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의견서 영리병원법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폐기하라

첨부파일 : 캡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오늘 상정돼 심사됩니다.

이 개정안은 병원들이 지주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이를 배당할 수 있게 하는 영리병원 법안입니다.

 

첫째, 민간기업이 의료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를 경유해 연구중심병원에 투자,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게다가 연구중심병원을 인증제로 전환해 대폭 늘리므로 결국 전국의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병원과 임상의사·의학연구자가 영리기업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게 해 환자 치료라는 공익적 가치를 사적 이익 앞에 훼손할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공공연구가 축소되고 의학적 연구의 진실성이 왜곡되며, 피험자·환자 건강이 위협받고, 과잉의료가 부추겨져 의료비가 폭등할 것입니다.

 

셋째, 보건의료기술의 연구개발과 지식재산권 취득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지만 지식재산권은 민간기업이 사적으로 독점하게 됩니다. 결국 국민들은 스스로 낸 세금으로 개발된 연구성과를 이용할 때 매우 비싼 비용을 또다시 지불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개정법률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의견서

(이명수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18070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상기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은 다음 이유로 폐기되어야 합니다.

첫째, 민간기업이 의료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를 경유해 연구중심병원에 투자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게다가 연구중심병원을 인증제로 전환해 대폭 늘리므로 결국 전국의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병원과 임상의사·의학연구자가 영리기업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게 해 환자 치료라는 공익적 가치를 사적 이익 앞에 훼손할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공공연구가 축소되고 의학적 연구의 진실성이 왜곡되며, 피험자·환자 건강이 위협받고, 과잉의료가 부추겨져 의료비가 폭등할 것입니다.

셋째, 보건의료기술의 연구개발과 지식재산권 취득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지만 지식재산권은 민간기업이 사적으로 독점하게 됩니다. 결국 국민들은 스스로 낸 세금으로 개발된 연구성과를 이용할 때 매우 비싼 비용을 또다시 지불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1. 전국 병원 ‘영리병원’화 : 삼성·아산 재벌병원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개정안 전체 내용의 핵심은 비영리병원인 연구중심병원이 주식회사인 기술지주회사와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것임.

비영리병원에 수익사업 목적의 영리자회사를 세우는 것은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임. 영리자회사가 외부 투자를 받고 이익 배당을 하면 병원은 영리병원과 다름없게 됨.

개정안에서 연구중심병원이 설립할 수 있는 의료기술협력단은 의료기술지주회사의 주식 50%를 초과하여 보유하고,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영리자회사에 기술을 출자하며 의결권 있는 주식의 20% 이상 보유해야 함. 즉 사모펀드 같은 외부투자자가 의료기술지주회사 주식의 최대 50%까지 보유하고 영리자회사 의결권 있는 주식 80%까지 보유할 수 있다는 것임. 따라서 병원은 외부투자자의 이윤 극대화라는 요구에 응하는 사업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적극적인 영리행위를 할 수밖에 없음. 즉 영리병원의 운영원리를 따르게 됨. 외부 투자자는 삼성, 현대, LG 같은 재벌도 가능하므로 이는 재벌에 의해 의료가 지배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함.

돈벌이 부대사업용 영리자회사를 세우는 것은 삼성경제연구소가 2007년 ‘의료서비스산업 고도화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영리의료법인 허용의 전단계”라고 직접 밝힌 정책임. 박근혜 정부가 2014년에 이를 이행하려다 의료민영화를 중단하라는 국민 200만 명의 반대 서명에 부딪힌 바가 있음. 특히 ‘보건의료기술진흥법을 개정’, ‘병원 내에 별도의 산학협력단을 설치’해 영리행위를 하게 하는 방안은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에 낸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HT보고서)에서 제안한 것과 정확히 일치함. 삼성이 기획한 의료민영화 정책이 이 법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음.

‘연구중심병원’으로 지금도 빅4 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10개 병원이 지정돼 있음. 이 법이 통과되면 연구중심병원은 인증제로 전환돼 대폭 늘어나게 되고, 현행법상 지정 요건이 모두 삭제되기 때문에 기준이 매우 완화되고 절차도 쉬워져 영리자회사를 세울 수 있는 연구중심병원의 수가 상당히 늘어날 것임. 이는 제주도에 47병상짜리 영리병원이 하나 들어서려던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심각성을 가짐. 삼성병원을 포함해 전국의 수많은 병원이 영리병원이 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임.

 

제42조(의료기술지주회사의 설립·운영)② 의료기술지주회사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보건복지부장관의 설립인가를 받아야 한다. 설립인가에 필요한 절차에 관하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1. 주식회사일 것

3. 의료기술협력단(제1항 각 호의 기관과 공동으로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제1항 각 호의 기관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자본금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여 기술을 현물출자하고,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 보유할 것

제43조(자회사의 설립 방식) ①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의료기술협력단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여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②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회사의 주식 또는 지분의 인수를 통하여 자회사로 할 수 있다.

③ 자회사는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로 한다.

④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20 이상을 보유하여야 한다.

제49조(「상법」의 준용) 의료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상법」을 준용한다.

 

 

2.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 : 공공연구 축소·연구 진실성 왜곡, 피험자·환자 건강 위협, 과잉의료·의료비 폭등

 

이 법안은 환자·공공의 이익과 의학연구자·임상의사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이해상충’을 구조화함. 병원이 영리회사인 기술지주회사·자회사의 수익을 배당받도록 하고, 이 자금으로 ‘창업지원’ 명목의 사업화 중심의 연구를 장려하며, 연구자에게는 별도로 금전적 보상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임(제31조, 제46조). 특히 임상의사·의학연구자 등 병원 직원은 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 대표나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게 함(제47조).

일반적으로 연구자의 ‘이해상충’은 담배회사의 돈을 받아 흡연의 위해성을 은폐했던 연구들이 보여줬던 것처럼 대부분 의뢰자(기업)의 재정적 지원으로 연구를 할 경우나 연구자·임상의사가 제품을 소유한 기업의 주식을 갖는 경우에 불거짐. 그런데 이 법은 의학연구자·임상의사가 아예 기술지주회사·자회사의 대표나 임직원이 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줘, 사실상 회사를 설립·운영하면서 이윤을 배당받게 하는 더욱 심각한 이해상충을 법제화한다고 볼 수밖에 없음.

그 결과 첫째, 의학 연구 자체가 왜곡됨.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의사 등 연구자는 공익적 목적의 연구나 기초연구보다 수익 창출 가능성 위주의 연구에 치중하게 됨. 더 큰 문제는 의사들이 임상시험 결과를 왜곡·상품화해 수익 창출을 시작하려는 강한 동기를 갖게 됨. 연구편향이 가장 일어서는 안 되는 영역인 의학에서 객관적 연구가 어려워 짐.

둘째, 임상시험 대상자와 환자 건강을 위협함. 이해상충으로 왜곡된 임상시험 과정에서는 피험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험자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음. 또 왜곡된 임상시험의 결과로 상품화된 불완전한 의료기술이 병원에 도입되면 환자 안전이 위협받거나 효과 없는 치료기술에 노출됨.

셋째, 병원 경영자와 임상의사는 의료기기와 의약품, 건강식품 등을 개발·공급하는 병원 자회사 제품을 사용할수록 경제적 이익을 얻으므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잉검사와 과잉진료가 횡행할 수밖에 없음. 환자들은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로 피해를 겪고 의료비는 폭등하게 됨.

마지막으로 병원이 의료진으로 하여금 진료보다는 창업과 수익을 장려하게 되면 병원은 상업화의 장이 되고 공익적 진료기능은 축소됨. 이런 요소들이 맞물려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을 크게 하락시키게 됨.

 

제31조(의료기술협력단의 업무) ① 의료기술협력단은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6. 직무발명과 관련된 기술을 제공하는 자와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자에 대한 보상7. 창업지원 및 기업가정신 함양 촉진 등에 관한 업무

제46조(이익배당의 사용제한) 의료기술협력단이 의료기술지주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이나 그 밖의 수익금은 제31조제1항에 따른 업무와 병원의 연구활동에 사용하여야 한다.

제47조(직원의 겸직 및 휴직) ① 병원의 직원은 소속 기관의 장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의 대표자 또는 임직원을 겸직하거나 그 대표자 또는 임직원이 되기 위하여 휴직할 수 있다.

 

‘이해상충’의 문제가 무엇인지 전 세계에 경각심을 준 사건이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 사건임. 겔싱어는 1999년 유전자치료제를 이용한 임상시험에서 최초로 사망한 피험자임. 겔싱어는 인류의 의학발전에 기여한다는 공익적 가치를 위해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에 동의하였으나, 시험약을 주입한 지 사흘 만에 사망했음. 사후 미국 식약청 조사에서 연구자였던 윌슨과 펜실베이니아대학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전 임상시험의 치명적인 부작용들을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 밝혀졌음. 이는 대학과 윌슨이 그들에게 연구를 의뢰하고 제품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바이오기업 제노보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 제노보사가 윌슨이 설립한 연구소로 매년 윌슨의 연구비용 20%를 대주고 있었기 때문임.

한국에도 비슷한 예가 존재함. ‘카바수술’을 창시한 송명근 교수는 자신이 대주주인(17~30% 소유) 사이언시티㈜라는 회사를 통해 카바수술에 필요한 의료기기(카바링) 등을 생산하고 특허를 보유한 상황에서 각종 논문을 게재한 바 있음. 이후 심장내과학회와 흉부외과학회의 논문 등에서 부작용이 심하고, 효과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카바수술법은 퇴출되었으나 수많은 환자들이 이미 송명근 교수로부터 해당 수술을 받아 의학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뒤였음.

이처럼 외부 기업의 주식배당이나 연구비용지원만으로도 쉽게 연구자와 대학의 윤리성이 파괴되는데, 본 법안처럼 대학병원 연구자가 아예 기술지주회사·영리자회사를 설립·운영해 이윤을 배당받게 해 줄 경우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음.

 

 

3. 국가지원 의학연구 사유화·영리화

 

보건의료기술의 연구개발과 지식재산권 취득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지만 지식재산권은 민간기업이 사적으로 독점하게 됨. 결국 국민들은 스스로 낸 세금으로 개발된 연구성과를 이용할 때 매우 비싼 비용을 또다시 지불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됨. 이는 한 마디로 공공적 의학연구의 민영화임.

 

제35조(수입) ① 의료기술협력단은 다음 각 호의 재원을 수입(收入)으로 한다.1.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출연금 및 보조금제42조(의료기술지주회사의 설립 및 운영) ⑤ 정부는 의료기술지주회사 등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공공연구 성과를 특허를 통해 사적 소유화하는 제도는 1980년 미국의 베이돌(Bayh-Dole Act)에서 시작되었음. 이 법안은 의학 연구에 대해 국가기관(NIH)이 지원해 이루어진 연구결과라 해도 대학이나 대학이 지분을 가진 기업이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제약회사에 팔 수도 있게 규정한 법임. 그로 인해 전통적으로 공공적 연구과정과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인류 지식의 진보에 기여한다는 과학적 공공재(Scintific Commons) 개념은 상실되고 순수 학문적 연구가 위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 특히 미국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약가와 의료비 전체가 매우 급증했다는 점은 주지해야 할 사실임.

 

 

 

2019년 11월 20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