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삼성 직업병 대책마련을 위한 제9차 교섭이 열렸다. 이 교섭은 올해 5월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합당한 보상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교섭이 수차례 이루어지는 동안 삼성전자는 사과, 재발방지대책, 보상과 관련한 어떠한 실질적 내용도 준비하지 않고 제3의 중재기구인 조정위원회를 통한 협상이라는 주장만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계속해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을 교섭 대상에서 배제하려 하는 등 반올림과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조정위원회 논의에서도 반올림을 들러리 취급하였으며, 교착상태에 빠진 교섭에 대한 책임을 반올림에 돌리며 적반하장으로 여론을 호도하기까지 했다.
반올림은 황상기님과 같은 피해자 가족을 포함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와의 지속적 연대를 통해 7년 동안 꾸준히 삼성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이러한 교섭이 가능하게 만든 핵심 주체이다. 이를 무시한 채 삼성측이 반올림을 교섭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는 이미 확인된 일부 직업병 피해자에게만 보상하겠다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즉 반올림의 교섭대상 배제는 향후 발견될 직업병 피해자들과 반도체산업 작업장 문제로 인한 암과 백혈병 등 직업병 발생문제에 대해, 산재 신청과 인정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작업장 환경개선에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름아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증권가와 언론은 실적이 악화되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매출 47조, 영업이익 4.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 뒤에는 삼성이 분명하게 책임져야할 직업병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반올림에 제보가 들어온 삼성반도체, 삼성엘씨디 공장의 직업병 피해자 수는 164명이고, 이 중 70여 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삼성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고통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올림을 배제한 조정위원회 구성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사과, 재발방지대책, 보상과 관련해서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초일류기업’ 삼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직업병 노동자들에게 삼성이 져야할 최소한의 책임이다.<끝>
2014. 10. 10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