명을 진단·처방해온 사실은 대형 사고다. 게다가 병원은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는 의료윤리 측면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

 

병원은 환자안전을 위해 3중, 4중의 안전점검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좌우가 바뀐 엑스레이 필름을 4개월간이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병원의 안전점검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를 컨베이어 벨트위에서 돌아가는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 컨베이어 벨트가 4개월이나 망가져 있었음에도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환자가 내원해서 검사와 처방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안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번 사고는 한국 대형병원들의 영리화된 진료 형태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환자를 제대로 보았는가의 문제다. 환자 치료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가 엑스레이 검사 처방을 내리고 방사선과에서는 기계를 돌리듯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들이 엑스레이 필름 판독시 임상적 정보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방사선 필름을 보고 판독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엑스레이필름을 찍고 나서 환자를 재진한 의사들이 4개월이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엑스레이를 실제 보기나 하면서 후속진료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3분진료’ 의 문제만이 아니라 ‘의사성과급제’ 로 인한 무리한 환자늘리기 행태가 이번 사건의 원인 중에 하나다. 병원인력의 충원 없이 환자수만 늘리고 검사를 부추기게 하는 의사성과급제는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돈으로 보게 하는 비정상적인 제도이며 병원에 도입되어서는 안될 제도다.

 

또한 이번 사고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가 도입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이번 의료 사고는 엑스레이 필름의 전산 전송 과정에서 좌우를 거꾸로 전송한 것이 시발점이다. 특히 환자의 증상과 필름을 대조하는 대면진료의 시간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첫번째 조건임을 이번 사고는 역으로 반증하고 있다.

지금도 이러한 문제가 난무하는데,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환자 상태를 전송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하는 원격의료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복지부는 효과성이 인정되지도 않고 고가의 비용이 드는 원격의료가 아니라 현재 병원 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전자동화시스템의 문제들을 점검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대병원은 환자의 대부분이 단순 부비동염이었고, 수술이나 시술이 없었기에 문제가 없다며 환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병원의 태도는 매우 부도덕하고 부적절하다. 이대병원은 이번 사고에 대해 환자들에게 사과하고, 병원 경영 방침을 영리추구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진료를 위한 것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수십억을 지불하면서까지 사립의료기관 평가기관인 JCI 병원인증 평가를 자랑하는 홈페이지 홍보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실제 578장의 엑스레이 좌우 구별부터 제대로 하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유권 이대병원장 인사말에 명시된 ‘원스톱 의료 서비스’ 는 엑스레이 필름 판독도 제대로 안되는 그런 서비스가 아니다. 제대로 된 의료인력을 충원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점검체계를 완비하고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수십억원을 사립의료기관 평가인증기관에 뿌리는 돈 보다 중요하다.

 

이대목동병원의 이번 사고는 의료영리화와 겉만 번지르한 병원광고가 낳은 부실진료의 현주소다. 정부는 최근 이대목동병원이 포함된 몇몇 의료기관들을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의료관광을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병원 부대사업 확장과 자회사 가이드라인도 크게는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해외환자 유치를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첨단 국제병원’을 제 2병원으로 짓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의 이같은 사고는 의료를 돈벌이로 두는 순간 환자들에게는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번사고는 의료민영화가 보여줄 직접적인 대형 사고의 작은 사례다.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지금도 횡행하는 대형병원들의 영리화된 진료행태를 규제하는 일을 해야 한다. 환자 생명과 안전이 병원 돈벌이 진료로 인해 지금도 매우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정부가 제대로 깨닫기를 바란다. (끝)

 

2014. 6. 30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