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빌미로 의료영리화? 정부는 원격의료·의료영리화 추진 중단하고 공공의료 강화하라!

 

어제(13일)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이 ‘원격의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원격의료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원격의료 추진의사를 표명했다. 최근들어 대통령이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언급하고 정부가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등을 코로나19 대책으로 내놓는 등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표명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고 최근 재확산이 크게 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시민의  생명을 지킬 공공의료 강화계획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의료영리화 추진의지를 적극 밝히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재난 빌미로 기업만 배불릴 원격의료 추진 중단하라.

현재 병의원에서 하고 있는 비대면 전화상담은 한시적·제한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조치이다. 예외적 전화진료로 인한 환자 안전과 건강 상의 부작용은 제대로 평가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이런 비상 상황을 빌미로 원격의료를 제도화해 재벌·기업들의 숙원사업을 허용해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는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일 뿐이다.

원격의료는 정부가 여러 차례 시범사업을 했지만 안전과 효과가 증명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해왔던 대표적 의료영리화다. 삼성, LG, SK텔레콤 등 원격의료 기기와 통신기업들, 그리고 대형병원 돈벌이 숙원사업이지만 환자에게는 의료수준 향상 없이 의료비만 폭등시킬 제도다.

원격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가 필요하다.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이 응급의료 취약지인 현실에서 원격의료가 무슨 소용인가? 오히려 노인과 취약계층에게 원격의료는 기술·정보 접근 장벽으로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도서벽지에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기관과 방문진료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공병상과 의료인력이 부족해 대구·경북에서 위기를 맞았던 나라다. 원격의료로 감염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없다.

 

2. 민감한 개인의료정보 판매·공유 허용하는 의료정보 상업화 중단하라.

정부는 원격의료 뿐 아니라 ‘디지털 뉴딜’이라며 개인의료정보 상업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29일 코로나19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방안’으로 발표된 것 중 첫 번째가 의료정보 상품화일 정도로 강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등이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민감정보’라면서도 이를 가명처리해서 기업이 활용·판매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정신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 민감성이 높은 진료기록, 유전정보, 희귀질환 정보, 성병 정보 등 민감성과 재식별 가능성이 높은’ 의료정보도 기업에 풀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밝힌 것처럼 가명처리를 해도 재식별가능성이 특히 높은 것이 의료정보다. 이런 의료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기업에 돈벌이 수단으로 넘기는 정책은 시민들에게 잘 알리지도 않고 ‘혁신성장’이라며 추진되어 왔다. 의료정보가 상업적으로 활용되면 기업은 돈을 벌지 몰라도 개인은 온갖 인권 침해와 차별을 겪을 수 있다. 이를 중단하기는커녕 재난을 빌미로 더 밀어붙이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3. 의료영리화가 아니라 중환자병상·공공병원·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의료영리화를 위해서는 구체적 계획과 시기별 로드맵까지 내놓은 정부가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료 대책과 준비상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미 공공의료 부족 문제가 공공연히 드러난 상황이다. 대구에서 3월 초 2300명이 집에서 대기해야 했고 3월 중순까지 75명 사망자 중 17명(23%)이 입원도 못하고 사망했을 정도로 병상이 부족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환자가 폭증한 것이 아닌데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공공병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10%밖에 안되는 공공병상을 대폭 확충해 OECD 평균인 73%까지는 안 되더라도 당장 20%까지 늘릴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려면 중환자 병상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한국은 10만명당 중환자병상 수가 10.6개로 많은 사망자를 낸 미국과 이탈리아보다 적다. 환자 급증 시 치명적일 수 있다. 당장 대형 민간병원 공공수용 등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공의료인력도 늘려야 한다. 2차 유행 때도 의료인의 자발적 헌신에 기대서는 안 되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훈련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환자 당 간호인력을 강제해 병상 당 간호사가 OECD 평균의 1/5 수준인 열악한 간호노동 현실을 바꿔야 하고, 또 국가장학생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육성하고 공공 의료기관에 의무 복무하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를 없앨 원격의료가 아니라 시급히 필요한 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 의료인 보호장비와 인공호흡기 등 필수의료장비도 확보해야 한다. 재확산 우려가 큰 지금 이는 절박한 생명과 안전의 요구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일시적 방역 성공에 취해 의료영리화와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을 매우 우려해왔다. 그런데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방역성공조차도 자신할 수 없는 이 시기에조차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방향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지금은 보건의료 예산과 자원, 행정력을 다해 시민의 생명을 지킬 공공보건의료 강화 정책을 시급히 내놓아도 부족할 시기다. 우리는 스스로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요구할 수밖에 없다. 돈벌이 의료영리화가 아니라 생명을 살릴 공공의료를 강화하라! 정부는 당장 이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2020. 5. 15.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