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노무현대통령
당신은 “병이 걸려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고 했죠. 기억하나요? 근데, 그런 공약을 하고 대통령이 된 당신이, 어떻게 집권 5년 동안 “나라 아닌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바쁘게 행동할 수 있나요?
한 아주머니는 “참, 한달번게 약값도 안 된다”고 중얼거리셨죠. 아들의 간질약을 사기위해 한달마다 병원에 오시는 아주머니였는데, 그때마다 직장에 잠시 이야기 하고 나오시는지 늘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던 분이었죠. 그분의 월급이 얼마인지 알길은 없으나, 내가 만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약값이 비싸다고, 올때마다 병원비랑 약값이 자꾸 비싸진다고 그러더군요.
얼마전에는 보험공단에서 전화가 한통 왔어요. 한 환자의 이름을 대면서 이 환자가 먹는 약에 대해서 물어보더군요. 전화를 끊고 나서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옆에 있던 직원에게 물어보았었죠.
“공단에서 전화와서 이러저러한 것을 물어보던데 왜 그러는 거야?”
그러자 그 직원 왈, “아~ 그거, 요즘 급여환자들 건보환자로 만들려고 약 뭐먹는지 조사하더라구. 심심찮게 전화오네.”
7월 1일부터 시행된 의료급여제도는 많은 가난한 환자들의 의료이용을 제한했죠. 병원에서 처방받는 일수가 확 줄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두 번 먹어야 되는 약을 한번만 먹는 경우도 빈번하구요, 더 재밌는 것은 당신이 지원한다던 ‘현생유지비’가 ‘0원’인 환자가 대부분이에요. 오히려 그 돈이 ‘0원’이 아닌 사람을 찾는게 빠를 정도로. 정부의 ‘지원금’이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그돈마저 아까워서 이제는 그 환자들이 먹는 약을 추적해 ‘진짜’ 가난하고 아픈 환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눌려고 하는 건가요? 당신이 말한 나라는 이런 나라였나요?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게 하는 나라 아닌 나라”가 지금 이 대한민국이더군요.
왜 아픈 것이 죄가 되어야 하나요? 왜 아프면 중한 죄인 마냥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어야 하나요? 왜 돈 있는 사람만 치료받게 만들려고 하나요?
가장 중한 죄인들은 휠체어만 타면 면죄부를 받으며 살고 있는 마당에 왜 엉뚱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죄인으로 취급 받아야 하나요?
이제 고만 합시다.
이제 이 고통들을 고만 합시다.
나는 더 이상 약값으로 한숨짓는 환자를, 그리고 그 가족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치료비가 없어 죽은 환자들의 기사를 듣지도,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라다운 나라, 자신이 처한 경제적 조건에 상관없이 치료를 받고, 건강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치료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은 서민의 편인척하는 당신들에게 기회는 없습니다. 이것이 내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