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박근혜 정부에서 환자는 ‘마루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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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단체 긴급 설명회] “정부, 민영 보험사·영리 자회사에 날개 달아줘”

김윤나영 기자

기사입력 2014.08.12 18:00:27

 

12일 정부가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국민 180만 명이 반대 서명한 의료 민영화 논란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더 심한 의료 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반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회관에서 ‘보건의료분야 6차 투자활성화 대책 분석과 문제점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비판했다.

 

“진영 전 장관이 거부한 영리병원, 왜 들이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정책에 따라 대학병원은 영리 자회사를 만들고, 경제자유구역에는 영리병원이 들어서고, 해외 환자 유치라는 명목으로 병원은 민영 보험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며 “여기에 종합병원 내 의원을 들여 병원과 의원의 체인화까지 하면, 정부가 우리나라 의료 공급 체계 전체를 사실상 미국식 의료로 가는 단계로 밀어 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영리병원 유치 전략에 대해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은 “처음에 영리병원을 유치한다고 했을 때 정부는 존스홉킨스나 하버드병원 같이 일류병원을 들이겠다고 했다”면서 “외국의 우수한 의료 인력이 왜 송도 같은 곳에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류병원들이 아무도 오려 하지 않으니, 현재 제주도에 들어오려는 병원은 고작 중국계 피부·성형 전문병원을 표방한 싼얼병원”이라고 비판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싼얼병원은 병원을 제대로 운영한 적이 있는지조차 불확실한 48병상짜리 병원”이라며 “불법 줄기세포 시술, 응급 상황 안전 대책 미비 등으로 전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거부한 병원을 한국에 왜 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진영 전 장관은 현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정부, 민영 보험사에 날개 달아주나?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가칭 ‘국제의료특별법’ 제정을 통해 허용하려는 ‘민영 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에 대해 우려했다. 민영 보험사가 해외 환자를 유치하면 병원과 직접 계약하게 된다. 정부 정책에 따라 보험사는 메디텔 유치업자가 될 수 있다.

이 상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료기관-환자 간의 직접 계약 거래가 형성되는데, 이는 미국식 의료 체계의 근간”이라며 “전체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 의료 체계가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고. 보험사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정부가 2017년까지 해외 환자 50만 명을 유치해 1조5000억 원을 벌겠다고 하는데, 1조5000억 원이 많은 것 같아도 서울대병원 단 한 곳의 1년 매출액에 불과하다”며 “그 정도 수익을 위해서 금융, 세제 지원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기관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한국 내부의 의료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해외를 핑계로 내부 규제 완화의 물꼬를 튼다면, 이후에 한국 의료 체계의 근간을 허물기는 너무 쉽다”고 우려했다.

 

대학 병원에도 경영 지원 영리 자회사 허용?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대학병원의 기술지주회사 허용 정책에 대해 “대형 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는 안이자,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병원 경영 지원회사’를 법 개정 없이 우회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금까지 의과대학은 산학협력단 방식으로 학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는데, 정부는 의과대학이 독립적으로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자회사를 세우고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논란거리는 기술지주회사가 ‘경영 지원’도 가능하도록 대통령령에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정 정책국장은 “병원 경영을 총괄하는 회사가 지주회사로 기능하는 것은 사실상 영리병원과 다름 없으며, 의료 영리화를 극대로 추구하는 병원들을 허용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리적 문제도 제기된다. 정 정책국장은 “기술지주회사를 통한 직접적인 이윤 배당은 연구자의 객관적인 연구를 불가능하게 한다”며 “병원에서 해당 자회사가 개발한 치료재료, 약품 등을 편향적으로 처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마루타? 임상시험 규제 완화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 규제 완화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앞으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에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업 임상시험 1상을 면제키로 했다. 임상시험 1상이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시험이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최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자가 줄기세포에만 허용했던 임상시험 면제를 타인에게서 뽑은 동종 유래 줄기세포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면 바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는 발상은 굉장히 황당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최초로 시판 허가한 나라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암 발병 우려 등 안전성 이유로 줄기세포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하고 시판 허가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탓이다.

유전자 치료제 연구 기준과 관련해 정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거나 ‘대체 치료법이 없는 경우’ 둘 중에 하나만 충족돼도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명윤리법을 개정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최 기획부장은 “유전자 치료제 연구는 줄기세포 치료보다 더 위험한 연구라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단 하나의 치료제도 개발된 바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사실상 유전자 연관성이 보고된 거의 모든 질환에 대한 연구에 환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안전 규제를 완화했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전자 치료 연구와 관련해 가장 규제가 약한 나라”라며 “한국은 전 세계 임상시험의 메카가 되고, 국내 환자는 마루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

 

사진,원문출처: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