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사회 1호> 국제의료 관련법안의 내용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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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 ‧ 의료수출을 명목으로 한 미국식 의료체계 도입 시도

-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및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의 주요내용과 문제점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회

 서론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박근혜 정부가 올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률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고, 곧이어 담화 후속조치로 발표된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추진계획>에서 하반기 주요 처리 법안 중 하나로 강조됐다.

 그림1.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추진계획(대통령 담화(8.6일) 후속조치)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은 지난 해 10월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국제의료사업’을 “외국인환자 유치사업과 의료 해외진출사업 등 국내외 외국인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보건의료서비스 및 이와 연관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체의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말부터 ‘의료관광’ 과 ‘의료수출’을 ‘국제의료’라는 말로 포장해, 이러한 국제의료가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약 63만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해 총 1조원의 진료비 수입을 올렸고 이는 소형자동차 9만5천대를 수출한 액수와 같다고 홍보한다. 또 2017년까지 150만 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면 2만8천개의 일자리도 생길 수 있으며,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병원은 운영이 튼튼해져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로 경제성과를 내고 의료 기술 발전을 자극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일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이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보험사와 대형병원들이 요구해 왔던 각종 법․제도에 대한 국내 규제 완화책으로, 과거 ‘국제의료’ 라고 불리던 해외원조 등과는 거리가 먼 의료민영화 종합 선물세트일 뿐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이명수 의원 법안에 대한 ‘대체 법안’ 명목으로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동익 의원의 법안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의 독소조항을 빼고, 의료산업의 해외진출과 외국인환자 유치 관련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는 법안으로 일부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최동익 의원의 법안 도 그 내용을 보면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일부는 더욱 심각한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

현재 두 법안은 함께 복지위에 상정되어 있다. 아마도 국회에서 두 법안이 연계되어 논의되고 있는 만큼 두 법안의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래 문제가 많은 두 법안의 절충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그 주요내용이 국내 의료제도의 공공성을 파괴할 의료민영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 글은 지금 국회에 상정된 두 법안의 내용과 문제점을 정리한 글이다.

 

 

1.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법안)

 

(1)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 병원-보험사 직계약 1단계 허용

 그림2.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허용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 담긴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 허용이다. 현행법은 보험회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2009년에 보험사의 유치 알선 행위가 포함되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보험사는 제외된 바 있다

보험사들이 직접 환자를 유치․ 알선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보험자본의 오래된 요구다. 전국민 건강보험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보험사들이 병원을 소유해 환자 유치․ 알선 행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진행되어 온 ‘보험사 환자 유치 알선 행위 허용’은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무너뜨리는 근간이 된다는 이유로 전 국민의 반대에 부딪쳐 매번 무산되었다.

이런 보험사의 움직임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진행되었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 초에 발의된 관련 의료법 개정 법안은 19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험자본이 환자 유치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것이 곧 병원과의 직접계약 체결을 통하여 의료기관들, 나아가 의료공급체계를 직접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에 직접 지불을 하게 되면 보험사가 갑, 병원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허용된 미국에서는 보험회사들이 수익을 많이 남기는 방법으로 병원 진료에 간섭을 하여 온갖 진료왜곡과 과소의료를 통한 의료의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료의 폐해를 영화 <식코>에서 직접 목도한 바 있다.

미국식 의료 체계의 핵심인 보험-병원 복합기업(HMO)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HMO는 말하자면 보험회사가 병원을 아예 통째로 사서 (보험회사와 병원이 같은 자본으로) 운영되는 형태다. 미국에서 민영의료보험은 병원을 소유하며 의료 체계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뿐 아니라 공적 의료보험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잠식해, 미국에서 전국민 공적 건강보험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공공의 적이자 로비스트 집단이 되어 있다. 이러한 결과로 현재 미국에서는 전 국민의 6분의 1인 5,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무런 의료보험이 없는,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야만적인 의료시스템이 형성되었다. 한국에서도 HMO가 등장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은 무너지고 그 자리를 민간보험이 대체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한국의 보험사들이 미국식 의료체계를 형성하여 국민건강보험을 무력화할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2005년부터 삼성생명내부전략보고서 및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계속해서 제시해 온 방향이 바로 민간보험의 건강보험 대체를 위한 “보험금 직불 시스템 도입”이다. 2011년 보험연구원의 보고서도 관리형 의료서비스(HMO 등)의 효율성을 주장하며 이와 관련한 법적 토대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명수 의원은 이번 법안은 해외환자에 한정된 조치이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외환자에 한정된 규제완화 조치는 점자 그 대상을 국내 환자로까지 넓혀, 결국에는 의료법이나 보험업법의 개정 없이도 국내 보험사들이 병원과의 수가 직계약을 하는 규제완화의 발판이 될 것이다.

경제효과를 운운하는 정부의 주장도 근거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이미 삼성생명보험 하나의 1년 매출액도 30조원을 넘나든다. 장하준은 의료수출론에 대해 “미국의 경우 의료 수출로 번 국제수지 흑자가 GDP 대비 우리나라의 4배에 달했지만, 2011년 GDP의 0.012%에 불과했다(우리나라는 2011~2012년 평균 GDP의 0.003%).”라며 의료수출론의 과장된 전망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의료 수출을 45배 늘려 비율적으로 체코만큼 흑자를 거둔다고 해도, GDP 대비 무역흑자의 규모가 반도체 부문의 8분의 1, 자동차 부문의 3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정부는 의료수출의 경제적효과를 1조5천억원이라고 했으나 이는 지나친 과장이다. 2013년 생명보험업업계가 낸 의료법개정 의견서에조차 외국환자는 국내환자의 0.27%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보험사가 외국 환자 유치에 나설 경제적 유인책으로는 그 규모가 너무 작다. 결국 정부는 외국환자 유치를 내세우고 있고, 이러한 경제효과가 국내 경제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보험사가 실제로 노리는 것은 전국민의 반대에 막혀 있는 의료법 개정을 ‘국제의료’ 라는 명목으로 규제을 완화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2) 외국인 의료광고 : 의료상업화 심화, 보험사의 병원 광고 허용

 그림3.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외국인 환자 대상 의료광고 허용

 

현행 의료법은 의료광고와 관련하여 최소한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일정한 규제를 두고 있다.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만이 의료광고를 할 수 있고,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객관적 근거가 없는 내용을 포함하거나 부작용을 누락하는 등의 광고는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방송 등의 매체를 사용해서는 의료광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외국인환자 유치와 관련하여서는 과도한 광고행위를 우려하여 국내에서의 광고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않아 현재도 성형‧미용 등을 중심으로 의료기관과 의약품에 대한 무분별한 의료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의료 기술은 전문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정보인지를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 치료효과가 있는지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병원 광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엄격히 규제되고 있고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의 대중교통에 병원광고가 빼곡이 붙어있는 나라는 미국외에는 없다.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고 그만큼 규제도 어렵다는 점에서 규제 조항이 더욱 명확하고 엄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광고규제는 의사협회의 자율규제에 맡겨져있어 실제로 그 규제도 되고있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삽입된 ‘외국인환자 대상 의료광고’ 조항은 의료광고의 주체와 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의료의 상업화를 부채질 할 조치이다. 특히나 의료광고를 민간 보험회사에까지 열어주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먼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 허용은 의료기관의 과잉 광고경쟁을 유발하여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효과를 낳고 국민들의 의료 이용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외국인 광고 규제는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 시 국내 유치·알선행위로 인하여 의료전달체계가 파괴되고 환자 몰이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된 것이다. 의료기관의 과잉 경쟁과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과거보다 더 크다.

특히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만 가능하였던 광고를 ‘유치업자’ 즉 민간 보험회사에게까지 열어주는 조치는 심각하다. 보험사의 의료기관 광고는 ‘삼성생명-OO병원’ 광고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은 유력한 보험사의 브랜드와 연계하기 위하여 민간보험회사와의 계약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과 더불어 민간보험사의 병원 지배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광고를 ‘국제공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에서’ 허용한다고 하니 사실상 그 장소는 무제한이 된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국제공항이나 명동 거리나 지하철 이런 식의 외국인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곳’을 상정하고 있다고 말한 바도 있다. 또한 외국어로 광고를 한다고 하지만 병원 이름과 광고판에 등장하는 병원의 모습은 사실상 내국인들을 향한 광고효과도 노리는 것이 될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의료광고에 대한 대폭 규제완화다.

 

(3) 해외환자 원격의료 : 국내 원격의료 도입의 발판

그림4.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외국인 환자 대상 원격의료 허용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개인의 질병정보 유출이라는 치명적 문제가 있고,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아 비용은 많이 들지만 안전과 효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IT 및 통신기업의 이해를 위해 추진되는 대표적인 정부의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지난 해 2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는 해외에 있는 의료인 또는 외국인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해외환자로 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던 영리병원이 결국 국내 환자용이 된 것처럼 한번 규제가 완화되면 그 완화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쉽다.

또한 외국인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했을 경우 안전성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법적 책임은 누가질 것인지 등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4) 의료관광·해외진출 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 : 지역불균등과 의료상업화 심화

 그림5.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정리 – 의료관광·해외진출 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민간보험사를 비롯한 유치업자와 의료기관에게 금융, 세제, 재정 지원 및 정보제공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가 나서서 조사연구와 해외마케팅 및 홍보활동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의료수출 전문인력 양성에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가뜩이나 편중되어있는 대형병원중심-대도시 중심의 병원 지역불균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의료관광 유치 의료기관의 경우 대도시에 집중되어있고 대형병원이 대부분이다. 또한 소형병원의 경우 피부 미용 등 영리적 목적으로 진료를 하는 병원들이다. 이들에게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은 상업화되고 영리화 된 국내의료체계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키는 조치다.

이는 정부가 국내의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하고 의료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해외환자 유치 기관에만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한국의 보건의료 학생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의료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전적으로 민간에 맡겨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보건의료인들의 졸업 후 영리 추구의 한 계기가 된다. 따라서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의료수출 인력이 아니라 국내 공공의료기관에 복무할 보건의료인들의 양성이다.

 

 

2.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 법안)

 

(1) 국내 병원의 해외 영리병원 투자‧배당 허용

 그림6.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국내 병원의 해외 영리병원 투자·배당 허용

 

이 법안은 의료 해외진출을 상세히 정의하고 있다. 이 법안 2조는 “의료 해외진출”을 “해외 의료기관의 설치·운영 또는 그 지분의 취득”,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법인의 설립 또는 그 지분의 취득”, 등으로 규정하고 제8조(의료 해외진출의 신고)에 명시된 것처럼 법인을 포함한 의료기관 개설자가 해외진출의 주체다. 따라서 이 법이 통과되면 비영리법인으로 영리활동이 금지되어 있던 국내 의료법인이 병원 자산을 해외 의료기관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영리병원은 그 정의상 투자를 받고 수익을 배당하는 의료기관이므로 여기서의 ‘해외 의료기관’은 곧 영리병원일 수 밖에 없다. 즉 이 법안은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이 해외 영리병원에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현재 의료법인은 영리행위를 할 수 없고 수익을 의료기관에 재투자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병원 자산이 영리적 해외병원에 투자되면 병원 본연의 기능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법인이 투자로 손해를 본다면 그 결과는 환자와 병원 노동자들에게 직접적 피해로 돌아올 것이고 이익이 난다 하더라도 이는 해외에서의 영리적 목적의 의료행위를 통한 수익일 뿐만 아니라, 이 수익은 다시 영리적 투자를 위한 자금이 될 것이다.

또한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국내병원의 우회적 영리병원 설립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8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들어설 수 있는 영리병원은 법적으로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이다. 만약 해외 영리병원에 진출한 국내병원이 외국법인의 지위를 얻어 국내로 되돌아온다면 전국 8개 주요도시와 제주도에 국내영리병원이 들어서게 된다. 즉 이 조항은 국내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

현행법상 의료법인의 해외 투자는 그 법적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의료법인들은 해외진출 가능 여부 및 그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고 지난 해 7월 정부가 ‘의료법인 해외진출 안내서’(가이드라인)를 배포하면서 그 행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바로 의료법인의 해외진출을 위한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나 이런 ‘안내서’는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것이다. 최동익 의원의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의 안내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실제, 당시 정부가 발표한 ‘의료법인 해외진출 안내서’의 내용과 최동익 의원의 법안 내용은 완전히 일치한다.

그림7. [의료법인 해외진출 안내서] 의료법인의 해외진출 방법

 

즉 최동익 의원의 법안은 한국의 비영리병원 규제를 허물어버리는 것으로 박근혜정부의 최악의 의료민영화 정책인 영리자회사까지 사후 합법화해주는 것이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도 ‘해외진출’ 규정이 있고 해외 의료기관의 설치 및 운영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그 정의가 비교적 불명확한 것에 비하면 이 법안이 더욱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8.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정리 – 의료관광·해외진출 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

또한 이 법안에도 이런 해외진출 의료기관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처럼 관련 기관에 직접 금융‧세제 혜택을 준다는 조항까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영리적 투기를 허용하는 병원에 국민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2) 정부가 중점 추진하려는 원격모니터링 허용사례 창출

 

그림9.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원격모니터링 허용

 

최동익 의원 법안은 마치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가 아닌 원격모니터링만을 허용하여 문제가 없는 법안처럼 소개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정부가 현재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원격모니터링이다.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원격모니터링은 진단과 처방이 아닌 관찰, 상담,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한 시범사업 결과를 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원격의료를 원격모니터링이라는 말로 한발 물러서는 것처럼 하고 있다. 우선 반발이 거센 분야는 제외하자는 정부의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격모니터링도 사실상 원격의료의 다른 말일 뿐이다. 관찰, 상담, 교육은 의료의 필수적 일부분이다. 모니터링이나 상담과 교육은 진단과 처방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안 된다. 설령 정부의 주장대로 원격으로 모니터링과 상담, 교육만을 시행한다 해도 이 또한 원격의료이기 때문에 그 안전성과 비용효과성, 개인질병정보 보호의 취약함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결국 이 법안은 한국에서도 허용이 되지 않아 기반도 근거도 없는 원격모니터링을 해외에서 허용하여 시행 사례를 정부에 제공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다르지 않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원격의료”로 명시하긴 했지만 “외국인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찰, 상담 또는 교육” 즉 정부가 말하는 원격모니터링만을 허용하고 있다. 즉 이 법안은 원격의료에 대한 부분에서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

 

표1. 법안별 주요 내용 비교

 

 

두 ‘국제의료’ 관련 법안은 내용상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그 본질은 국내 규제완화이며 전면적 의료민영화 법안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의료민영화 법안들이 의료관광 및 의료수출이라는 명분을 걸치지 않은 것이 없다. 국제의료 관련 법안에 포함된 내용 외에도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에 규제완화 및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 추진, 의료법인의 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 의료관광호텔(메디텔) 허용, 그리고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연구 규제완화 등이 그렇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로 돈을 벌겠다며 내세우는 장밋빛 전망의 실체는 국내의 전면적 의료민영화를 위한 눈속임이다.

또한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에 보건의료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 의료체계 전체의 상업화를 가져오고 공공의료를 왜곡·마비시킬 수 있다. 돈벌이가 되는 해외환자 유치 산업으로의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의 두뇌 유출이 일어나고, 민간의료 부분의 팽창으로 인하여 의료비가 증가하고, 결국 공공의료 약화와 의료비 증가가 일어나게 된다. 이는 의료 관광을 국가적으로 장려한 해외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한결같은 결과다.

예를 들어 박근혜정부가 모델로 언급하는 태국의 경우 의료관광객 200만 명을 넘어서서 GDP의 0.4%를 버는 의료관광대국이지만 이로 인한 국내 맹장염수술이나 담낭염수술과 같은 기본적 치료의 의료비가 몇 년 사이 몇 십 퍼센트씩 폭등하고 도농 간 의료격차가 더욱 벌어져 세계보건기구가 우려를 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국제의료’는 사실상 국내의료제도를 더욱 영리화하려는 핑계거리 이상이 아니다. 해외에서 국제의료지원은 못할망정 돈벌이를 위해 영리의료에 나선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그로 인한 수익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또한 설령 그로 인한 일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더라도 국내 보건의료체계가 상업화되는 것이 수출로 인한 푼돈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더 큰 문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국제의료가 아니라 무너진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