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사고 보도뒤 확인 요구 늘어
평가인증원, 현장조사 들어가
“무리한 환자 늘리기 행태가 원인”
엑스레이 촬영 영상의 좌우가 바뀐 것도 모른 채 넉달간 환자 578명을 진료한 황당한 사고가 <한겨레> 지면(6월30일치 1면)을 통해 알려진 30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한겨레> 보도 뒤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의료단체들은 “환자를 컨베이어벨트 위의 물건으로 취급하는 ‘3분 진료’와 ‘의사성과급제’에 따른 무리한 환자 늘리기 행태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전 이 병원 영상의학과실 대기의자에는 엑스레이를 찍으려는 환자 2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상선센터 진료를 받은 한 환자는 간호사에게 “내 초음파 촬영 영상도 좌우가 바뀐 거 아니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초음파 촬영은 좌우가 바뀌는 일이 없다’며 안심시켰지만, 환자는 불안한 듯 재차 묻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환자들도 대기 중 스마트폰으로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는 ‘내 엑스레이 촬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캐묻기도 했다. 한 50대 환자는 “대학병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의사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수술 환자가 없어 별문제 없다’며 엉뚱한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의료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던 병원은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장이 코 한쪽만 문제가 있었던 환자 123명에게 일일이 전화해 설명하라고 했다. 의료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방사선사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지만 앞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오른쪽·왼쪽 콧구멍을 뒤바꿔 치료한 환자에게만 의료 과실을 알리겠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455명에 대한 추가 대책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현장에 나가 사실 확인을 하고, 정말로 수술한 사람은 없는지 등도 파악하고 있다. 원인을 파악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각 의료기관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보건복지부 위탁을 받아 병원이 환자 안전 기준 등을 충족하는지를 평가하는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