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 : The Science Times
오늘(28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된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정부가 K-바이오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법으로 이 분야에 한 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연구개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등의 효과와 안전성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강권보다 산업육성을 우선하여 무분별하게 이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더 이상 산업논리로 의료에 접근해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은 규제완화와 산업화를 위한 법안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인류의 새로운 치료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현재 낙관할 수준은 아니며,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안전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이란 대체로 사람의 세포나 유전자를 조작하여 병을 치료하는 방식을 말한다. 조작된 세포나 유전자는 오랜 기간 몸속에서 작용하여 병인을 치료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오랜 기간 체내에 남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치료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밝히기도 어려우며, 나중에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조절하거나 대처할 방법은 아직 없다. 이러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기관은 새로운 치료제의 연구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오히려 임상연구에 있어서 심의위원회의 심사로 규제를 간소화했다. 반면 첨단재생바이오법으로 바이오의약품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겠다는 명분과는 달리, 의약품 관리에 있어서 기존 약사법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법을 통과시켰다. 즉 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치료제를 위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새로운 치료제로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치료제를 위한 법이라면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었어야 했다.
2. 이해당사자·연관자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허가를 결정하는 구조는 심각한 문제다.
시행되는 법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자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두기로 하였다. 이 심의위원회는 첨단재생의료 연구계획의 적합 여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에 관한 사항, (조건부 허가를 포함한) 신속처리 대상의 지정 등을 자문한다. 실질적으로 위원회가 첨단재생의료의 실시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직 심의위원회의 구성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나 첨단재생의료 산업 종사자나 관련 의료인들, 소위 ‘재생의료 전문가’들이 대부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재생의료 전문가’ 위주의 위원회에 대한 위험성은 이미 인보사 사태에서 겪은 바 있다. 인보사는 본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서 다수가 반대해 허가에서 탈락하였지만, 식약처는 두 달 만에 이례적으로 회의를 다시 열어 ‘재생의료 전문가’들을 포진시켰고, 이들에 의해 똑같은 안건의 결과가 뒤집혔다. 그 결과 ‘가짜약’ 인보사가 허가될 수 있었다. 심의위원회의 엄청난 권한을 고려하면 앞으로 제2, 제3의 인보사를 걱정하는 건 기우가 아니다. 앞으로 ‘재생의료 전문가’보다 사회적·윤리적 타당성을 심의할 수 있는 위원들 중심으로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3. 근거도 불확실한 첨단재생, 첨단바이오 활성화를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
정부는 첨단재생의료의 활성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신속허가가 환자의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활성화는 단지 ‘산업발전’을 위해 환자의 안전성에 대한 위험을 희생하는 것에 불과하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지 못한 의약품은 단지 개발 의약품에 불과하다. 의약품 규제체계는 설파닐아마이드, 탈리도마이드 등 수많은 심각한 부작용 발생과 사망사건을 계기로 강화되어 현재 최소 3회 다른 목적의 임상시험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임상 2상을 마친 의약품 중 약 54%만이 최종 시판 허가 되며, 결국 3상을 거치지 않은 의약품의 약 절반은 결코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미국에서도 FDA가 신속심사한 의약품이 허가 이후에 심각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6.92배에 달했으며, 25개의 조건부 허가 항암제 중 실제 효과가 입증된 약제는 11개에 불과했다. 결국 충분한 연구 없이 허가되는 의약품의 사용은 치료 접근성의 향상이 아니라 환자가 돈을 주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에 더 가까울 뿐이다.
4. 정부의 산업진흥 목적의 연구개발 투자가 우려된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통과되면서 재생의료 및 신약 개발 지원과 관련한 예산들도 줄지어 통과되었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첨단재생 분야의 기술개발에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투자가 과연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위한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 제 8조에 따르면 정부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투자를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할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첨단재생의료분야 연구개발 촉진은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보다 단지 산업육성을 위한 노력으로 치우칠 수 있다. 그렇다고 첨단재생 관련 산업이 과연 육성할만한 사업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현재까지 관련 산업 시장규모는 정부의 예산 투자금액에도 못 미치는 5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며 국내기업이 해외에 수출되는 치료제는 거의 전무하다. 주로 사용되는 치료영역도 피부재생 관련 부분과 무릎관절 통증을 개선하는 치료제로서 필수치료제라 말하기 어렵다. 정부는 첨단재생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을 위한 연구개발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정부는 인보사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첨단재생관련 치료기술은 오랫동안 체내에 남아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치료제를 사용하고 5년 뒤, 10년 뒤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명확하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인보사사태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17년에 허가받은 인보사는 2019년 판매 정지되기 전까지 약 3,400명이 사용하였으며, 식약처는 바뀐 신장 세포의 종양유발 가능성 때문에 15년 간 장기추적을 지시하였다. 그리고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상사례로 보고된 부작용 중 8건은 종양 관련 환자였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들이 실제 인보사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려웠으며, 식약처는 지금까지 이러한 종양유발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앞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들에 대한 장기추적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인과관계를 규정하기 어려운 부작용에 대해 안전관리나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여전히 우려스럽다. 재생의료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 부추기며 규제를 완화한 결과는 심각한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을 직접 다루는 분야의 담당 기관으로서 새로운 치료제의 연구개발에 더 엄중한 잣대를 통해 심사해야 할 것이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오히려 규제완화·산업화로 기업이윤만을 보장하고 시민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큰 법입니다. 게다가 첨단재생바이오법을 통한 연구 투자와 기술 개발이 산업육성 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통과시킨 지난 국회와 정부에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앞으로 심의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또 재생의료 기술은 무분별한 상품화가 아닌 치료필수영역의 연구 중심으로 활성화해야 하며, 환자들의 안전관리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