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를 내세우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 정녕 부끄럽지 않은가? |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서비스’를 올해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당신이 현재까지 어느 질병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사용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이고 차별이며, 의료급여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에 의한 건강 파괴 행위이다.
이러한 행정 행위를 시도하는 기본 발상과 전제부터가 큰 문제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급여 환자들이 ‘의료급여를 통한 혜택 인식이 미흡하고’, ‘전체 진료비용 등 연간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에 대해 알지 못해 의료서비스를 과다 이용할 유인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의료급여 환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이고 현실을 왜곡한 것이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가난한 이들에게 시혜적 차원에서 베푸는 국가 자선 행위가 아니다. 이는 의료급여 환자들의 정당한 권리이고, 필요한 이들에게 의료급여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그런데 이를 ‘혜택’ 운운하며 국가가 이만큼 해주고 있으니 고마운 줄 알고 아껴 쓰라는 식의 위압적인 경고문을 보내겠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부가 제도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의료급여 환자들이 비용 인식이 없어서 의료를 과다하게 이용한다는 가정은 사실과 다르다. 의료급여 환자들의 의료 이용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는 의료급여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고령의 환자들이고, 중증질환자들이며, 복합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 지역의 사회복지 서비스 체계 부족 등의 문제가 복합된 것이지, 비용 인식이 없어서 무턱대고 의료를 이용하기 때문이 아니다.
제도의 원칙과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와 같은 행정 행위를 하겠다는 것은, 의료급여 이용 환자들을 비용 인식이 없는 무책임한 이들로 낙인찍고, 필요한 의료 이용도 눈치를 보게 하고 자제시킴으로써 복지 재정을 삭감하겠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행하지 않는 ‘진료비용 알림 서비스’ 를 가난한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행하겠다는 측면에서 이는 명백한 차별 행위다. 이러한 차별과 낙인찍기 시도는 실제로 의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의료 이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명백한 건강권 침해 행위다. 실제로 정부의 이러한 행정 행위는 ‘위축효과’를 노려 의료급여 환자의 정당한 의료 이용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많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정부가 그것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하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의료현장에서 의료급여 환자들이 ‘미안해서 병원에 못 온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지금도 의료급여 환자들은 눈치를 보고, 돈을 적게 내는 것이 미안해서 아파도 병원에 못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제 박근혜 정부는 건강을 잃어 가난해져 의료급여가 된 환자들이나 생계의 끝자락에 내몰려 있는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아파도 병원에 자주 와선 안된다는 경고장을 보내겠다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의료급여 진료비용’ 경고 정책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가난한 서민에게 떠넘기는 최악의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절대빈곤률은 인구의 11% 즉 55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급여제도는 인구의 3%밖에 포괄하지 못해 최소한 400만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급여제도를 확대하지는 못할망정 이들을 차별하고 의료이용을 막기 위해 모욕을 가하고 낙인찍기를 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복지국가를 내세웠던 박근혜대통령은 당장 이러한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급여 환자들을 차별하고 낙인찍는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이들의 건강할 권리와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최대한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실현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게 정부의 책임이다. (끝)
2015. 3. 25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