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공평한 접근 보장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금일(10일) 세계무역기구(WTO) TRIPS 위원회에서 전세계적 코로나19 의약품 접근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결정이 이뤄진다.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 상 지적재산권 보호를 유예하여 부유한 국가 뿐 아니라 중·저소득 국가들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최종 논의되는 것이다. 이 제안이 지지를 받는다면, 국제무역 상 제재 없이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될 수 있고, 각국이 자국의 제조시설에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성과를 전 세계가 공유하게 되어 기술개발이 더욱 촉진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이 제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아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지지가 필요한데 말이다. 이는 커다란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팬데믹 이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공평한 접근권 보장을 수차례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WHA)에 있었던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위기에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서 전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되어야 한다고 밝힌바 있으며, 지난 7월 8개국 정상과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도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에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 유엔 75주년 기념 고위급 회의에서도 백신과 치료제의 공평한 접근권 보장을 위해 국제모금을 통해 국제기구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선구매하여 개도국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도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공평한 보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반복된 주장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 약속을 지킬 절호의 기회가 지금 찾아왔는데 국제 시민사회의 호소에도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제약기업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간 전세계적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는 전혀 무관심하다가 이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막대한 이윤 창출 시장이 열리고 경제적으로 엄청난 공적 지원이 이뤄지자 벌떼처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구 성과는 오로지 제약사들의 이윤으로 돌아간다. 사회적 지원에 의해 개발된 백신이지만 민간 기업이 성과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목소리로 이러한 문제를 바꾸고 개선해나갈 힘이 있다. 이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의약품 공급은 차갑게 외면하면서 정부가 지금 취하는 입장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자국 백신 확보 경쟁에만 뛰어드는 것이다. 어제(9일)도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회의’에서 백신 추가 확보만을 당부했다. 만약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국제연대를 강조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 역시 백신 이기주의에 빠졌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들을 것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중·저소득국가에게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하자고 말은 했지만 결국 일부 선진국이 백신을 독점하는 카르텔에 함께 동참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세계 사회의 목소리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전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은 단지 몇몇 국가에서 백신을 사용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전 인류가 모두 공평하게 백신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20. 12. 10.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