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의료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재추진 중단하라.
11월 1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11년 12월 최초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을 “최근 서비스산업 트렌드가 반영되도록 보완하여 조속히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발법은 10년 넘게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입법을 추진해 온 법이다. 부처 위의 부처라 불리는 기획재정부가 어떻게든 통과시키려 했지만 매번 좌절됐다. 서발법은 의료를 비롯한 모든 필수 공공서비스를 기재부의 지휘 아래 민영화(민간 기업 돈벌이로 넘겨주기)하는 민영화법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적극 추진한 서발법은, 제조업과 농림어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고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전기, 가스, 수도, 철도, 화물, 언론, 정보통신 등의 정책에 대해 법령 제·개정으로 직접 개입하는 법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정권을 불문하고 ‘재정 건전성’이라는 미명 아래 복지를 삭감하고 공공부문을 민간에 팔아넘기는 재정 긴축을 해왔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정부들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때조차 이 나라 기재부의 이러한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서발법으로 기획재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자산 매각,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진맥진한 공공병원 인력 감축을 포함한 공공부문 인력 감축 등 긴축과 공공부문 민영화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서발법 추진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이 아무리 규제를 완화하고 복지와 공공서비스를 삭감하고 노동을 유연화해도 경제가 회복되지는 않았다. 이는 지금의 경제 위기가 이런 식으로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업과 부유층을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지지 기반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도록 하려 한다. 이 정부가 역점을 두는 부자 감세, 공공자산 민간 매각, 공공서비스 민영화, 공공부문 인력 감축 등은 모두 경제 위기 와중에 기업들과 부자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정책들이다. 따라서 서발법 입법 명분으로 정부가 내세우는 서비스산업 ‘발전’, 혁신’은 이러한 정책들을 위한 규제를 모두 풀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서발법 입법이 그동안 쉽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 입법 이전에도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여 서비스산업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위한 “민관 합동 서비스산업발전 TF”를 11월 말까기 구성한다고 한다. 그동안 해왔듯이 법을 우회해 행정 조치들로 기업 이윤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풀겠다는 것이다.
언제나 입법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된 의료 민영화법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보건·의료 관련해서는 “의료 공공성 유지” 등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대책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공병원 민간 위탁, 공공병원 인력 감축 등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정책을 버젓이 추진하면서 의료 공공성을 유지하겠다는 말을 믿을 정도로 어리숙한 사람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서민들에게 전가하고 기업과 부유층을 보호하기 위해 반대와 저항을 억누를 권위주의적 수단들을 강화해 왔다. 그래서 경찰 업무의 우선 순위 강조점도 안전보다 집회·시위 대응, 우파 정부의 단골 메뉴인 ‘마약과의 전쟁’에 뒀다. 그 결과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고 막았어야 했던 이태원 10.29참사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참사 이후에도 정책의 기조를 전혀 바꾸지 않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재추진도 노동자·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한다는 변함없는 정책 기조에서 나온 것이다.
서발법이 목표로 하는 전기·물·가스 등 공공서비스 민영화, 공공부문 인력 감축, 의료 민영화는 모두 우리 노동자·서민들의 필수 서비스, 건강, 안전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이런 냉혹한 목표를 서비스산업발전이라는 듣기 좋은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재추진을 당장 중단하라.