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74명 다쳤는데 시위대가 2명 다쳤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무릎이 골절되고 피부가 찢어지거나 단기 의식상실까지 보인 환자가 수십명이다.”
4·16 가족협의회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20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의 4·16 1주기 추모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전진한 의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폭력에 의해 부상 당한 시민들이 하루 30여명씩 피해사실을 알려온다고 밝혔다. 정확한 인원 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9일 경찰 74명이 부상 당하고 차량 71대가 파손됐으며 경찰장비 368점이 빼앗기거나 부서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세월호 추모행사 후 집회에 참가한 참가자 10여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유가족 포함 94명을 모두 입건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대책회의는 “경찰이 위헌적 차벽으로 가족과 시민을 범죄자 취급하고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아 폭력을 조장했다”며 반발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에 법 집행 근거와 소속 등을 물어도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면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하겠다는 엄포만 돌아왔다. 현장 상황 통제하는 경찰이 피곤하고 힘들 수 있지만 최소한의 규정은 지켜야 한다. 규정 없는 국가권력 행사는 사적 폭력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고 통행을 완전 차단하지 않는 선에서 차벽이 허용된다고 판단했으나 이번 경찰 차벽은 명백히 위헌적이었다”며 “헌화를 막기 위해 지난 16일 설치된 차벽이 18일까지 유지된 것은 위험을 막기 위함도 아니었고 통행을 완전히 막는 방식으로 보강됐다”고 했다.
단원고 희생자 정예진양의 어머니 박유신씨는 “차벽을 막으려다 여경에게 팔이 꺾이고 사지가 들려 잡혀갔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화장실도 갈 수 없게 경찰이 막아 엄마들은 이불로 가리고 용변을 해결해야했다. 아들 같은 경찰 앞에서 엄마들이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여야했다”고 했다. 박씨는 “여경들이 캡사이신을 바른 장갑으로 얼굴에 문지르거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는 부모도 있다”며 “가슴이 찢어져 너덜너덜한 가족들이 시민들을 만나고 싶었을 뿐인데 범죄자 취급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곽이경 세월호 인권감시팀 활동가는 “연행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목을 조르고 사지를 들거나 캡사이신을 씻어내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곽 활동가는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위협하는 경찰 앞에서 시민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집회 내내 “현행범으로 검거하라”, “해산명령 불응자, 경찰 폭행자를 한 명 한 명 뜯어내 체포하라”고 방송했다. “우리 경찰 아주 잘하고 있어요”라며 군중을 자극하거나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라는 방송으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할 말인가”라는 야유를 끌어내기도 했다.
구은수 경찰청장은 “차벽은 질서유지·치안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경찰 방송은 경솔했다. 현장이 어수선하더라도 지휘관이 정비된 용어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