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2021년 11월 30일 김수억, 이병훈, 박희용, 이명노, 김남규, 이원석, 신성원, 박OO, 정민기, 윤성규, 지현민, 오수일, 남기웅, 황호인, 김경학, 이태의, 김선영 등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게 총 21년 2개월의 징역을 구형하였습니다.
이들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보건의료인들은 검찰 구형이 부당하며 무죄 선고가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아래와 같이 제출합니다.
1. 기업의 명백한 불법을 바로잡아달라는 약자들의 목소리는 정당했습니다.
가장 많은 형량이 구형된 김수억씨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공정에 17년째 불법파견으로 고용되어 있습니다. 김수억씨와 16명의 노동자들이 십수년간 요구한 것은 기업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고 법을 지키게 해달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법원 판결대로 노동부가 시간끌지 말고 직접고용 시정명령 하라는 것, 불법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해서 막대한 이익을 본 재벌 총수들을 검찰이 처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지만 십수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기업은 비정규직을 사용해서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이런 불법을 자행하고도 기업주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무혐의 처리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생명과 건강을 잃고 있고, 여기에 항의하다가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힘 없는 자들에게만 가혹한 검찰 구형은 부당합니다.
2. 이들의 활동은 약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활동이었습니다.
김수억 씨의 기소 이유 중에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 씨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정당합니다.
중대재해 산재사망이 많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많은 질병과 손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사익추구 행위가 아니라, 부당한 비정규직 고용을 없애 수많은 약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공익적 활동이었습니다. 지금도 한 해 2천명 넘는 산재사망자가 발생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활동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현실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처럼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보건의료인들은 절박한 현실에 놓인 이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모여서 요구하고 외친 것이 유죄판결과 징역이라는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기대하며, 사회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