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름으로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를 반대한다.
- 정부는 개인의료기록과 건강정보를 기업에 팔아넘기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완화 중단하라!
- 우리 의료기록은 정부와 병원 소유물이 아니다. 의료기록 거래를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의료 민영화 정책을 가감없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것과 발맞추어, 정부 여당은 ‘개인정보 보호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은 국민 개인들의 정보를 기업의 돈벌이로 활용하는 안을 담고 있으면서도, 정보 주체인 개인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최소한의 동의 절차도, 공식적인 국회 토론회 한 차례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정부 청부법안인 인재근 의원 안은 현재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재근 의원 안이 국회 상정되었을 당시 개인정보 보호 운동단체들과 함께 법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회 상정을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강행 추진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 ‘촛불 정권’이라고 더는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 문재인 정부의 의료 민영화 및 빅데이터 정책들은 모두 인재근 의원안의 통과를 전제하고 있다. 결국 인재근 의원 안이 가장 핵심적으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간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을 하면서, 현재 법 제도 상 의료 민영화의 쓰나미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개인정보 보호법이 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사들과 제약회사, 대형병원, 통신재벌들은 기회만 되면 개인정보 보호법을 규제완화하려 시도해 왔다. 병원에 축적된 환자들의 의료기록과 데이터,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등에 축적된 국민의 개인 의료정보와 건강정보를 사고팔 수 있고, 자신들의 상품 개발과 서비스 판매에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오랫동안 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개인정보를 민간과 공유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 온 것은 이런 이유다.
인재근 의원 안대로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악된다면, 국민의 소중한 의료정보와 건강정보의 주권과 소유권은 이제 기업과 병원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지금도 대형병원들이 진료 목적으로 제공한 환자들의 개인 의료정보가 병원 소유라고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개악안의 통과는 국민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거니와 환자와 의사 간 근본적인 신뢰 붕괴, 사회적 배제와 낙인의 증가, 사회 불평등 심화와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의료가 가져야 할 환자 정보 보호의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원칙을 훼손하고, 의료 민영화 쓰나미로 파국의 문을 여는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악 법안의 철회를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인재근 의원 개정안은 국민 건강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다.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 중 예외 조항으로 ‘가명정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가명정보의 경우 개인의 동의 없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이다. 개정안에서 정의하고 있는 ‘가명정보’는 특정 기술적 방법으로 개인을 쉽게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한 정보라고 하지만, 정부도 합의한 가명정보의 개념은 익명정보와 달리,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쉽게 개인이 식별될 수 있는 엄연한 개인정보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병원을 방문해 진료 목적으로 제공한 건강정보와 처방, 복약 정보 등이 포함된 의료·건강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될 경우 그가 누구인지 찾아내기가 너무 쉬운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인의 의료·건강정보는 가명처리가 된다 해도 개인정보 보호 기준에 따라야 한다. 가명처리가 된 개인 의료·건강정보 역시 진료 목적이 아닌 기업의 사용 시에는 반드시 환자 등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둘째, 개정안에서는 기업이 포함된 제3자가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등을 위해서라면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통계와 과학적 연구는 기업의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시장 조사 등 상업적 목적의 통계작성’ 이다. 결국 기업들이 ‘과학적 연구 방법을 도입해 새로운 상품, 서비스, 기술 등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개인 의료기록과 건강정보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된다. 진료 목적으로 제공된 병원 내 환자 정보와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 축적된 자료 모두를 진료 외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환자들을 비롯한 정보 주체의 동의도 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병원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환자의 의료기록과 건강정보가 대량으로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민간보험회사, 통신회사 등에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법이다. 환자들은 치료목적으로 제공한 자신의 내밀한 건강정보가 언제, 어떤 경로,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가명처리로 전달되고 이용되고 전파되는지 알지도 못하게 된다.
‘과학적 연구와 시장 조사 통계작성’ 등의 모호한 범위는 매우 엄격하게 규제되어야 하며, 연구 통계 목적이라 하더라도 민감정보인 개인의 의료기록과 건강정보는 최소한의 데이터만 제공될 수 있도록 데이터 최소화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셋째, 개정안은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화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기업들의 요구를 담아 추진하는 개인정보 규제 완화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 민영화의 총제적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내세우며 이를 위해 국회에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올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보험사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던 ‘맞춤형 건강증진 상품’ 판매를 통해 ‘건강관리서비스업’을 허용하겠다는 정책, 마이헬스데이터 사업을 통해 CJ나 삼성화재 등이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이용해 맞춤형 식자재나 보험상품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 등등은, 진료 목적으로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 수집된 개인 의료정보를 상업화를 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한다. 감옥에 간 박근혜조차도 추진하진 못해 막혀있던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중심 병원이라고 불리우는 대형병원들에 집약된 수십 년 간의 환자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재벌병원들은 병원 하나가 그 자체로 국민들의 의료정보와 생체정보를 수집 축적해 둔 개인정보의 비밀 보호 공간이다. 이 때문에 의료인들에게는 의료법에 따라 진료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해서 엄격하게 환자 비밀유지를 지켜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병원들이 ‘우리 병원에 수집된 개인 의료정보는 우리 것’이라고 우기는 의료정보 오우너쉽(Ownership)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개인 의료정보 민영화 추진 정책들은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통해 발판을 만들고자 한다. 원격의료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건강정보, 건강관리서비스업체가 판매하게 될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건강정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재근 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개인의 건강정보가 송두리째 기업에게 넘기는 게 합법화되는 것이다.
넷째, 건강정보 영역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업이 가져간 개인 건강정보는 그것을 활용하여 개발한 재화, 서비스의 혜택이 환자와 국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되려 특정 기업의 배만 불리게 되는 반면 정보 유출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지게 된다. 민간보험회사가 특정 개인의 질병력을 익명정보가 아닌 상태로 얻게 된다면 특정 개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기업들이 의료기기와 의약품 연구 개발을 위한 거라며 ‘과학적 연구’나 ‘시장 조사’ 목적으로 개인 건강정보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되지만, 누군가의 성매개 감염병 치료에 대한 정보,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정보, 가족력과 유전병에 대한 정보, 여성의 임신, 낙태 경험 등에 대한 가명처리된 개인정보가 식별돼 유출될 경우 특정 개인의 피해는 막대하다. 특히 이러한 의료·건강 정보일수록 사회적 낙인이나 배제 효과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 노출로 개인이 고용상의 불이익이나 집단적 왕따, 사회적 평판의 저하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이 치명적이다. 최악의 경우 이러한 개인정보 취득을 이유로 협박 등을 행하는 범죄 혹은 사기에 이용되어 사회적 불안과 불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와 제약기업, 의료기기회사, 대형병원, 통신회사 들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국민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처럼 선전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다수의 사업 모델은 국민 건강증진 효과가 극히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 단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나 건강관리에 접목한다며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내세워, 자신들이 투자하는 사업에 투자자들을 모으고 새로운 이윤 창출의 도구로 시장의 변화를 노리는 거품 경제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국민 개인에게 그 결정권이 있고 전체 사회 측면에서 보자면 공공영역에 해당하는 국민의 의료·건강정보를 기업이 사적으로 편취하여 추가적 이윤을 획득하는 강탈 행위에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재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법안은 명백히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이며 ‘건강 시장화’ 정책 추진 법안이다.
우리는 개인정보 규제 완화를 대표 발의한 인재근 의원에게 묻는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름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의원이, 오롯이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가 담긴 개인정보 보호법의 근간을 허무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 개인정보 보호법의 원칙을 훼손시키는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인재근 의원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라. 20대 국회는 결코 이러한 법안을 통과시켜선 안된다, 국민의 의료기록과 건강정보를 기업들의 이윤으로 넘겨주는 이 법을 지지하는 이들을 우리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그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019년 7월 4일
금융정의연대, 녹색당, 무상의료운동본부, 민변 디지털정보워원회, 서울YMCA,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치하는엄마들, 진보네트워크센터
건강과 대안,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민주화2030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관악주민연대,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기독청년의료인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인권회관,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녹색당, 변혁당, 변혁당학생위원회, 녹색연합, 농민약국,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공동행동, 반민곤빈민연대, 불교평화연대,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련, 전철연), 사월혁명회,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회진보연대, 새로하나, 새물결약사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서울YMCA시민중계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예수살기, 우리신학연구소,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의료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일산병원노동조합,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적폐청산의열행동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전태일을따르는노동대학, 전태일재단, 정의당,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청년유니온, 카톨릭농민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비정규센터,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의사회, 현장실천노동자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21C한국대학생연합,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