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투자 영리병원에 목매는 이유…시작은 외국환자용→사실상 내국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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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 경제구역내 외국인 영리병원 도입이 허용된 2002년 이래, 12년이 지나고도 단 하나의 성과도 내지 못하던 복지부가 급기야 어떤 병원이라도 허용해주기로 한 모양이다. 첫 타자는 제주에 있는 중국 산얼병원.

그러나 산얼병원의 모회사인 중국산얼건강재단은 광산과 줄기세포 치료를 허위로 과장하여 투자유치를 한 죄로 회장이 이미 지난해 7월 사기죄로 구속되어 현재 사업이 정지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 얼마나 급했으면 사기로 투자금을 끌어모은 죄로 구속되어 사업도 중단된 기업과 영리병원을 짓겠다는 것인지.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국내 영리병원 1호 예고된 제주 산얼병원… 이런데도 짓겠다?

▲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한 과수원.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들어설 산얼병원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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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2일 중국 산얼병원을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는 9월께 산얼병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 승인이 결정나면 제주도 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설립 결정이 이뤄진다.

제주도 산얼병원은 중국산얼건강재단(中国善尔健康集团)에서 추진 중인 사업으로 지난해 8월 신청했다가 응급의료체계 미비와 줄기세포 치료 위험성 등의 이유로 반려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영리병원의 물꼬를 트는 것이 시급했는지 제주도 산얼병원 허용을 못박았다.

대체 어떤 병원이기에 48병상(505억원 직접투자) 정도의 중소규모 병원을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허용한다는 것인지…. 이런 궁금증에 산얼병원과 모회사인 중국산얼건강재단을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3년 이후 산얼건강재단 홈페이지는 닫혔고 핵심 사업인 줄기세포 치료와 회장에 대한 기사도 검색되지 않았다. 대신 2013년 8월 이후, 회장의 구속과 핵심 사업인 줄기세포 치료의 사기성을 고발하는 기사만 검색되었다.

“산얼재단 翟家华 회장은 PPC세포기술회사의 주식과 광산을 담보로 해태海泰 회사 담보를 통해 은행의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산얼재단 翟家华 회장이 등록한 회사들은 대부분 페이퍼 회사, 즉 채무만 있고 채권은 없는 회사다.” 
“담보채권에 문제가 생겨 투자자들이 집중 상환을 요구했고 직원들은 집단 소송중이며, 회장은 구속수사 중이다.” - ‘산얼재단 회장 구속 수사중’ 기사 원문 보러 가기

중국산얼건강재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다른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얼건강재단은 원래 줄기세포 치료 기술 연구개발과 고가의 시술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사업을 해 왔다. CSC 헬스 그룹(Health Group, 아래 CSC그룹)은 버진아일랜드에 등록한 바이오건강 관련 기업이며, 그룹 산하에는 산얼생물과학기술유한회사, 북경산얼병원(현 베이징왕징신청병원), 시단무산얼생물과학기술(천진)유한회사, 천진남개산얼세포치료 및 재생의학전화연구센터, 중국시단무산얼줄기세포의학연구원, CSC주식회사, CSC그룹 등 실무 기업들이 있다. 

CSC그룹은 현재 중국베이징, 상하이, 텐지,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지역에 영업 조직을 설립하여 국제수준의 선진화된 줄기세포 치료기술의 연구개발 및 산업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CSC그룹은 핵심기술인 PPC세포치료 및 세포보건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환자 자체 혹의 객체의 외주 혈액에서 분리한 성숙된 줄기체를 특허기술로 배양시켜 정향화공능을 가진 신형줄기세포로 전환시킨 뒤 환자 인체에 주사하여 병이 발생 하였거나 기능을 상실한 세포 및 조직을 대체해 다시 건강을 되찾아주고 노화를 방지한다. 이 기술은 CSC그룹이 5년 전 독일세포치료 특허기술을 이전 받아 중국에 도입하여 그 기반 위에서 자체로 새로 개발하여 응용 중에 있다. 

이미 이 기술은 유럽 공동체의 허가를 받았고 여러 국가와 지역의 특허를 받았다. CSC그룹은 국제선진적인 PPC세포생산기술, 제품브랜드, 세포질병치료기술, 세포보건기술, 세포산업화기지 및 과학연구기지 건설에 힘쓰고 있으며 중국 뿐 아니라 세계의 줄기세포 의료시장, 보건시장, 체외조직공정시장을 개척하여 전세계 고객들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류건강에 공헌하고 있다(출처 : ‘과학기술을 통한 건강한 삶 추구하는 CSC Health Group). 

이상을 보면,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과 산업화가 주력인 기업으로 PPC라 불리는 줄기세포 치료기술로 항노화, 난치병 치료를 한다고 광고해 왔음을 알 수 있다. 2012년까지 회장의 제트기 구입 등 개인의 부와 부를 이룰 수 있었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산얼재단 회장 구속 수사’ 기사 등에 따르면, CSC그룹은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페이퍼 회사(‘채무만 있고 채권은 없는’)로 사기에 가까운 줄기세포 기술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사업을 해 온 조세회피 기업이다. 게다가 자산으로 홍보한 광산도 실체가 없고, 줄기세포도 효과가 없으며, 줄기세포의 효능을 광고하기 위해 사용한 독일과 유럽의 특허와 연구 역시 허구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중국 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 역시 2011년 발표한 중국 복지부의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어 중단된 상태임을 밝히고 있다(관련 원문기사 보러가기).

황당한 건 복지부도 이를 알고 있다는 사실. 지난 22일 <뉴스타파> ‘중국 사기범이 박근혜정부 1호 영리법원 설립?’ 보도에 의하면,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중국신문에서 이 같은 보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관을 통해서는 구속됐다던데 (산얼 측은) 회장이 구속은 안됐다고 말했다”며 ”산얼병원이 제주도에 따로 법인을 만드는 것, 거기가 하는 게 아니고 따로 새로 탄생하는 법인”이라고 일축했다.

수익성 없는 외국투자 영리병원, 규제 완화로 꼬시는 정부

정부는 2002년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을 허용한 이래,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다양한 혜택을 약속하면서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다음은 정부가 추진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규제완화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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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규제완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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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계속적인 규제완화로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영리병원이 국내자본, 국내환자, 국내의료진에 의한 영리병원으로 바뀌었다. 외국 자본 50% 이상만 되면 경자구역내 어떤 영리병원도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경자구역법 외에서 의료법과 관광진흥법에서도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관광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과 규제완화를 포함했다. 하지만 그래도 영리병원에 투자하는 자본이 없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어떤 병원이든 1호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외국투자 영리병원은 왜 안 들어올까? 한 마디로 말해,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은 매우 낮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이번 투자활성화대책과 투자개방형 외국인 병원 규제완화의 초안이 된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현장사례 조사 및 정책 제언- 의료, 교육, 관광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도 한국 규제수준이 결코 높지 않음에도 수익성이 없어 투자유치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국병원의 입장에서는 수도권에 인접한 경제자유구역에 투자 유인이 희박
* 중국 등에서는 경제특구와 바깥지역간 의료격차가 심하여 외국병원의 투자 유인
* 한국은 의료격차가 적고 수도권 병원들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어 투자 유인이 미약 -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 발췌

특히 제주도의 경우, 규제가 거의 없으며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규제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에 성과를 내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즉, 현재의 규제완화가 외국병원 유치를 위한 것이 아니며 또한 규제완화로 해외진출 + 해외환자·병원 유치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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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더 많은 규제완화, 더 많은 지원을 선택한 데 있다. 그 결과, 해외진출, 해외환자 유치 등 ‘해외’, ‘관광’이라는 말만 붙으면 비영리법인의 직접 투자, 영리목적의 부대사업과 자법인 운영, 수익배분 등을 전부 할 수 있게 허용해주었다. 하지만 ‘해외’, ‘관광’은 의료기관 사업 중 매우 일부이며 대다수는 해외사업을 핑계로 국내용 사업을 펼치고 있다.

외국투자 영리병원은 해외환자용? 국내환자용이라 ‘문제’

그렇다면 외국투자 영리병원은 과연 실현가능할까? 정부는 외국병원의 방향을 기존 외국인투자병원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에서(인바운드), 국내 병원의 해외진출(아웃바운드)과 해외환자 유치를 강조하고, 외국병원은 임상시험+희귀/난치병 시술 특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국내 병원의 진출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고, 보험회사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 등을 통해 해외 환자 유치에 더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임상시험 기준을 낮춰 임상시험, 난치병 치료 목적의 영리병원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즉 일반적인 진료병원으로는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니 임상시험을 쉽게 하고 검증되지 않은 난치병 시술을 쉽게 할 수 있는 유인을 줘서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① 국내 병원의 해외진출을 위한 비영리의료기관 직접 투자허용과 각종 지원 ②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국내 보험회사 환자유치업 허용 ③ 임상시험과 희귀난치병 시술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영리병원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료산업의 해외투자활성화 방안이다.

산얼병원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1호병원의 승인이 늦어지더라도 정부의 이런 정책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해외환자용이 아니라 국내환자용이라는 점이다. 이미 국내 영리병원은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병원이 아니다. 한국병원이 내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투자와 수익 유출, 위험한 임상시험과 검증되지 않은 희귀난치병 시술, 각종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외’, ‘관광’, ‘외화벌이’면 뭐든지 허용하는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하고, 기존 사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아무리 투자하고 지원해도 해외 진출의 성과가 미미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국내 환자에게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만을 하게 될 게 뻔하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이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