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되면, 우리는⑭]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 위법 논란
‘틀을 부수고 새로운 길을 상상하라.’
‘건강검진으로 돈번다’는 이미지보다는 신의료기술로 포장하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요즘 가장 흔한 말로 ‘스마트 헬스케어’ 이미지 포장하기다.
서울대병원 헬스커넥트 설립 운영은 ‘위법’
작년 12월 박근혜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의료민영화의 구체적 방법을 공개했다. 투자자를 위한 원스톱서비스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대폭 허용하고 이를 자회사로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리고 이때 앞선 모델이자 예로 내세운 것이 서울대병원의 헬스커넥트였다. 그러면서 이미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병원들이 자회사를 가지고 수익사업을 하는데 다른 의료법인들에게만 못하게 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대학병원들의 영리행위를 규제해서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모든 병원에 돈벌이 영리행위를 허용해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게 복지부의 의지다.
그 방식으로 나온 게 바로 의료법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으로, 의료법인 수익추구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완화다. 모든 병원들에 동일한 수준으로 돈벌이를 하게 해줘야 한다는 그 ’형평성’ 주장은 지금 복지부가 의료영리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장 큰 명분이 됐다.
그런데 지난 6월 2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서울대병원이 SK텔레콤과 각각 100억씩 투자한 헬스커넥트 설립 운영은 위법이라는 다수의 의견이 나왔다. 공공성을 지난 특수법인 서울대병원은 그 설치법이 따로 있는데 본연의 목적과 맞지 않는, 주식 배당이 가능한 영리자회사를 소유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회사 설치에 대한 의료법 위반 여부를 법무법인에 의뢰해 검토한 결과, 서울대병원은 특수법인으로서 헬스커넥트 설립에 법적 문제가 없다. 또한 2011년 자회사 설립에 대한 정부의 사업 인정을 받았다”며 전혀 다른 해명을 내놔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서울대병원이 투자한 100억이라는 자산에 있다.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 설립시 두 가지 무형자산을 출자했다.
첫째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에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및 디지털 콘텐츠 편집 저작물을 회사가 존속하는 기간 동안 복제, 배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의 방법으로 독점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SK텔레콤에 제공했다. 즉, 이에 대한 가치가 돈으로 환산된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의무기록과 디지털 콘텐츠 편집 저작물이란 무엇일까?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과 디지털 콘텐츠 편집 저작물은 그동안 서울대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의 개인 질병 정보가 담긴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이 환자 동의도 없이 재벌 IT기업인 SK텔레콤에게 개인질병정보를 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 헬스커넥트의 말처럼 ‘진료와 연계한 환자맞춤형 병원 정보’를 제공하려면 환자들의 신체정보와 건강정보가 담긴 전자의무기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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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실을 위해 서울대병원노동조합과 보건의료단체연합, 민변, 참여연대 등이 100억의 무형자산의 가치로 인정받은 EMR 표준화 및 디지털 콘텐츠 편집 저작물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서울대 병원 측에 여러 차례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모두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그리고 아직도 서울대병원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인질병정보를 가지고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헬스커넥트 주식회사가 홍보하고 있는 상품 판매의 내용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헬스커넥트사는 자신이 만든 의료기기인 헬스온을 다음과 같이 홍보한다.
“<헬스온 서비스>는 건강검진 추후관리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일상생활 기반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헬스커넥트의 말처럼 ‘진료와 연계한 환자맞춤형 병원 정보’를 제공하려면 환자들의 신체정보와 건강정보가 담긴 전자의무기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서울대병원을 이용한 모든 환자들의 데이터가 이제 텔레콤이라는 IT기업에 넘어가면 나중에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인터넷이나 다른 기업들에게 유출될지 알 수가 없다.
오병희 병원장은 “병원도 호텔 서비스와 같이 퀄리티 다르면 값 달라야”
또한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에 ‘서울대병원의 기본 표장과 등록 또는 출원 중인 서비스표를 국내외에서 사용계약 체결일로부터 20년간 헬스커넥트가 출시하는 상품 및 서비스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했다. 즉, 서울대병원이라는 이름과 브랜드를 SK텔레콤이 상품 판매 홍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이란 브랜드는 국가 재산이다. 그리고 의료법은 병원 이름과 표장 등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품 마케팅을 위해 병원 브랜드(표장)를 검증되지 않은 상품에 사용하면, 환자들은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이라고 여겨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의료법도 무시한 채 영리자회사를 설립 운영했다.
서울대병원 오병희 병원장은 지난 10일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에서 ’선택진료비 폐지’와 관련해 ”가격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병원도 “호텔 서비스와 같이 퀄리티가 다르면 값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이자 국립대병원의 병원장이 환자치료를 호텔서비스에 비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선택진료비를 호텔과 비교할 수 있을까. 없다. 호텔 서비스는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대학병원 선택진료비는 이미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국민들은 선택진료비와 병원마다 극심한 비급여 과잉진료 때문에 등골이 휜다.
환자들은 아직까지 서울대병원에 대한 믿음이 있다. 국가 중앙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고,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국립대학교 병원이라는 믿음이다. 그런데 이런 공공병원에서 영리자회사를 만들어 환자들의 개인질병정보를 거래하고, 병원에서만 이용하라고 한 브랜드를 상업적으로 팔아 돈을 버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10일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이 복지부와 함께 아랍에미레이트에 병원서비스와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기자회견을 한 모양이다. 언제부터 병원이 수출 품목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과잉검사와 과잉수술 등이 이제 해외로까지 수출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나라 망신이기 때문이다.
의료가 돈벌이로 전락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철회되어야
▲ 박근혜정부는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가 위법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를 근거로 한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운영을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철회해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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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오병희 병원장은 헬스커넥트가 위법이며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 헬스커넥트 위법하다는 여론을 덮기 위해 문형표 복지부 장관과 함께 의료수출 대성공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리라. 그러나 잘못을 더 큰 잘못으로 덮고 또 더 큰 사기로 가리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정부는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가 위법이라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한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운영을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철회되어야 한다. 위법적인 사례를 근거로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그 시행규칙이 다시 위법을 사후 합법화하는 것. 이런 의료민영화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한편 야당과 시민단체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헬스커넥트 설립 과정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특별감사를 요구하며, 병원 측에 헬스커넥트 즉시 탈퇴를 촉구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