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뒤에는 삼성이 있다?
[6차 투자활성화 대책 보건의료 뜯어보기⑥] 병원기술지주회사 도입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보면 ‘의과대학 직영의 기술지주회사를 도입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기술지주회사는 그간 학교법인 내 산학협력단 아래 존재했다. 정부는 이 개선안에 대해 의과대학만의 기술지주회사를 하나 더 차리는 것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과연 그럴까.
▲ 의과대학 산하 기술지주회사 도입 (6차 투자활성화 대책 정부 보도자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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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지주회사를 의과대학 직속 산하에 두려면 여러 가지 변화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마치 의과대학이라는 교육기관 산하에 기술지주회사를 두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엄연히 말하면 의과대학 산하 병원 즉, 대형병원이 기술지주회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병원기술지주회사’가 도입되는 것이란 말이다. 이게 왜 나쁜지 자세히 뜯어보자.
병원기술지주회사 도입, 대형병원을 영리병원화 하려는 시도
병원기술지주회사가 본래 하는 일은 ‘지주회사(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사업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의 역할이다. 즉, 병원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고 확대하는 매개로서 병원기술지주회사가 쓰인다는 말이다.
‘영리자회사’에 대해 들어본 국민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바로 지난해 12월 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게 영리자회사였다. 지난 7월 하루 만에 100만명의 의료민영화 반대 온라인 서명을 가능케 한 것도 정부의 영리자회사 도입안 때문이었다(관련기사 : 보건복지부 홈페이지가 다운된 이유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여론 때문에 영리병원 도입이 어려워지자 꼼수를 썼다. 병원이 영리자회사를 두어 병원 수익을 외부에 배당하게 하는 것을 허용한 것. 영리자회사는 병원부대사업 등을 할 수 있어 사실상 병원 수익을 외부로 배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병원과 다르지 않다.
즉 비영리병원이 영리적인 사업을 하도록 편법을 동원한 게 영리자회사 도입안이다. 병원기술지주회사 도입도 영리자회사와 마찬가지로 대형병원을 영리병원화 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영리자회사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근거로 들었다. 필자도 의사이긴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배려는 전혀 고맙지 않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민 살림살이보다 병원 살림살이를 먼저 걱정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대놓고 대학병원들이 직접 영리자회사를 차리라고 독려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영리자회사 도입은 대형병원과는 상관없는, 영세한 중소 의료법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해놓고 말이다. 아무튼 하는 말 하나 하나가 다 거짓이고 술책이니, 정부 스스로 자신이 무슨 근거로 무슨 주장을 했는지 확인할 정신이나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병원기술지주회사의 또다른 기능, 영리병원 네트워크
병원기술지주회사 도입이 가져올 재앙은 영리자회사 도입 재앙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 영리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투기자본은 그간 민자 고속도로 사업같이 고수익이 남고, 안정적인 사업에만 투자해 왔다. 불경기에도 아픈 사람은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제 환자들이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병원이 장비와 약품, 건강식품 등을 개발·공급하는 자회사를 가지고 있으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잉검사와 고가약물 및 건강식품 권유 등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대학 산하 산학협력회사의 상당수가 건강증진식품 개발·판매업을 하고 있고, 각종 검사장비와 검사기술을 판매하고 있다.
병원기술지주회사 도입은 이런 회사들을 병원 아래 줄 세우고, 병원이 이들의 수익을 위해 일하게 만들 것이다. 그 결과 병원비 상승이 가속화 되고, 병원 수익은 투자자들에게 우회적으로 배당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병원기술지주회사는 영리자회사를 둠으로써 생기는 영리병원화 과정 외에 또다른 기능도 가능하다. 바로 ‘지주회사’로서 대형병원이나 대형병원 산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단법인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협의회’는 기술지주회사의 가능한 업무로 (병원)경영컨설팅 업무를 포함시킨다(2011년 이명박정부 때 기술지주회사 관련 규제완화로 시행령을 개정하여 경영컨설팅을 포함시켰다).
개정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기술지주회사의 부가적 업무는 영리행위(수익사업)로, 해당 대학 또는 연구기관, 기술지주회사 또는 자회사가 보유한 기술의 이전, 사업화 및 경영컨설팅 업무 등이 가능하도록 해 두었다. 또한 타 기관에 대한 기술·경영 지원 및 교육·훈련 지원 업무가 가능하다고 대통령령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병원기술지주회사는 그 자체로 병원들의 경영을 도맡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로 쓰일 수 있다. 이처럼 병원기술지주회사가 병원에 대한 경영지원을 중심으로 ‘지주회사’로의 기능을 하게 되면,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에 대한 병원 경영 및 인력관리 등의 ‘경영지원업무’를 중심으로 병의원간 수직, 수평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말인즉슨, 사실상 영리병원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며 의료영리를 추구하는 병원들의 집단을 허용하게 된다는 말이다.
① 민간기업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기술지주회사 의무 출자비율(20%) 완화(산학협력촉진법 시행령 개정 ’15. 3월, 기술이전촉진법 시행령 개정 ’14년 12월)
- 유상증자 등으로 인해 20% 보유비중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5년간 자회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 부여
* 연구개발특구법 상 연구소 기업은 유예기간 5년 부여(’14년 11월부터)
- 기술지주회사 의무출자비율 완화 (6차 투자활성화 대책 정부 보도자료)
② 기술을 개발한 교수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의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우수기술의 출자 유도(산학협력촉진법 시행령 개정, 15년 3월)
* 현재는 본인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한 자회사에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 적정한 이익 보상 곤란
- 자회사 주식배당이 가능하도록 규제완화 (6차 투자활성화 대책 정부 보도자료)
여기에 정부는 한층 더 강한 규제완화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병원기술지주회사가 소유할 자회사에 대한 최소지분조차 완화하겠다는 계획(①)도 밝혔다. 이를 통해 병원기술지주회사는 적은 자본으로 자회사를 네트워크 식으로 많이 경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정부는 의대교수들의 자회사 스톡옵션(②)까지 가능하게 하여, 사실상 의대 교수들을 자회사의 투자자로 만들려 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대형병원 의사들이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배당받으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병원-기업 복합체가 완성되며, 6차 투자활성화대책의 다른 정책과 맞닿아 미국의 의료기관과 같은 ‘보험-병원-기업 복합체’가 탄생할 수 있다. 이는 가뜩이나 심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중시키고, 의료비를 폭등시킬 것이다.
검사용 소변 컵 하나까지 고가의 자회사 제품 쓰게 될 것
▲ 병원기술지주회사가 도입되면 소변검사용 종이컵으로 고가의 자회사 제품을 추천 받을 수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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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부의 이런 계획은 이미 2009년 삼성이 발표한 자료에 나와 있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의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아래 HT보고서)’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 내용을 일부 살펴보면 삼성은 의료기술 HT(Health Technology)을 ‘건강증진 또는 질병의 예방·치료를 위한 제반기술’로 정의하며, 응용 범위로 ‘제약, 의료기기’만이 아니라 ‘의료서비스’까지 포함하고 이것을 핵심적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특허, 제약, 의료기기, 연구 등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한 의료특허의 범주도 기존의 약품, 의료기기 수준에서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 병원진료체계, 의료경영체계 전반까지 포괄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대학과 병원, 기업의 순환구조를 선보이며 대학병원과 기업이 직접 연결되는 상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대학과 병원 기업을 아우르는 현재의 병원기술지주회사 모델(아래 그림)이 당시 보고서에서 이미 구체화 되어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병원은 대학의 임상연구를 중개하고 그 결과를 기업의 상품화에 반영한다. 그리고 원격의료 등으로 이런 방향을 가속화 하는 것도 상정하고 있다.
▲ 대학?기업?병원 연계모델(2009년 삼성경제연구소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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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보고서는 이외에도 민영건강관리서비스 도입, 민간보험회사의 역할 강조 등 온갖 의료민영화 쟁점을 포함하고 있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증거라며 거세게 항의한 바 있다.
특히 삼성은 보고서만 내고 만 게 아니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삼성은 성균관대학교에 의료기술, 대학원 융합의과학과를 띄워놨다. 또한 이번 6차 투자활성화 계획에 나온 의과대학 직속 산학협력단을 만들 준비도 해놨다. 삼성과 대학 그리고 삼성병원의 융합(아래 그림)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융합의과학과 홈페이지 화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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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삼성이 하려는 것은 중환자를 담당하는 대학병원이 영리자회사를 수십 개씩 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융합으로 인한 의료특허를 통해 약품과 의료기기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술에서 돈벌이를 시작하겠다는 시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완화해주는 것이 현재 벌어지는 의료민영화 방향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방향은 미국을 제외한 OECD 국가 중엔 유례가 없다. 오로지 미국에서만 의사들이 특허를 사적으로 내고 그 특허를 자회사에 제공하고 주식을 배당 받는다. 그리고 각종 임상 연구가 기업의 상품화를 거쳐 의료비 폭등을 일으킨다.
이런 과정은 필연적으로 미국처럼 병원에서 사용하는 검사용 소변 컵 하나까지 고가의 자회사 제품을 쓰게 하게 한다. 거기다 이런 영리자회사가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특허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니 앞으로 병원 문턱이 얼마나 올라가겠는가?
정부는 ‘의료법상 영리행위 금지’라는 큰 틀을 편법적으로 우회하여 영리자회사 및 병원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술수를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금도 국민의 약 21%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린다고 한다. 건강보험이 있으나 보장성이 낮고 본인부담이 비급여 등으로 인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병원 가기는 정말 꺼려진다. 이런 대형병원이 이제 맘 놓고 돈벌이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정부를 어찌 봐야 할까? 정말 이 정부는 답이 없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인의협 정책국장)
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4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