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입법조사처 “서울대병원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 위법”

ㆍ자문법률가 4명 중 3명 “설립·운영 법적 정당 안해”
ㆍ“특수법인 자회사 이미 시행 중” 근거 삼은 정부 도마
ㆍ“서울대병원 설치법 입법 목적에 위배·법 개정 필요”

서울대병원이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해석이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외부 자본이 투입된 영리자회사를 운영하는 게 위법하다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정부가 서울대병원과의 형평성을 들어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키로 한 것이 도마에 오를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30일 서울대병원의 자회사 설립과 수익사업 가능 여부를 국회 입법조사처에 문의한 결과, 4명 중 3명이 다수 의견으로 “서울대병원설치법의 입법 목적에 위배되거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은 2012년 1월 SK텔레콤과 100억원씩 합작투자해 ‘헬스커넥트(주)’를 세웠다. 의료기술과 ICT기술을 융합해 수익사업을 하는 회사다. 서울대병원과 정부는 그간 “서울대병원은 특별법인 서울대병원설치법에 따라 설치됐으므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 대한 제한 규정인 의료법 49조와 영리추구를 금지한 의료법시행령 20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의 해석은 달랐다. 자문법률가 ㄱ씨는 “서울대병원이사장이 서울대총장인 점, 정부의 재산출연 규정 등을 고려할 때, 서울대병원은 강한 공공성을 띠는 의료법인이 틀림없다”며 “자회사 설립으로 수익활동을 하는 것은 ‘서울대병원설치법’의 입법목적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자회사 운영으로 “병원 운영이 왜곡돼 의료의 공익성이 저해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문법률가 ㄴ씨 역시 “서울대병원 등의 특수법인은 ‘작은 정부’ 이론 등에 비춰 공법인화한 것으로, 사실상 의료법인과 달리 취급할 필요가 없다”며 “의료법 49조에 열거된 사업 외의 사업을 수행할 자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고 했다.

자문법률가 ㄷ씨는 “자회사 설립은 가능하지만, 자회사에 외부자본이 투입될 경우 의료법의 비영리성 취지를 잠탈할 가능성이 있어 법률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회사는 이익을 배당받으려는 외부자본을 위해 수익 창출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환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자문법률가 ㄹ씨는 “각각의 근거법, 입법취지, 설립목적, 정관 등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입법조사처의 해석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와 부대사업을 확대 허용하면서 “별다른 제한 없이 수익사업을 벌였던 특수법인(서울대병원)과 의료법인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근거로 제시했다. 시민단체들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법안 추진 과정에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직권남용 등을 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불법적인 근거를 토대로, 서울대병원과 형평성을 맞춘다며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한 것”이라며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안 역시 불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행정부가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시하는데도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설립 당시 법률 자문을 거쳐 판단한 결과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